인간세의 결론은 미치광이 접여의 입을 통해 공자에게 하는 말로 표현된다.
바로 앞에서 극심한 외모를 가진 지리소를 등장시켜 '쓸모 없음의 쓸모'의 가치를 말하고
그것이 자신을 위한 알짜 삶이라고 주장했다면,
이 이야기는 실체적 문제보다 더 근원적인 정신의 기형인인 미치광이를 등장시켜
정신의 '쓸모없음의 쓸모'를 말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화자인 미치광이의 대극점에 서 있는 사람이 바로 공자다.
공자는 덕성으로 세상을 치류하려고 하는 대표적 인물이기 때문이다.
공자가 추구한 것은 지식의 인격화이고, '지식의 쓸모'였다.
그것은 남의 행동과 생각을 간섭하는 '지식의 사회화'에 다름 아니다.
지식이 사회화되고 생각이 표준화된 사회에서는 그 규격을 벗어나면 미치광이가 된다.
인간세 마지막 이야기의 화자를 미치광이로 설정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규격화된 정신의 전횡적 압제를 비판하기 위해서다.
미치광이가 되지 않으면 다 같이 미친 사회를 미쳤다고 말할 수 없기 때문이다.
미치광이 접여가 미친사회의 선두주자 공자를 어떤 점에서 문제 삼고 있는지 살펴보자.
孔子適楚, 楚狂接輿遊其門曰:
鳳兮鳳兮, 何如德之衰也!
來世不可待, 往世不可追也.
天下有道, 聖人成焉., 天下無道, 聖人生焉.
方今之時, 僅免刑焉.
福輕乎羽, 莫之知載., 禍重乎地, 莫之知避.
已乎已乎,臨人以德! 殆乎殆乎,?地而趨!
迷陽迷陽, 無傷吾行! 吾行?曲, 無傷吾足!?
공자가 楚나라에 갔을 때,
미치광이 接輿가 공자가 머무는 집의 문 앞에서 노닐면서 이렇게 노래했다.
“봉새여! 봉새여! 어찌하여 덕이 이렇게 쇠미했는가?
다가올 세상은 기다릴 수 없고, 지나간 세상은 쫓을 수 없네.
천하에 道 있으면 성인이 도를 이룰 것이고,
천하에 道 없으면 성인은 제 몸이나 지킬 것이라네.
지금 같은 때는 겨우 형벌이나 면할 뿐이라네.
福은 깃털보다 가벼운데도 제 몸에 실을 줄 모르고,
禍는 땅보다 무거운데도 벗어날 줄 모르네.
아서라! 말아라! 덕으로 세상에 나아감이여!
위태롭고 위태롭다! 땅에 금을 긋고 쫓아감이여!
가시풀이여! 가시풀이여! 내 다리를 찌르지 마라!
내 걸음은 물러나기도 하고 돌아가기도 하여 내 다리를 다치게 하지 않으리!”
山木自寇也 膏火自煎也 桂可食故 伐之 漆可用故 割之
人皆知有用之用 而莫知無用之用也
산의 나무는 스스로를 해치며, 기름 등잔불은 스스로를 태운다.
계피나무는 먹을 수 있기 때문에 베어지며, 칡나무는 용도가 있기 때문에 잘려진다.
사람들은 모두 쓸모 있음의 쓰임을 알지만, 쓸모없음의 쓰임을 알지 못한다.
인간세 마지막을 장식하는 이 글은 두 부분으로 되어 있다. 하나는 미치광이 접여가 공자가
머무는 숙소 앞에서 부르는 노래이고, 다른 하나는 다시 '無用의 用'을 山木의 예로 정리하는 부분이다.
두 글을 한 문단으로 취급하기에는 내용의 연결성이 적다.
따라서 접여의 이야기에 이어진 글로 보기보다는 그 앞의 '쓸모없음의 쓸모'에 대한 여러 이야기 전체의 마무리로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문단이 너무 짧기 때문에 따로 떼어 설명하지 않고 편의상 인간세7에 넣어서 함께 설명하고자 한다.
노래의 주인공 狂接輿는 풀이하면 '미치광이 접여'다. 이 接輿라는 이름도 '수레를 맞이하다' 혹은 '수레에 부딪치다'의 뜻인데, 이 이름이 풍기는 분위기는 마치 미친 자가 자동차를 향해 의도적으로 돌진하는 느낌을 주고 있다. 또 이 장면은 숙소 앞에서 부르는 광인의 노래를 방안에서 공자가 망연자실하게 듣고 있는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광인은 노래한다 사람들이 '봉황새'라고 부르는 그대 공자여, 들으라!
