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이트_불안과 사고억제(thought suppression)에 대하여
프로이트_불안과 사고억제(thought suppression)에 대하여
자료출처 http://www.psychoanalysis.co.kr/materials/view.php?board_idx=2071&page=1&article_num=10
저자 : 이용승
제목 : 불안과 사고억제(thought suppression)에 대하여
출처 : 숙명여자대학교 창학 100주년 기념 학생생활상담소 학술발표회
인간의 불안과 자기조절 문제 - 정신분석적 이해 -
불안의 의미
세상 경험을 심리적으로 조직화하고 추스르는 능력이 발달하기 이전의 어린 시절에는 사소한 좌절이나 위협에도 쉽게 불안감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성인이 되어서도 자연재해나 전쟁과 같은 엄청난 사건을 경험하면 누구나 심한 불안을 느낀다. 이렇게 실제 위협에 대처할 수 있는 자아 능력이 너무 취약하거나, 위협적인 자극의 강도가 너무 강할 때에는 누구나 불안을 경험할 수 있다(Mentzos, 1982). 이러한 위험이나 위협을 예상하는 반응은 인간의 생존 과정에서 필수적인 요소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위험의 예상이 객관적으로 구체적인 대상과 불일치하고 모호한 성질을 띌 경우에는 역기능적으로 작용하게 된다. 즉, 위험이 사라진 경우에도 계속해서 경계 태세가 지속될 수 있고, 어떻게 대처해야할 지 모르고 방향 감각을 잃을 수도 있다. 급성적이고 강렬한 형태의 불안을 경험할 경우에는 마치 통제 불가능한 두려움과 공포에 의해 압도되는 느낌 받는다. 이러한 심한 불안을 경험하는 사람은 생존이 위태롭다고 느끼고, 심한 경우 미치거나 죽을 것 같은 느낌과 함께 다양한 신체 반응들을 수반한다. 이렇게 불안은 다양한 반응으로 나타나고 모든 심리장애에서 나타날 수 있다.
Freud(1926)는 모호하고 근거없는 불안이 구체적인 공포를 억압(repression)한데에서 생겨난 것이라고 보았다. 즉, 억압으로 인해 공포 반응이 구체적인 내용을 잃고 모호한 불안 반응으로 퇴행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억압과 같은 심리 작용은 두려운 정서 상태를 참지 못하는 과정에서 진행된다. 그리하여 참기 어렵고 불쾌한 정서 상태는 무의식화와 억압을 가동시키고, 그럼으로써 공포는 그 구체적인 내용을 빼앗긴다. 여기에는 이별과 상실로 인한 심리적인 고통, 자기상실감, 수치심과 죄책감 등이 있다(윤순임, 1995).
급성적이고 강렬한 형태의 불안은 Freud가 “외상 불안(traumatic anxiety)”이라고 불렀다. 그것은 통제불가능한 두려움, 공포에 의해 압도되는 느낌을 받는다. 보다 약한 형태의 불안은 외상 불안의 잠재적인 시작을 신호(signal)하는 것으로 Freud는 보았다. 자아 정동(affect)으로 간주되는 이러한 신호는 불안을 감소시키기 위해 자동적으로 방어들을 일으키는 경우이다. 일종의 예기 불안인 신호 불안(signal anxiety)은 발달적인 성취라고 볼 수 있다. 많은 경우 불안은 현실적이고 외적인 위험에 대한 반응이 아니다. 불안에서 위험의 본질은 내적인 것으로, 특히 위험하다고 가정된 무의식적인 소망과 관련된다. 전형적인 위험 상황으로는 사랑하는 대상(love object)의 상실, 대상으로부터의 사랑(love)의 상실, 거세 불안, 초자아 불안이나 죄책감 등이 있다(Gabbard, 2000). 그밖에 소멸(annihilation) 불안이나 와해(disintegration) 불안, 피해(persecutory) 불안과 같은 아주 원초적인 형태의 불안도 있을 수 있다.
초기 유아기에 자아는 쉽게 자극에 압도되지만, “유아는 외부의 지각가능한 대상이 위험한 상황을 끝낼 수 있다는 것을 경험함으로써.... 두려워하는 위험의 내용이 자신을 압도하는 두려움으로부터 그러한 상황을 결정하는 조건, 즉 대상의 상실로 바뀌게 된다는 것을 알게 된다”고 Freud(1926)는 기술하고 있다. 유아의 자아는 무기력하기 때문에 대상이 불안을 조절하는 과제를 갖게 되는데, 자아 기능의 결함은 추동 충동의 강도와, 유아의 상태를 조절하는데 있어 대상이 성공적이지 못한 것 둘 다에 기인한다. 이러한 자아 기능에서의 결함과 퇴행은 불안 신호의 효과적인 작동을 손상시켜서 외상 불안에 더욱 취약하게 만들 수 있다. 이러한 경우 자아는 불안을 제대로 담아내지 못하고, 다양한 심리 증상들이 발달할 수 있다. 그러므로 심리 증상은 금지된 소망과 이러한 소망이 자각되고 표현되는 것을 방어하려는 시도에서 표현된다. 불안에 대한 민감성, 불안을 감내하는 능력, 불안에 방어하는 방식에는 개인차가 있다. 다양한 심리 증상들과 방어적인 행동들, 예를 들어 억압(repression), 부인(denial), 투사(projection), 고립화(isolation)와 같은 다양한 방어기제(defense mechanism)들, 특정 상황이나 생각을 회피하는 행동이나 관계를 잘 맺지 못하는 것 등은 이러한 불안에 근거한다고 볼 수 있다. 심리치료를 통해 이러한 무의식적인 불안이 의식되어 경험되거나 외현적인 불안 뒤에 숨어 있는 무의식적인 불안을 제대로 파악하고 이해하게 되면 자신의 근거 없는 신경증적 불안이 경감되고 자유로와지는 경우를 본다. 이렇게 무의식적인 불안은 한 인간의 심리역동(psychodynamic)에서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 따라서 이를 제대로 인식하고 통찰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할 것이다.
방어적인 행동 뿐만 아니라 성격 양상이나 자아 억제(suppression)의 발달 등도 모두 불안에 대처하는 방식의 표현, 감내할만한 불안 수준에서 추동 만족을 달성하는 타협 수단으로 간주된다. 이러한 공식화에서 불안은 모든 행동에서 중심적이고 조절적인 역할을 한다. 심리 증상은 리비도적이고 공격적인 소망의 만족과 관련된 위험을 느끼는 것과 관련된다. 어떤 사람은 이러한 만족이 파국적인 결과들을 야기한다고 판단한다. 예를 들어 광장공포증이 주된 증상인 사람의 경우, 추동 만족과 관련된 불안은 집을 떠나는 것과 대체되고 투사되어서, 그냥 집에 있는 것이 공황발작이 일어나는 것을 피할 수 있다. 그러므로 불안 증상은 무의식적인 소망들이 자각되고 활동하는 것을 막는 억압과 방어의 실패를 가리키며, 기저의 갈등을 자각하는 것에 대한 방어라고 할 수 있다.
