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철학이, 현실에 뿌리박은 일상의 영성이 절실하다
일상의 철학이, 현실에 뿌리박은 일상의 영성이 절실하다
일상의 철학이, 현실에 뿌리박은 일상의 영성이 절실하다정지영 승인 2018.11.22 댓글 0페이스북“인간은 대체로 평범함, 체액, 분노, 경멸 같은 거친 감정들, 피로와 외로움 등에는 신경 쓰지 않으며, 태생적으로 기저귀와 은행 빚, 세금, 하찮은 집안일을 경멸하고 다른 무언가를 깊이 동경한다.”최근 주님의 품에 안긴 영성신학자 유진 피터슨의 말이다. 그에 따르면 기독교 영성은 모든 이들이 경험하는 이것 외에 무언가 더 있다는 느낌, 즉 초월성과 내재성이 유기적으로 연관되어 있음을 보여 주는 포괄적 용어이며, 참된 영성은 비물질적인 것, 내적인 것, 비가시적인 것과 연관되어 있는 것만큼 물질적인 것, 외적인 것, 가시적인 것과 관계하고 있다. 즉 영성은 평범한 이들이 자신의 ‘일상’에서 살아내야 할 기독교적 삶을 가리키는 또 다른 방식이다.우리 시대 ‘르네상스적 지성’ 강영안 교수는 최근 출간한 「일상의 철학」에서 우리의 삶의 자리로서의 일상, 탄생부터 죽음까지 우리 삶을 이어주는 시간으로서의 일상, 삶의 내용으로서의 일상의 의미를 탐구, 즉 일상의 삶을 사유한다. 막상 정의하라면 정의하기 쉽지 않은 그러나 그 속에 존재하고 기동하며 살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는 우리의 실존을 철학자이자 신학자의 눈으로 찬찬히 들여다본다. 그리고 종교성과 구원조차 벗어날 수 없는 일상, 아니 자질구레한 우리의 일상 안에 이미 철학적으로 진리가, 종교적으로 구원이 현존해 있음을, 그런즉 구원이나 진리는 신이 사는 천상에 있는 것이 아니라 지금 여기 일상에 깃들어 있음을 강조한다. 피터슨이 자신의 영성신학의 핵심 중 하나로 삶, 달리 표현하면 우리네 현실의 의미와 내용을 오롯이 탐구했듯이 강 교수는 이번 책에서 오랫동안 질문해왔던 일상이라는 현실 세계의 철학적, 신학적, 윤리적 의미를 드러낸다.저자는 우리가 선택한 것이 아닌 우리에게 주어진 일상의 삶―먹는다는 것, 잔다는 것, 집 짓는다는 것, 옷 입는다는 것, 일한다는 것, 쉰다는 것―이란 무엇이며, 그것들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이며, 그러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추적한다. 먼저 1강 ‘일상의 성격과 조건’에서 저자는 일상의 특성과 일상에 처한 인간의 조건을 살펴보고, 동일한 삶의 조건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행복과 불행이라는 상이한 결과가 나오는지를 따져본다. 일상의 특징으로 필연성, 유사성, 반복성, 평범성, 일시성을 꼽는다. 먹고, 잠자고, 거주하고, 일하고, 쉬는 등 우리 삶의 대부분은 사람이라면 벗어날 수 없고(필연성), 거의 비슷하며(유사성), 반복의 연속이며(반복성), 특별할 것 없으며(평범성), 덧없이 지나가기(일시성) 때문이다.2강 ‘먹고, 자고, 집 짓고 산다는 것’에서는 우리 삶에서 가장 기본적인 문제인 의식주와 옷 입음을, 3강 ‘일과 쉼, 타인의 존재’에서는 인간 활동 중 중요한 시간을 차지하는 일과 쉼, 타인, 얼굴을 가진다는 것의 문제를 구체적으로 다루면서, 저자는 이러한 일상의 대표적 행위를 일상의 현상학, 해석학, 윤리학 세 단계를 거쳐 차례대로 고찰한다. 저자가 제시하는 첫 번째 단계, 일상의 현상학은 그냥 들여다보는 것이다. 철학적으로 말하면 특정 관점이나 태도에 따른 판단을 멈춤으로써 순수 체험과 순수 의식을 얻는 단계이고, 신학적으로 말하면 관상하는contemplative 단계라 할 수 있겠다. 두 번째 단계, 일상의 해석학은 현상들이 가진 의미가 무엇인지를 묻는 것이다. 일상 행위에 내재한 의미뿐 아니라 일상 행위를 통해 행위의 주체인 우리의 삶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파악하는 것이다. 세 번째 단계, 일상의 윤리학은 포괄적 의미의 윤리보다 구체적인 일상의 삶과 관련짓는다. 관찰과 해석을 통해 얻는 일상의 의미를 가지고 어떻게 할 것인가, 어떻게 살 것인가를 궁구하도록 이끈다.그러면 이런 시도가 없었을까? 저자의 말대로 일상을 다룬 철학이 없지는 않았다. 철학은 삶에 무관심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상 속에서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왜 그렇게 살아야 하는지를 탐구하고 길을 제시한 ‘일상의 삶을 위한 철학’Philosophy for Everyday Life과01 달리 이 책을 통해 제시된 저자의 일상의 철학은 일상의 삶을 대상으로 삼아 우리 일상을 형성하는 여러 행위들을 하나하나 곱씹어보는 ‘일상의 삶에 관한 철학’Philosophy of Everyday Life이라는 점에서 구별된다. 