그대가 세상을 구원하려고 천하를 주유하지만 그대가 이루어 놓은 것은 무엇인가?
덕이 쇠미한 천하를 덕으로 구하려고 하지만, 천하를 구하려는 그대의 덕이 쇠미한 게 아닌가?
왜냐하면 그대가 주장하는 덕은 가려울 때 남의 다리를 긁는 것과 같이 빗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덕을 '쌓는다'는 것은 쌓은 다음 그것을 언젠가 필요할 때 쓸려고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덕을 쌓는 동안은 미래를 위해 그 순간을 희생시키는 것이다.
'미래'라는 잡히지 않는 '생각의 시간'을 위해 생생하게 느낌으로 살아있는 현재를 버리는 것이다.
그리고 상상하던 생각 속의 그 미래가 정작 돌아올 때는 그 미래가 또 다른 생각의 미래에 밀려 당사자의 삶 속에 생생한 느낌으로 살아나지 않는다.
덕은 언제나 '덕'이라는 자신의 개념을 위해 허덕이며 좇아갈 뿐, 그를 좇는 사람을 위해 살아있지 않다.
이런 미친짓을 미쳤다고 하기 위해선 미친 사회로부터 미쳤다는 소리를 들어야 한다.
거대한 집단 광기 앞에 마주서서, 달려오는 광기의 폭주를 향해 자살이라도 하듯 몸을 던져야 한다.
광인 접여는 울부짖는다.
사람들아! 아! 사람들아!
'다가올 시간은 기다린다고 하여 오는 게 아니고, 지나간 시간은 뒤좇아 간다고 하여 잡을 수 있는 게 아니다.'
시간은 언제나 '지금'이 있을 뿐이다. 아니 지금이라고 '생각'하는 순간에 '지금'마저도 없다.
왜냐면 시간은 생각이 아니기 때문이다. 생각은 삶의 찌꺼기일 뿐이다.
삶의 찌꺼기인 생각이 낳은 오물 중에 하나가 시간이다. 그 시간이 미래와 과거를 만든다.
그리고 미래와 과거라는 얼개 위에 모든 살아있는 삶을 올려놓고 샅샅이 해부한다.
이 놈은 과거라는 좌표로 볼 때 '있어야 할 지점'에서 벗어났으므로 그 지점에서부터 다시 재구조화해야 할 것이고, 저 놈은 미래의 좌표 어느 지점으로 이동해야 하므로 지금부터 이러이러한 방법으로 훈육되어야 해! 그 자신과 인류를 구하기 위해!
강제된 덕이든 자율적 덕이든, 모든 덕은 삶을 재편성하기 위한 의도된 수련이다.
그리고 그 의도된 수련 과정에 '시간의 축'을 설정해 놓고 '지식의 메스'로 삶을 해부하는 자기학대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덕은 삶을 빗나가게 하고 해체한다
그것은 덕이 시간의 오랏줄로 삶을 묶고, 지식의 칼로 삶을 난도질하기 때문이다.
접여는 공자에게 충고한다.
천하를 구하겠다고 그대가 나섰지만, 천하는 道가 구하지 그대가 구할 수 없는 것.
그러므로 천하에 道가 있으면 聖人은 그 道를 타고 세상으로 나가면 될 뿐이고,
천하에 道가 없으면 성인은 자신의 삶 속에서 道를 타고 살면 될 뿐이다.
그대가 설치는 지금의 시대는 천하에 道가 없으므로 그대가 나서면 형벌을 면하기도 어려우니,
그대가 진정 세상사람들이 말하듯이 성인이라 한다면,
천하의 삶보다 제발 먼저 자기 삶에 눈뜨시오.
자신의 삶에 눈뜨는 자는 福이 코 앞에 닿아있음을 알 것이고,
천하의 삶을 바라보려다 자신의 삶에 어두는 자는 무거운 禍를 기어코 짊어지려는 자!
그대는 시간의 오랏줄을 풀고 지식의 검을 내려 놓으라!
그러면 그대의 삶이 깃털처럼 가벼운 福의 나래를 펴고 천하를 마음껏 나를 것이고,
무거운 禍를 가득 싣고 있던 천하가 또한 그대의 나래 아래 모두 자유로울 것이다.
그대 공자여!
무엇 때문에 그대의 오랏줄로 세상을 옭아매고, 그대의 검으로 세상을 다스리려 하는가?
천하는 神器(신기)여서 그대의 검에 찔리지 않고, 그대의 오랏줄에 묶이지 않는다네.