Freud(1916, 1917)의 공식화 이후로 불안에 관한 다양한 정신분석적 이론들이 있어 왔는데, 이들은 불안 증상을 리비도적이고 공격적인 추동과 초자아(superego)의 처벌적인 위협 사이에 발생하는 심리내적 갈등(intrapsychic conflict)의 결과로 생각하기보다는, 분리-개별화(separation-individuation)와 같은 발달적인 도전(Mahler, Pine, & Bergman, 1975), 타인과의 실제적이고 내재화된 대상관계(Fairbairn, 1952; Guntrip, 1968), 자기 응집감(cohesion)과 관련된 갈등(Kohut, 1971) 등으로 보았다. 예를 들어, Kohut은 성격 기능에서의 상위 요인으로 자기(self)를 중요하게 보았는데, 그에 의하면 강한 불안의 주된 원천은 자기 응집감의 파편화(fragmentation)나 상실에 대한 두려움과 관련된다. 현재의 정신분석적인 임상가들은 추동이론, 자아심리학(ego psychology), 대상관계이론(object relations theory), 자기심리학(self psychology) 모두를 내담자를 이해하는데 유용하고, 잠재적인 지침으로 간주한다. 어떤 조망이 광장공포증이나 공황 장애와 같은 불안장애의 임상적인 이해와 해석에 더 강조가 두어지는지는 치료자가 선호하는 이론적인 입장과 내담자의 상태에 달려있다.
해석적인 강조점과는 무관하게, 모든 임상가들은 일련의 증상들을 구체적으로 탐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이러한 지식들은 치료자로 하여금 불안장애의 개별적인 의미를 이해하는데 도울 것이다. 예를 들어, 광장공포증의 경우 대부분의 임상 경험에서 분리-개별화와 자율성 영역에서의 어려움과 갈등이 중심적인 역할을 한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현대의 정신의학적 분류는 이러한 불안의 기원에 대해 심층적인 이해하려는 시도를 하기보다는 현상학적인 분류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그리하여 불안을 어떤 의미가 있는 ‘증상’으로 보기보다는 하나의 ‘질병(illness)’으로만 취급하고 있다(Kernberg, 1996; Gabbard, 2000). DSM-Ⅳ(1994)와 같은 기술적인(descriptive) 정신의학적 개념화와 역동적인(dynamic) 정신분석적 개념화가 양립할 수 있지만, 이러한 기술적이고 현상학적인 입장에서 무시되고 있는 중요한 주제들 중의 하나는 내담자의 무의식적이고 심리내적인 갈등의 역할이라고 할 수 있다.
사고 억제
1) 사고 억제(thought suppression)
사람들에게는 각자가 선호하는 사고나 정서상태가 있으며, 이에 따라 원치 않는 사고를 억제하려고 시도하거나 불편한 정서 경험을 회피하고 억제하려고 시도할 수 있다. 또한 특정 과제에 주의집중하려고 하거나 고통으로부터 주의분산을 하는 식으로 자신의 심리 상태에 영향을 미치려고 한다. 하지만 자신의 마음을 통제하려는 시도는 종종 실패하는데, 이럴 경우 과장된 사고와 실패감을 동반하여 오히려 원치 않는 사고와 행동들이 침투적으로 발생하거나 재현될 수 있다. 이러한 좌절은 자존감에 위협이 되고 심리적이고 신체적인 질병을 유발할 수도 있다. 사고 억제는 ‘특정 사고에 대해 생각하지 않으려는 노력’으로 정의되는데(Wegner, Schneider, Carter, & White, 1987), 원치 않는 불편한 사고를 억제하려는 시도는 그러한 시도를 하지 않는 경우보다 오히려 그러한 사고에 더욱 집착하게 하는 역설적인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Wegner 등(1987)은 이러한 반동 효과(rebound effect)를 검증하는 실험을 하였다. 연구자들은 피험자들에게 흰곰(white bear)에 관한 생각을 하지 말라고 지시한 다음 사고의 흐름을 보고하면서 흰곰에 대한 생각이 일어날 때마다 벨을 울리라고 요구하였다. 실험 결과 처음부터 흰곰을 생각하도록 요구한 피험자들보다, 사고를 억제한 피험자들이 흰곰에 관한 생각을 더 많이 보고하였다. 특정한 사고를 억제하려는 노력은 일시적으로는 억제에 성공하지만, 뒤이은 시기에 표현하게 했을 때 역설적인 반동 효과라고 불리는 사고 빈도에서의 증가가 관찰되었다. 이렇게 특정 사고를 회피하려는 시도는 원치 않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사고 억제의 역설적 효과를 설명하는 가설에는 연합 가설(association hypothesis)과 접근가능성 가설(accessibility hypothesis)이 있으며(Wegner, 1994), 이후에 정서적 각성이 수반되는 사고를 억제했을 때 나타나는 역설적 효과를 설명하기 위해 정서적 접근가능성 가설(emotional accessibility hypothesis)이 제시되었다(Wegner & Gold, 1995).
우선 연합 가설은 사고를 억제하는 방략에 초점을 두었다. 사고 억제는 특정의 주의분산 사고를 사용하면서 시작되는데, 반복되는 억제 과정을 통해 원치 않는 사고와 주의분산 사고들 간의 연합이 형성되고, 억제하려고 하면 할수록 원치 않는 사고와 다른 생각이나 심상, 기억, 개념의 연합이 더욱 형성되어 결국에는 회피하려는 사고를 떠오르게 할 수 있는 커다란 세트의 인출 단서들이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사고 억제의 역설적 효과를 설명하는 다른 가설은 접근가능성 가설인데, 이 가정은 피험자들이 사고 억제를 시도할 때 피드백 기제로 작동하는 두 과정이 활성화된다고 보았다. 하나는 원하는 상태(즉, 원치 않는 사고가 떠오르지 않는 것)를 유지하는데 작동하는 통제 과정(의도적 작동 과정: intentional operating process)고, 다른 하나는 원하는 상태와 일관되지 않은 감각과 사고들을 동시에 검색하는 자동 과정(역설적 검색 과정: ironic monitoring process)이다. 의도적인 작동 과정은 의식적이고 노력이 필요하며 억제가 가능하고, 인지 부하나 스트레스, 불안 등에 의해 손상될 수 있다. 역설적인 검색 과정은 무의식적이고 노력이 덜 필요하며, 심리통제가 유지되는 한 억제되지 않고 인지 부하 등에 영향 받지 않으며 자동적으로 작동한다. 사람들이 불안한 경우에는 심리통제와 관련된 노력을 더욱 하게 되며, 이럴 경우 무의식적인 검색 과정에 의해 원치 않는 불편한 사고에 더욱 접근가능하게 될 것이다.
이후에 Wegner와 Gold(1995)는 정서적 각성이 수반되는 사고를 표적 사고로 사용한 사고 억제 연구에서 정서적 연합 가설과 대비되는 정서적 접근가능성 가설을 제시하였다. 이 가설에 의하면, 사고와 정서가 반드시 연합될 필요가 없고, 억제 이후에 침투적으로 경험되는 정서 관련 사고들이 정서적 접근가능성을 증가시켜서 역설적 효과가 나타난다는 것이다.