그런 의미에서 일상을 다루되 저자는 일상을 구성하는 행위들의 주체적 측면에 관심을 둔다. 일상의 행위들이 무엇이며, 그것들의 인간됨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알기 위함이다.일상적 삶에 관한 저자의 철학은 궁극적으로 일상의 객관적 기초이자 삶의 방식으로서의 믿음, 소망, 사랑으로 이어진다. 저자에 따르면 믿음, 소망, 사랑은 우리 일상을 견고한 터 위에서 살아갈 수 있게 해 주는 삶의 방식이고 삶의 미덕이다. 그리고 그런 우리 일상의 삶이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삶의 상태는 ‘평화’(샬롬)여야 한다. 여기서 평화는 전쟁 없는 상태 정도가 아니다. 평화란 자신에게 주어진, 자신이 받은 선물을 선용하며 살아가는 적극적인 평화, 즉 각자를 존중하는 가운데 참됨(진)과 좋음(선)과 아름다움(미)을 추구함으로써 즐거워하는 삶이다. 저자는 여기에 우리 삶을 지향하는 가치로 하나를 더 덧붙인다. 바로 ‘정의’다. 일상과 평화, 정의를 한데 묶는 것과 정의로운 사회, 세상을 우리 일상의 목표로 설정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역설하는 부분은 철학의 무게보다 독자의 마음을 더 진지하게 만들 대목이다.02책을 읽는 내내 조르쥬 베르나노스의 소설 「어느 시골 신부의 일기」의 마지막 장면이 떠올랐다.“신부는 아직 오고 있는 중이었고, 그러다가는 교회가 줄 수 있을 마지막 위안마저 친구가 받을 수 없겠다는 생각에 나는 친구에게 깊은 유감을 전했다.…잠시 후 친구가 손을 내 손 위에 얹고는 가까이 오라는 눈짓을 했다. 그러고는 내 귀에 속삭이듯 말했다.…‘그게 뭐 그리 중요한가. 은혜는 어디에나 있지 않은가.’ 그리고 친구는 임종했다.”그렇다. 우리는 거듭나기 전에 먼저 태어난 존재다. 일상은 육체를 가지고 태어난 우리 삶의 가장 기본적인 실재다. 구원은 그 일상 안에 있다! 지금은 일상이 잘못된 이원론으로부터 구원받아야 할 시간이다. 이것이 지금 우리에게 강영안의 「일상의 철학」 이, 그리고 현실에 뿌리박은 ‘일상 영성’이 절실한 이유다.덧붙임: 「일상의 철학」은 한국의 인문학을 대표하는 각 분야의 석학들이 평생에 걸쳐 축적해 온 학문적 성과와 문제의식을 지식인, 인문학 관심자, 일반 대중과 함께 고민하고 공유함으로써 인문학적 소양을 넓히기 위해 기획된 ‘석학인문강좌’ 시리즈의 한 권으로 엄밀하게 말해 그리스도교 독자를 위한 책은 아니다. 그러나 모든 진리는 하나님의 진리라는 아우구스티누스의 담대한 선언과 교회 역사 속 인문학과 신학의 유기적 관계를 고려해볼 때 이 책은 한국 교회에 절실한 주제를 담고 있고, 우리 교회의 소중한 자산인 저자가 오랜 세월에 걸쳐 고민해왔던 주제를 다룬 책이란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일상의 기독교적 의미, 일상에 관한 신학, 영성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고 싶은 독자들에게는 마이클 프로스트의 「일상, 하나님의 신비」, 폴 스티븐스의 「현대인을 위한 생활 영성」, 로버트 뱅크스의 「일상생활 속의 그리스도인」, 유진 피터슨의 「현실, 하나님의 세계」(이상 IVP)를 추천한다.01 저자는 이런 시도로 소크라테스, 플라톤, 공자, 맹자, 스토아, 에피쿠로스 철학을 언급하고, 앞의 일상의 철학과 결이 다른 이들로 하이데거, 레비나스를 제시한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시도와 구분한다. 이런 저자의 구분에 따르면 그의 제자 서동욱의 「일상의 모험: 태어나 먹고 자고 말하고 연애하며, 죽는 것들의 구원」(민음사)도 ‘일상의 삶을 위한 철학’ 범주에 포함할 수 있겠다.02 이 대목에서 강 교수와 같은 개혁파 전통에 서 있는 철학자 니콜라스 월터스토프의 「정의와 평화가 입 맞출 때까지」를 떠올릴 수도 있겠다. CTK 2018.1201 저자는 이런 시도로 소크라테스, 플라톤, 공자, 맹자, 스토아, 에프쿠로스 철학을 언급하고, 앞의 일상의 철학과 결이 다른 이들로 하이데거, 레비나스를 제시한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시도와 구분한다. 이런 저자의 구분에 따르면 그의 제자 서동욱의 「일상의 모험: 태어나 먹고 자고 말하고 연애하며, 죽는 것들의 구원」(민음사)도 ‘일상의 삶을 위한 철학의 범주’에 포함할 수 있겠다.02 이 대목에서 강 교수와 같은 개혁파 전통에 서 있는 철학자 니콜라스 월터스토프의 「정의와 평화가 입 맞출 때까지」를 떠올리 수도 있겠다.정지영 한국기독학생회출판부(IVP) 편집장http://www.ctkorea.net/news/articleView.html?idxno=46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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