그대에게 속아 그대를 따르는 무리가 그대와 함께 천하에 깔아놓은 그물은 갈수록 단단해져
천하에 그 그물에 걸려리지 않는 자가 있을까?
그대의 규범의 밭에 심은 엉겅퀴와 가시는 번식력이 좋아 천하의 밭으로 뻗어나가니,
천하의 사람 중에 누가 할퀴고 찔리지 않는 자 있으랴!
사람들은 천하로 번진 가시밭을 어찌 할 수 없으니,
모두 그 가시풀에 찔리지 않고 살기만을 희망한다네.
가시풀이여! 가시풀이여! 제발 내 다리를 찌르지 말라고.
그대가 깔아놓은 그물은 天羅之網(천라지망)이어서 벗어날 길이 없고,
그대가 심은 가시풀은 통풍처럼 안에서 찌르는 것이어서 피할 수 없다네.
그것은 그대가 깐 그물과 그대가 마련한 가시밭이 모두 사람들 마음 안에 두었기 때문이라네.
안에서 스스로를 조이는 그물이 더 답답하고, 안에서 스스로를 찌르는 가시가 훨씬 아프다네.
그대가 말하는 덕이란 사람의 정신을 풀무에 넣어 달구고,
꺼내어 두둘겨서 어떤 쓸모있는 것으로 만드는 것이 아닌가?
나는 그대의 풀무에서 제련된 덕이 되고 싶지도 않고, 그 덕으로 어딘가 쓰이고 싶지도 않다네.
나는 그대의 가시밭에서 자란 가시풀이 되고 싶지 않을 뿐더러, 그대의 가시밭을 비켜 가고 싶네.
억센 가시풀이 가로막으면 물러나거나 돌아가기는 하되,
그대의 가시밭에 잠시도 머물고 싶지는 않다네.
설사 가시풀에 찔리더라도 마음으로 아파하지는 않는다네.'
인간세편 마지막을 장식하는 것은 山木의 이야기다. 산의 나무를 보라.
그 가운데 타고난 수명을 지키지 못하는 것은 나무가 사람에게 쓰일 수 있는 쓰임새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산의 나무는 결국 쓸모를 갖기 때문에 스스로를 해치고 있는 셈이다.
그것은 마치 기름 등잔불이 바깥을 향해 '빛'을 내주기 위해 스스로를 태우는 것과 같다.
우리 인간도 이와 다르지 않다.
신체적 정신적 능력을 키우면 그것은 결국 남에게 쓰이는 것이 되는데,
사람들은 이 능력 때문에 사회 속에서 인정받고 또 사회로부터 물질적 힘을 제공받아 자신을 풍요롭게 한다고 믿는다. 능력개발→사회적 쓰임→사회적 인정과 물질적 힘 획득
능력개발의 과정은 한 평생 되풀이된다.
이 과정 자체가 자신의 인생인 셈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인생은 '쓸모'를 위해 존재한다.
등잔불이 자신을 비추지 못하고 자신을 고갈시키듯이, 우리 인생도 자신을 위하지 못하고 자신을 고갈시키고 말 것이다. 그 원인은 누가 제공하는가? 그 자신이다.
산목이 자신을 다치게 하고 베어지게 하는 까닭이 그 스스로에 있듯이 말이다.
이와 같이 본다면 마지막의 산목 이야기는 인간세 후반부의 주제인 不才之用에 대해서만 心齋와 乘物以遊心 등 전반부의 주제를 포괄하면서 정리한 발언이다.
참고로 장자가 不才之用에 대해 말할 때, 특별히 나무를 왜 주요 소재로 삼았을까 하는 의문을 던져 볼 수 있다. 그것은 사람이 사람에게 '쓸모'로 취급되어 살아갈 때 자신의 삶을 정말 쓸데없이 고갈시킨다는 점을 직접 이야기하기보다는, 나무가 사람에게 쓸모로 취급되어 나무 스스로를 고갈시키고 있다는 점을 부각시키는 방법이 훨씬 쉽기 때문일 것이다.
나무는 사람이 활용하기가 가장 좋을 뿐만 아니라 가장 많은 재료이므로 더욱 그렇다.
요컨대 장자가 인간세편에서 자주 사용하는 소재 '나무'는 궁극적으로 '인간'을 지칭하기 위한 '도구적 지시어'일 뿐이다. 인간세 앞편에 이미 표현된 文木, 散木 등의 용어가 여기에서 일반 명칭의 의미를 가진 山木으로 통칭되는 것도 눈여겨 볼 일이다.
(자료출처 http://blog.naver.com/mait88/110039415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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