2) 마음의 통제(mental control)
불편하고 원치 않는 침투 사고(intrusive thought)를 억제하려는 시도 이외에도 기분, 정서, 느낌, 감각 등의 다양한 영역에서 심리통제가 행해질 수 있다. 이러한 심리통제는 양면을 가지고 있다. 심리 통제가 시도되지 않으면 사람들은 원치 않는 사고, 감정, 행동들로 고통 받게 된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심리 통제가 시도되면 의도하지 않은 심각한 부작용을 생성할 수 있다(Wegner & Pennbaker, 1993). 이러한 역설적인 효과는 사고 억제뿐만 아니라 주의집중, 기분 통제, 이완, 통증 통제, 수면, 자기 제시, 편견, 음주, 흡연, 체중 조절 등 다양한 영역에서 나타난다. 이와 관련된 연구들을 예시하면 다음과 같다.
스트레스나 불안과 같은 인지 부하가 있을 때에는 오히려 집중하게 한 경우가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정보에 대한 접근이 더 되지 않을 수 있다(Wegner & Erber, 1992). 기분 통제와 관련된 연구에서 평상 조건에서 긍정적인 기분을 얻으려고 시도한 사람은 실제로 더욱 긍정적이 되었지만, 인지 부하 조건에서는 이러한 기분 통제가 실패하여 원하는 기분과는 반대 기분들이 보고되었다(Wenzlaff, Wegner, & Klein, 1991). 이완하려는 시도도 이와 같이 종종 반대되는 결과를 야기한다(Wegner, Broome, & Blumberg, 1997). 그리고 불안장애 환자들은 불안한 상태를 피하려는 동기에서 불안을 통제하려는 시도를 빈번하게 하는데, 계속되는 불안 스트레스 때문에 불안 수준이 더 심화될 수 있다.
어떤 경우에는 고통 경험에 주의를 돌리기보다는 주의를 집중하는 것이 고통 경험을 감소시키는데 더 효과적이라는 연구가 있다(Sullivan, Rouse, & Bishop, 1997). Cioffi 와 Holloway(1993)는 피험자들에게 신체에 고통을 주고 나서 주의분산, 검색, 억제의 세가지 조건을 비교하였는데, 억제하도록 지시한 조건에서 고통의 회복이 가장 느렸다. 그러므로 신체 고통 감각이 있을 경우에 이러한 감각을 느끼지 않으려고 하기보다는 집중해서 느껴보는 것이 때로 통증 완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이다.
불면증이 있는 사람들은 잠을 자려는 시도를 하기보다는 오히려 깬 채로 머물러 있는 것이 더 잠이 오게 할 수 있다(Borkovec, 1982). 술을 마시려는 충동을 억제하려는 시도는 오히려 알코올과 관련된 정보에 대한 접근가능성을 증가시켰다는 연구도 있다(Palfai, Monti, Colby, & Rohsenow, 1997). 편견도 유사한 결과가 있다. 별다른 인지 부하가 없는 조건에서는 신념을 통제하려는 시도가 성공적이지만, 인지 부하조건에서는 특정 신념을 믿지 말라고 요구한 조건에서 오히려 편견의 정도가 가장 증가하였다(Macrae, Bodenhausen, Milne, & Jetten, 1994).
이렇게 불안이나 스트레스가 있는 인지 부하 조건에서는 의도적인 결과와는 반대되는 역설적인 효과가 다양한 영역에서 관찰된다. 그러므로 불편하고 원치않는 사고나 감정으로 스트레스를 받을 경우에는 오히려 이를 통제하려는 시도를 하지 않는 것이 통제 시도를 하는 것보다 불편감을 덜 경험하고 더 효율적으로 대처하는 것이라는 역설적인 시사를 하고 있다.
3) 사고통제 방략
원치 않는 사고를 통제하는 방략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최근 들어 원치 않는 침투 사고(intrusive thought)에 대한 인지적인 평가와 통제 방략에 관한 많은 연구들이 수행되었다. Wells와 Davies(1994)는 불안장애 환자들의 면접과 요인분석을 통해 원치 않는 사고를 통제하는 통제방략들을 제시하였다. 여기에는 크게 재평가, 사회적 방법, 걱정, 자기처벌, 주의분산 등의 요인들이 있다. 이중에서 걱정과 자기처벌은 불안에 대한 취약성이나 여러 정신병리 지표와 관련되었다. Freeston, Ladouceur, Thibodeau 및 Gagnon(1991, 1992)은 정상인을 대상으로 자신의 침투사고에 대해 어떤 통제 방략을 사용하는지를 연구하였다. 사람들은 최소 주의 집단, 지속 주의 집단, 회피 집단의 세 집단으로 분류되었는데, 최소 주의 방략에는 가만히 있기나 자기 안심 구하기 등이 있다. 지속 주의 방략은 끝까지 생각하기, 다른 사람에게 안심 구하기 등이다. 회피 방략에는 사고대치, 사고중지, 주의 돌리기 등이 있다. 결과를 보면 지속 주의나 회피 방략 집단은 최소 주의 집단에 비해 슬픔, 걱정, 죄책감, 거부감 등을 더 많이 보고하였다. 그러므로 이러한 연구 결과는 원치 않는 침투적 사고를 의도적으로 통제하려는 시도는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비효율적일 가능성을 시사하는데, 이는 일반적인 상식과는 대치되는 매우 역설적인 결과이다.
침투사고의 통제 방략과 관련하여 또 하나 주목할 점은 걱정(worry) 사고에 관한 것이다. 범불안장애의 특징적 사고는 걱정인데, 걱정이 많은 사람들은 주로 걱정하기(worrying)와 같은 통제 방략을 통해 대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상생활에서 실제적인 문제 해결을 하지 않고 걱정만 한다면 이 또한 매우 비효율적인 대처방략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인데, 걱정성향자들은 끊임없이 다양한 유형의 걱정만 하고 지내는 경향이 있으며, 또한 걱정에 대한 걱정 때문에 시달리는 모습을 보인다. 언뜻 보기에 걱정하기와 같은 방략은 사고 억제 시도와는 반대되는 통제 방략으로 보인다. 그러므로 실제 침투 사고에 있어 어떤 통제 방략을 하게 했을 때 침투 사고의 빈도가 어떻게 변화하는지에 대한 체계적이고 경험적인 연구도 필요할 것이다.
불안 장애와 사고 억제의 경험적 연구
불편하고 원치 않는 침투 사고는 강박장애, 범불안장애,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와 같은 불안장애와 건강염려증, 우울증 등 여러 심리장애에서 다양하게 나타나는 인지적인 현상이다. 강박장애 환자들은 성적인 내용의 생각, 공격적이거나 난폭한 행위에 대한 생각, 신성모독적이거나 도덕관념에 반하는 불경스러운 말이나 행위, 혐오스러운 장면이나 상황에 대한 생각, 오염 및 감염에 대한 생각 등 다양한 강박사고들(obsessions)이 반복적이고 지속적으로 떠오르는 것으로 인해 심한 불안과 불편감을 경험한다. 범불안장애 환자들은 직장이나 집안 일, 가족의 건강 등 일상생활에 관련된 것들에 대해 과도한 걱정을 하는 경향이 있다. 이들은 미래에 대한 불길한 기대와 염려를 하며 항상 걱정에 시달린다.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환자들은 천재지변이나 교통 사고, 폭행과 같은 외상적 사건을 경험한 후에 이와 관련된 고통스러운 침투 사고를 지속적으로 반복해서 경험한다. 건강염려증 환자들은 뚜렷한 근거없이 신체적으로 심각한 질병(암이나 에이즈)에 걸렸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경향이 있다.
침투 사고는 강박장애를 비롯한 다양한 불안장애에서 나타나며, 거의 모든 정상인들도 경험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그러므로 침투 사고는 특정 심리장애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며, 의도와는 무관하게 원치 않는 생각들이 반복해서 발생하는 인지적 현상에 관한 포괄적인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Wegner 등(1987)의 연구를 효시로 지금까지 수행된 사고 억제의 역설적 효과에 관한 연구들은 일관적이지 않고 다양한 결과들이 나타나고 있다. 침투 사고의 억제 연구들에서도 역시 다양한 결과들이 나타나고 있는데, 필자는 침투 사고 유형과 개인 성향에 따른 차이, 통제 방략에 따른 차이, 실험 절차에 따른 차이, 종속 측정치에서의 차이 등 다양한 원인에 기인하는 것으로 보았다(이용승, 2000), 여기에서는 이와 관련된 자세한 언급을 하지는 않을 것인데, 다만 앞서 소개한 세 번째 가설인 정서적 접근가능성 가설을 침투 사고의 억제 연구에 적용시켜서, 침투 사고와 같이 자기관련성이 높고 정서적 각성이 수반되는 사고를 억제하게 했을 때에는 자기보고에서는 역설적 효과가 나타나지 않더라도, 피부전도수준(SCL)과 같은 생리적인 측정치에 반영될 가능성을 검토하려고 하였다. 침투 사고의 억제에 관한 선행 연구들은 이러한 측면에 대한 고려가 부족하였다.
정서 반응의 통제는 피부전도 활동과 관련된다고 알려졌다(Fowles, 1980). Gross와 Levenson(1993)은 정서 억제 효과를 연구하였는데, 혐오적인 내용의 영화를 본 다음에 이와 관련된 느낌을 억제하도록 지시한 피험자들은 주관적인 자기보고 측정치에서는 별다른 변화가 없었으나, 행동 지표인 눈깜박임이 증가하였고, 교감 신경계의 활성화와 관련하여 피부전도수준이 증가하고 손가락맥박이 감소하였다. Barger, Kircher 및 Croyle(1997)의 연구에서도 피부전도 반응은 스트레스를 주는 과제를 수행할 때에 억압적인 대처 방식을 사용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잘 변별하는 측정치였다. Pennebaker, Huges 및 O'Heeron(1997)의 연구에서도 피부전도수준은 행동 억제와 관련되었다.
또한 Wegner와 Gold(1995)는 생리 측정치에서는 억제의 역설적 효과가 나타나지만 자기보고에서 역설적 효과가 나타나지 않은 것은 방어적인 억제(defensive suppression) 가능성을 고려해야한다고 주장하였다. 자기보고와 생리적인 측정치 간 괴리와 관련된 방어적인 측면은 다양한 연구들에서 발견된다(Wegner & Gold, 1995). Adams, Wright 및 Lohr(1996)의 연구에서 연구자들은 동성애를 혐오하는 남자들(동성애 공포증 집단)과 그렇지 않은 남자들에게 성관계 비디오를 보여주고, 이들의 주관적인 성적 각성 수준, 발기 정도를 평가하게 하였으며, 이와 동시에 실제 발기를 측정하였다. 두 집단 모두 이성간 성관계와 레즈비언 간 성관계에 대해 발기 반응이 증가하였다. 하지만 동성 간 성관계에 대해서는 동성애 공포증 집단만이 증가된 발기 반응을 보였으며, 주관적인 성적 각성은 과소평가되는 경향이 있었다. 즉, 동성애 공포증을 보이는 남자들은 동성 간 성관계에 대한 각성이 있지만, 이러한 흥분을 자각하지 못하거나 부인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사고 억제는 일종의 방어적인 대처과정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Newmann, Duff 및 Baumeister(1997)는 방어적인 투사(projection)에 관한 새로운 조망을 하였다. 연구자들은 성격 특성에 관한 거짓 피드백을 주고서, 위협적인 피드백을 의도적으로 억제하도록 지시하였다. 이후에 화면에 나타난 모호한 표적 인물의 성격을 판단하게 하였는데, 사람들은 표적 인물이 자신이 억제한 바람직하지 않은 성격 특성을 가지고 있다고 판단하는 경향이 있었다. 즉, 바람직하지 않은 특성에 대한 능동적인 사고 억제는 결국 원치 않는 특성들에 대해 자동적으로 접근가능하게 하며, 결과적으로 이러한 특성들은 다른 사람의 행동을 해석하는데 사용될 수 있다. 이렇게 방어적인 투사가 심리학적인 개념화와 실험을 통해 확인될 수 있다면, 투사를 방어기제로 활용하는 많은 정신병리 현상들에 대한 새로운 과학적인 접근이 가능할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필자는 걱정이나 강박사고와 같은 침투 사고의 억제에 관한 연구를 하였는데(이용승, 2000), 기존의 연구들에서 나타난 다양하고 복잡한 연구 결과들을 다각적으로 검토하였다. 본고에서는 불안과 강박사고와 같은 침투사고 억제의 역설적 효과에만 주안점을 둘 것인데, 우선 범불안장애 환자들이 주로 보이는 침투 사고인 걱정과 관련하여 걱정성향 집단과 그렇지 않은 집단의 결과를 비교하였다.
결과를 보면, 침투 사고를 억제하게 했을 때 걱정성향 집단은 자기보고에서 역설적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고(그림 1), 피부전도수준에서는 침투사고 억제의 역설적인 효과가 유의미하게 나타났다(그림 2). 즉, 걱정성향 집단은 침투사고를 억제한 이후에 피부전도수준이 증가하였다.
그림 1. 억제 조건의 침투사고(걱정) 빈도
그림 2. 억제 조건의 피부전도수준 변화
강박사고 억제의 역설적 효과를 알아본 연구에서는 가설과는 달리 강박성향 집단의 경우 불안 유발이나 스트레스를 조작했을 때에도 자기보고나 피부전도수준에서 이러한 역설적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 다만 강박사고의 발생과 지속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알려진 책임감 변인을 고려했을 때에는 결과가 달라졌는데, 책임감이 높은 사람은 강박사고를 억제한 이후에 강박사고의 보고가 증가하는 역설적 효과가 나타났다(그림 3). 강박성향자들도 강박사고의 억제 이후에 강박사고의 보고가 증가하였다. 하지만 피부전도수준에서는 책임감이나 강박성향과 관련된 역설적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그림 4).
그림 3. 책임감에 따른 억제 조건의 강박사고 빈도
그림 4. 조건에 따른 피부전도수준 변화
대학생 강박성향 피험자들과는 달리 실제 대학병원에서 치료받고 있는 강박장애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다른 결과를 보였는데, 자기보고에서는 역설적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고(그림 5), 피부전도수준에서 역설적 효과가 나타났다(그림 6).
그림 5. 시기에 따른 강박사고 빈도
그림 6. 시기에 따른 피부전도수준 변화
이러한 결과들을 종합해보면, 걱정성향자들이 경험하는 걱정이나 강박장애 환자들이 경험하는 강박사고처럼 자기관련성이 높고 정서적 각성이 수반되는 침투 사고를 억제하게 했을 때, 자기보고에서는 역설적 효과가 잘 나타나지 않았지만, 피부전도수준이 증가하는 역설적 효과가 나타났다(정서적 반동 효과). 그리고 대학생이 경험하는 강박사고처럼 자기관련성이 있지만 정서적 각성이 비교적 수반되지 않는 침투 사고를 억제하게 했을 때, 피부전도수준에서는 역설적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지만, 자기보고에서 역설적 효과가 나타났다고 볼 수 있다(인지적 반동 효과).
한편 침투사고 유형에 따라 통제 방략이 다를 수 있는데, 걱정성향자들은 걱정이 대부분인 침투사고에 집중하게 했을 때 침투사고를 많이 보고하였지만, 집중 이후에 피부전도수준이 오히려 감소하였다(그림 7). 이러한 측면은 걱정성향자들이 걱정하기(worrying)와 같은 통제 방략을 통해 걱정과 관련된 부정적 정서 경험을 차단한다는 Borkovec(1994)의 주장을 지지한다. 걱정성향자들은 실제 문제해결 행동을 하기보다는 걱정만 하면서 지내는 경향이 있는데, 이러한 대처 방식은 심리내적인 불안이나 긴장을 완화시키려는 방략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림 7. 집중 조건의 피부전도수준 변화
한편 침투 사고와 관련된 불편감이나 정서적 각성 등을 완화하려는 다양한 시도는 신체적인 건강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고 억제와 면역 기능에 관한 한 연구에서 정서적 주제와 관련된 이야기를 억제하도록 한 피험자들은 T 임파구 수준이 감소하였고(Petrie, Booth, & Pennbaker, 1998), 혐오적인 정서 경험을 억제하도록 요구한 피험자들은 교감 신경계의 활성화와 관련된 생리적 반응들이 나타났다(Gross & Levenson, 1993). 그리고 만성적으로 정서 경험을 억제하는 사람들은 심리적이고 신체적인 질병을 유발하는 경향이 있다고 알려졌으며(Pennbaker et al., 1987), 분노와 적대감의 억제는 고혈압과 관상 심장 질환과 관련되고(Gross et al., 1993), 정서 억제는 암의 유발과 진행과도 관련이 있다는 연구들이 있다(이민선, 1997). 이렇게 비효율적인 억제 시도가 계속될 경우, 인지적 처리 효율성이 손상되고 적응적인 활동이 어려울 수 있으며, 자기조절 실패나 자존감 저하와 관련하여 상당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을 것이다.
사고 억제의 다양한 측면은 자기 조절 시도와도 관련이 많아 보인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경험할 수 있는 여러 부정적인 정서 상태를 단지 불편하다는 이유로 무조건 억제하려는 시도를 하기보다는, (부정적인 생각이나 원치 않는 생각이 떠오를 때에도) 자신의 경험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버티려고 노력해야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대개 견디기 어렵고 힘들기 때문에 일시적으로 억제하거나 자신의 경험이 아닌 것으로 내몰 수 있겠지만, 지속적으로 이런 식으로 대처하거나 회피할 경우에는 오히려 이러한 사고가 침투적으로 발생하게 되고 심리장애로 진행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자신의 내적인 경험에 대해 보다 정직하고 진실되게 들여다볼 수 있는 반성적인 태도와 용기가 필요하다. 또한 이러한 상태가 유발된 구체적인 상황이나 자극을 들여다보고 문제해결적인 능동적인 시도를 해야 할 것이다. 물론 이러한 자기 조절은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수용하고 적절히 해결해나갈 수 있다는 자신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이루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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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출처 http://www.psychoanalysis.co.kr/materials/view.php?board_idx=2071&page=1&article_num=10
저자 : 이용승
제목 : 불안과 사고억제(thought suppression)에 대하여
출처 : 숙명여자대학교 창학 100주년 기념 학생생활상담소 학술발표회
인간의 불안과 자기조절 문제 - 정신분석적 이해 -
불안의 의미
세상 경험을 심리적으로 조직화하고 추스르는 능력이 발달하기 이전의 어린 시절에는 사소한 좌절이나 위협에도 쉽게 불안감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성인이 되어서도 자연재해나 전쟁과 같은 엄청난 사건을 경험하면 누구나 심한 불안을 느낀다. 이렇게 실제 위협에 대처할 수 있는 자아 능력이 너무 취약하거나, 위협적인 자극의 강도가 너무 강할 때에는 누구나 불안을 경험할 수 있다(Mentzos, 1982). 이러한 위험이나 위협을 예상하는 반응은 인간의 생존 과정에서 필수적인 요소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위험의 예상이 객관적으로 구체적인 대상과 불일치하고 모호한 성질을 띌 경우에는 역기능적으로 작용하게 된다. 즉, 위험이 사라진 경우에도 계속해서 경계 태세가 지속될 수 있고, 어떻게 대처해야할 지 모르고 방향 감각을 잃을 수도 있다. 급성적이고 강렬한 형태의 불안을 경험할 경우에는 마치 통제 불가능한 두려움과 공포에 의해 압도되는 느낌 받는다. 이러한 심한 불안을 경험하는 사람은 생존이 위태롭다고 느끼고, 심한 경우 미치거나 죽을 것 같은 느낌과 함께 다양한 신체 반응들을 수반한다. 이렇게 불안은 다양한 반응으로 나타나고 모든 심리장애에서 나타날 수 있다.
Freud(1926)는 모호하고 근거없는 불안이 구체적인 공포를 억압(repression)한데에서 생겨난 것이라고 보았다. 즉, 억압으로 인해 공포 반응이 구체적인 내용을 잃고 모호한 불안 반응으로 퇴행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억압과 같은 심리 작용은 두려운 정서 상태를 참지 못하는 과정에서 진행된다. 그리하여 참기 어렵고 불쾌한 정서 상태는 무의식화와 억압을 가동시키고, 그럼으로써 공포는 그 구체적인 내용을 빼앗긴다. 여기에는 이별과 상실로 인한 심리적인 고통, 자기상실감, 수치심과 죄책감 등이 있다(윤순임, 1995).
급성적이고 강렬한 형태의 불안은 Freud가 “외상 불안(traumatic anxiety)”이라고 불렀다. 그것은 통제불가능한 두려움, 공포에 의해 압도되는 느낌을 받는다. 보다 약한 형태의 불안은 외상 불안의 잠재적인 시작을 신호(signal)하는 것으로 Freud는 보았다. 자아 정동(affect)으로 간주되는 이러한 신호는 불안을 감소시키기 위해 자동적으로 방어들을 일으키는 경우이다. 일종의 예기 불안인 신호 불안(signal anxiety)은 발달적인 성취라고 볼 수 있다. 많은 경우 불안은 현실적이고 외적인 위험에 대한 반응이 아니다. 불안에서 위험의 본질은 내적인 것으로, 특히 위험하다고 가정된 무의식적인 소망과 관련된다. 전형적인 위험 상황으로는 사랑하는 대상(love object)의 상실, 대상으로부터의 사랑(love)의 상실, 거세 불안, 초자아 불안이나 죄책감 등이 있다(Gabbard, 2000). 그밖에 소멸(annihilation) 불안이나 와해(disintegration) 불안, 피해(persecutory) 불안과 같은 아주 원초적인 형태의 불안도 있을 수 있다.
초기 유아기에 자아는 쉽게 자극에 압도되지만, “유아는 외부의 지각가능한 대상이 위험한 상황을 끝낼 수 있다는 것을 경험함으로써.... 두려워하는 위험의 내용이 자신을 압도하는 두려움으로부터 그러한 상황을 결정하는 조건, 즉 대상의 상실로 바뀌게 된다는 것을 알게 된다”고 Freud(1926)는 기술하고 있다. 유아의 자아는 무기력하기 때문에 대상이 불안을 조절하는 과제를 갖게 되는데, 자아 기능의 결함은 추동 충동의 강도와, 유아의 상태를 조절하는데 있어 대상이 성공적이지 못한 것 둘 다에 기인한다. 이러한 자아 기능에서의 결함과 퇴행은 불안 신호의 효과적인 작동을 손상시켜서 외상 불안에 더욱 취약하게 만들 수 있다. 이러한 경우 자아는 불안을 제대로 담아내지 못하고, 다양한 심리 증상들이 발달할 수 있다. 그러므로 심리 증상은 금지된 소망과 이러한 소망이 자각되고 표현되는 것을 방어하려는 시도에서 표현된다. 불안에 대한 민감성, 불안을 감내하는 능력, 불안에 방어하는 방식에는 개인차가 있다. 다양한 심리 증상들과 방어적인 행동들, 예를 들어 억압(repression), 부인(denial), 투사(projection), 고립화(isolation)와 같은 다양한 방어기제(defense mechanism)들, 특정 상황이나 생각을 회피하는 행동이나 관계를 잘 맺지 못하는 것 등은 이러한 불안에 근거한다고 볼 수 있다. 심리치료를 통해 이러한 무의식적인 불안이 의식되어 경험되거나 외현적인 불안 뒤에 숨어 있는 무의식적인 불안을 제대로 파악하고 이해하게 되면 자신의 근거 없는 신경증적 불안이 경감되고 자유로와지는 경우를 본다. 이렇게 무의식적인 불안은 한 인간의 심리역동(psychodynamic)에서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 따라서 이를 제대로 인식하고 통찰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할 것이다.
방어적인 행동 뿐만 아니라 성격 양상이나 자아 억제(suppression)의 발달 등도 모두 불안에 대처하는 방식의 표현, 감내할만한 불안 수준에서 추동 만족을 달성하는 타협 수단으로 간주된다. 이러한 공식화에서 불안은 모든 행동에서 중심적이고 조절적인 역할을 한다. 심리 증상은 리비도적이고 공격적인 소망의 만족과 관련된 위험을 느끼는 것과 관련된다. 어떤 사람은 이러한 만족이 파국적인 결과들을 야기한다고 판단한다. 예를 들어 광장공포증이 주된 증상인 사람의 경우, 추동 만족과 관련된 불안은 집을 떠나는 것과 대체되고 투사되어서, 그냥 집에 있는 것이 공황발작이 일어나는 것을 피할 수 있다. 그러므로 불안 증상은 무의식적인 소망들이 자각되고 활동하는 것을 막는 억압과 방어의 실패를 가리키며, 기저의 갈등을 자각하는 것에 대한 방어라고 할 수 있다.
Freud(1916, 1917)의 공식화 이후로 불안에 관한 다양한 정신분석적 이론들이 있어 왔는데, 이들은 불안 증상을 리비도적이고 공격적인 추동과 초자아(superego)의 처벌적인 위협 사이에 발생하는 심리내적 갈등(intrapsychic conflict)의 결과로 생각하기보다는, 분리-개별화(separation-individuation)와 같은 발달적인 도전(Mahler, Pine, & Bergman, 1975), 타인과의 실제적이고 내재화된 대상관계(Fairbairn, 1952; Guntrip, 1968), 자기 응집감(cohesion)과 관련된 갈등(Kohut, 1971) 등으로 보았다. 예를 들어, Kohut은 성격 기능에서의 상위 요인으로 자기(self)를 중요하게 보았는데, 그에 의하면 강한 불안의 주된 원천은 자기 응집감의 파편화(fragmentation)나 상실에 대한 두려움과 관련된다. 현재의 정신분석적인 임상가들은 추동이론, 자아심리학(ego psychology), 대상관계이론(object relations theory), 자기심리학(self psychology) 모두를 내담자를 이해하는데 유용하고, 잠재적인 지침으로 간주한다. 어떤 조망이 광장공포증이나 공황 장애와 같은 불안장애의 임상적인 이해와 해석에 더 강조가 두어지는지는 치료자가 선호하는 이론적인 입장과 내담자의 상태에 달려있다.
해석적인 강조점과는 무관하게, 모든 임상가들은 일련의 증상들을 구체적으로 탐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이러한 지식들은 치료자로 하여금 불안장애의 개별적인 의미를 이해하는데 도울 것이다. 예를 들어, 광장공포증의 경우 대부분의 임상 경험에서 분리-개별화와 자율성 영역에서의 어려움과 갈등이 중심적인 역할을 한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현대의 정신의학적 분류는 이러한 불안의 기원에 대해 심층적인 이해하려는 시도를 하기보다는 현상학적인 분류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그리하여 불안을 어떤 의미가 있는 ‘증상’으로 보기보다는 하나의 ‘질병(illness)’으로만 취급하고 있다(Kernberg, 1996; Gabbard, 2000). DSM-Ⅳ(1994)와 같은 기술적인(descriptive) 정신의학적 개념화와 역동적인(dynamic) 정신분석적 개념화가 양립할 수 있지만, 이러한 기술적이고 현상학적인 입장에서 무시되고 있는 중요한 주제들 중의 하나는 내담자의 무의식적이고 심리내적인 갈등의 역할이라고 할 수 있다.
사고 억제
1) 사고 억제(thought suppression)
사람들에게는 각자가 선호하는 사고나 정서상태가 있으며, 이에 따라 원치 않는 사고를 억제하려고 시도하거나 불편한 정서 경험을 회피하고 억제하려고 시도할 수 있다. 또한 특정 과제에 주의집중하려고 하거나 고통으로부터 주의분산을 하는 식으로 자신의 심리 상태에 영향을 미치려고 한다. 하지만 자신의 마음을 통제하려는 시도는 종종 실패하는데, 이럴 경우 과장된 사고와 실패감을 동반하여 오히려 원치 않는 사고와 행동들이 침투적으로 발생하거나 재현될 수 있다. 이러한 좌절은 자존감에 위협이 되고 심리적이고 신체적인 질병을 유발할 수도 있다. 사고 억제는 ‘특정 사고에 대해 생각하지 않으려는 노력’으로 정의되는데(Wegner, Schneider, Carter, & White, 1987), 원치 않는 불편한 사고를 억제하려는 시도는 그러한 시도를 하지 않는 경우보다 오히려 그러한 사고에 더욱 집착하게 하는 역설적인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Wegner 등(1987)은 이러한 반동 효과(rebound effect)를 검증하는 실험을 하였다. 연구자들은 피험자들에게 흰곰(white bear)에 관한 생각을 하지 말라고 지시한 다음 사고의 흐름을 보고하면서 흰곰에 대한 생각이 일어날 때마다 벨을 울리라고 요구하였다. 실험 결과 처음부터 흰곰을 생각하도록 요구한 피험자들보다, 사고를 억제한 피험자들이 흰곰에 관한 생각을 더 많이 보고하였다. 특정한 사고를 억제하려는 노력은 일시적으로는 억제에 성공하지만, 뒤이은 시기에 표현하게 했을 때 역설적인 반동 효과라고 불리는 사고 빈도에서의 증가가 관찰되었다. 이렇게 특정 사고를 회피하려는 시도는 원치 않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사고 억제의 역설적 효과를 설명하는 가설에는 연합 가설(association hypothesis)과 접근가능성 가설(accessibility hypothesis)이 있으며(Wegner, 1994), 이후에 정서적 각성이 수반되는 사고를 억제했을 때 나타나는 역설적 효과를 설명하기 위해 정서적 접근가능성 가설(emotional accessibility hypothesis)이 제시되었다(Wegner & Gold, 1995).
우선 연합 가설은 사고를 억제하는 방략에 초점을 두었다. 사고 억제는 특정의 주의분산 사고를 사용하면서 시작되는데, 반복되는 억제 과정을 통해 원치 않는 사고와 주의분산 사고들 간의 연합이 형성되고, 억제하려고 하면 할수록 원치 않는 사고와 다른 생각이나 심상, 기억, 개념의 연합이 더욱 형성되어 결국에는 회피하려는 사고를 떠오르게 할 수 있는 커다란 세트의 인출 단서들이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사고 억제의 역설적 효과를 설명하는 다른 가설은 접근가능성 가설인데, 이 가정은 피험자들이 사고 억제를 시도할 때 피드백 기제로 작동하는 두 과정이 활성화된다고 보았다. 하나는 원하는 상태(즉, 원치 않는 사고가 떠오르지 않는 것)를 유지하는데 작동하는 통제 과정(의도적 작동 과정: intentional operating process)고, 다른 하나는 원하는 상태와 일관되지 않은 감각과 사고들을 동시에 검색하는 자동 과정(역설적 검색 과정: ironic monitoring process)이다. 의도적인 작동 과정은 의식적이고 노력이 필요하며 억제가 가능하고, 인지 부하나 스트레스, 불안 등에 의해 손상될 수 있다. 역설적인 검색 과정은 무의식적이고 노력이 덜 필요하며, 심리통제가 유지되는 한 억제되지 않고 인지 부하 등에 영향 받지 않으며 자동적으로 작동한다. 사람들이 불안한 경우에는 심리통제와 관련된 노력을 더욱 하게 되며, 이럴 경우 무의식적인 검색 과정에 의해 원치 않는 불편한 사고에 더욱 접근가능하게 될 것이다.
이후에 Wegner와 Gold(1995)는 정서적 각성이 수반되는 사고를 표적 사고로 사용한 사고 억제 연구에서 정서적 연합 가설과 대비되는 정서적 접근가능성 가설을 제시하였다. 이 가설에 의하면, 사고와 정서가 반드시 연합될 필요가 없고, 억제 이후에 침투적으로 경험되는 정서 관련 사고들이 정서적 접근가능성을 증가시켜서 역설적 효과가 나타난다는 것이다.
2) 마음의 통제(mental control)
불편하고 원치 않는 침투 사고(intrusive thought)를 억제하려는 시도 이외에도 기분, 정서, 느낌, 감각 등의 다양한 영역에서 심리통제가 행해질 수 있다. 이러한 심리통제는 양면을 가지고 있다. 심리 통제가 시도되지 않으면 사람들은 원치 않는 사고, 감정, 행동들로 고통 받게 된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심리 통제가 시도되면 의도하지 않은 심각한 부작용을 생성할 수 있다(Wegner & Pennbaker, 1993). 이러한 역설적인 효과는 사고 억제뿐만 아니라 주의집중, 기분 통제, 이완, 통증 통제, 수면, 자기 제시, 편견, 음주, 흡연, 체중 조절 등 다양한 영역에서 나타난다. 이와 관련된 연구들을 예시하면 다음과 같다.
스트레스나 불안과 같은 인지 부하가 있을 때에는 오히려 집중하게 한 경우가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정보에 대한 접근이 더 되지 않을 수 있다(Wegner & Erber, 1992). 기분 통제와 관련된 연구에서 평상 조건에서 긍정적인 기분을 얻으려고 시도한 사람은 실제로 더욱 긍정적이 되었지만, 인지 부하 조건에서는 이러한 기분 통제가 실패하여 원하는 기분과는 반대 기분들이 보고되었다(Wenzlaff, Wegner, & Klein, 1991). 이완하려는 시도도 이와 같이 종종 반대되는 결과를 야기한다(Wegner, Broome, & Blumberg, 1997). 그리고 불안장애 환자들은 불안한 상태를 피하려는 동기에서 불안을 통제하려는 시도를 빈번하게 하는데, 계속되는 불안 스트레스 때문에 불안 수준이 더 심화될 수 있다.
어떤 경우에는 고통 경험에 주의를 돌리기보다는 주의를 집중하는 것이 고통 경험을 감소시키는데 더 효과적이라는 연구가 있다(Sullivan, Rouse, & Bishop, 1997). Cioffi 와 Holloway(1993)는 피험자들에게 신체에 고통을 주고 나서 주의분산, 검색, 억제의 세가지 조건을 비교하였는데, 억제하도록 지시한 조건에서 고통의 회복이 가장 느렸다. 그러므로 신체 고통 감각이 있을 경우에 이러한 감각을 느끼지 않으려고 하기보다는 집중해서 느껴보는 것이 때로 통증 완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이다.
불면증이 있는 사람들은 잠을 자려는 시도를 하기보다는 오히려 깬 채로 머물러 있는 것이 더 잠이 오게 할 수 있다(Borkovec, 1982). 술을 마시려는 충동을 억제하려는 시도는 오히려 알코올과 관련된 정보에 대한 접근가능성을 증가시켰다는 연구도 있다(Palfai, Monti, Colby, & Rohsenow, 1997). 편견도 유사한 결과가 있다. 별다른 인지 부하가 없는 조건에서는 신념을 통제하려는 시도가 성공적이지만, 인지 부하조건에서는 특정 신념을 믿지 말라고 요구한 조건에서 오히려 편견의 정도가 가장 증가하였다(Macrae, Bodenhausen, Milne, & Jetten, 1994).
이렇게 불안이나 스트레스가 있는 인지 부하 조건에서는 의도적인 결과와는 반대되는 역설적인 효과가 다양한 영역에서 관찰된다. 그러므로 불편하고 원치않는 사고나 감정으로 스트레스를 받을 경우에는 오히려 이를 통제하려는 시도를 하지 않는 것이 통제 시도를 하는 것보다 불편감을 덜 경험하고 더 효율적으로 대처하는 것이라는 역설적인 시사를 하고 있다.
3) 사고통제 방략
원치 않는 사고를 통제하는 방략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최근 들어 원치 않는 침투 사고(intrusive thought)에 대한 인지적인 평가와 통제 방략에 관한 많은 연구들이 수행되었다. Wells와 Davies(1994)는 불안장애 환자들의 면접과 요인분석을 통해 원치 않는 사고를 통제하는 통제방략들을 제시하였다. 여기에는 크게 재평가, 사회적 방법, 걱정, 자기처벌, 주의분산 등의 요인들이 있다. 이중에서 걱정과 자기처벌은 불안에 대한 취약성이나 여러 정신병리 지표와 관련되었다. Freeston, Ladouceur, Thibodeau 및 Gagnon(1991, 1992)은 정상인을 대상으로 자신의 침투사고에 대해 어떤 통제 방략을 사용하는지를 연구하였다. 사람들은 최소 주의 집단, 지속 주의 집단, 회피 집단의 세 집단으로 분류되었는데, 최소 주의 방략에는 가만히 있기나 자기 안심 구하기 등이 있다. 지속 주의 방략은 끝까지 생각하기, 다른 사람에게 안심 구하기 등이다. 회피 방략에는 사고대치, 사고중지, 주의 돌리기 등이 있다. 결과를 보면 지속 주의나 회피 방략 집단은 최소 주의 집단에 비해 슬픔, 걱정, 죄책감, 거부감 등을 더 많이 보고하였다. 그러므로 이러한 연구 결과는 원치 않는 침투적 사고를 의도적으로 통제하려는 시도는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비효율적일 가능성을 시사하는데, 이는 일반적인 상식과는 대치되는 매우 역설적인 결과이다.
침투사고의 통제 방략과 관련하여 또 하나 주목할 점은 걱정(worry) 사고에 관한 것이다. 범불안장애의 특징적 사고는 걱정인데, 걱정이 많은 사람들은 주로 걱정하기(worrying)와 같은 통제 방략을 통해 대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상생활에서 실제적인 문제 해결을 하지 않고 걱정만 한다면 이 또한 매우 비효율적인 대처방략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인데, 걱정성향자들은 끊임없이 다양한 유형의 걱정만 하고 지내는 경향이 있으며, 또한 걱정에 대한 걱정 때문에 시달리는 모습을 보인다. 언뜻 보기에 걱정하기와 같은 방략은 사고 억제 시도와는 반대되는 통제 방략으로 보인다. 그러므로 실제 침투 사고에 있어 어떤 통제 방략을 하게 했을 때 침투 사고의 빈도가 어떻게 변화하는지에 대한 체계적이고 경험적인 연구도 필요할 것이다.
불안 장애와 사고 억제의 경험적 연구
불편하고 원치 않는 침투 사고는 강박장애, 범불안장애,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와 같은 불안장애와 건강염려증, 우울증 등 여러 심리장애에서 다양하게 나타나는 인지적인 현상이다. 강박장애 환자들은 성적인 내용의 생각, 공격적이거나 난폭한 행위에 대한 생각, 신성모독적이거나 도덕관념에 반하는 불경스러운 말이나 행위, 혐오스러운 장면이나 상황에 대한 생각, 오염 및 감염에 대한 생각 등 다양한 강박사고들(obsessions)이 반복적이고 지속적으로 떠오르는 것으로 인해 심한 불안과 불편감을 경험한다. 범불안장애 환자들은 직장이나 집안 일, 가족의 건강 등 일상생활에 관련된 것들에 대해 과도한 걱정을 하는 경향이 있다. 이들은 미래에 대한 불길한 기대와 염려를 하며 항상 걱정에 시달린다.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환자들은 천재지변이나 교통 사고, 폭행과 같은 외상적 사건을 경험한 후에 이와 관련된 고통스러운 침투 사고를 지속적으로 반복해서 경험한다. 건강염려증 환자들은 뚜렷한 근거없이 신체적으로 심각한 질병(암이나 에이즈)에 걸렸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경향이 있다.
침투 사고는 강박장애를 비롯한 다양한 불안장애에서 나타나며, 거의 모든 정상인들도 경험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그러므로 침투 사고는 특정 심리장애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며, 의도와는 무관하게 원치 않는 생각들이 반복해서 발생하는 인지적 현상에 관한 포괄적인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Wegner 등(1987)의 연구를 효시로 지금까지 수행된 사고 억제의 역설적 효과에 관한 연구들은 일관적이지 않고 다양한 결과들이 나타나고 있다. 침투 사고의 억제 연구들에서도 역시 다양한 결과들이 나타나고 있는데, 필자는 침투 사고 유형과 개인 성향에 따른 차이, 통제 방략에 따른 차이, 실험 절차에 따른 차이, 종속 측정치에서의 차이 등 다양한 원인에 기인하는 것으로 보았다(이용승, 2000), 여기에서는 이와 관련된 자세한 언급을 하지는 않을 것인데, 다만 앞서 소개한 세 번째 가설인 정서적 접근가능성 가설을 침투 사고의 억제 연구에 적용시켜서, 침투 사고와 같이 자기관련성이 높고 정서적 각성이 수반되는 사고를 억제하게 했을 때에는 자기보고에서는 역설적 효과가 나타나지 않더라도, 피부전도수준(SCL)과 같은 생리적인 측정치에 반영될 가능성을 검토하려고 하였다. 침투 사고의 억제에 관한 선행 연구들은 이러한 측면에 대한 고려가 부족하였다.
정서 반응의 통제는 피부전도 활동과 관련된다고 알려졌다(Fowles, 1980). Gross와 Levenson(1993)은 정서 억제 효과를 연구하였는데, 혐오적인 내용의 영화를 본 다음에 이와 관련된 느낌을 억제하도록 지시한 피험자들은 주관적인 자기보고 측정치에서는 별다른 변화가 없었으나, 행동 지표인 눈깜박임이 증가하였고, 교감 신경계의 활성화와 관련하여 피부전도수준이 증가하고 손가락맥박이 감소하였다. Barger, Kircher 및 Croyle(1997)의 연구에서도 피부전도 반응은 스트레스를 주는 과제를 수행할 때에 억압적인 대처 방식을 사용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잘 변별하는 측정치였다. Pennebaker, Huges 및 O'Heeron(1997)의 연구에서도 피부전도수준은 행동 억제와 관련되었다.
또한 Wegner와 Gold(1995)는 생리 측정치에서는 억제의 역설적 효과가 나타나지만 자기보고에서 역설적 효과가 나타나지 않은 것은 방어적인 억제(defensive suppression) 가능성을 고려해야한다고 주장하였다. 자기보고와 생리적인 측정치 간 괴리와 관련된 방어적인 측면은 다양한 연구들에서 발견된다(Wegner & Gold, 1995). Adams, Wright 및 Lohr(1996)의 연구에서 연구자들은 동성애를 혐오하는 남자들(동성애 공포증 집단)과 그렇지 않은 남자들에게 성관계 비디오를 보여주고, 이들의 주관적인 성적 각성 수준, 발기 정도를 평가하게 하였으며, 이와 동시에 실제 발기를 측정하였다. 두 집단 모두 이성간 성관계와 레즈비언 간 성관계에 대해 발기 반응이 증가하였다. 하지만 동성 간 성관계에 대해서는 동성애 공포증 집단만이 증가된 발기 반응을 보였으며, 주관적인 성적 각성은 과소평가되는 경향이 있었다. 즉, 동성애 공포증을 보이는 남자들은 동성 간 성관계에 대한 각성이 있지만, 이러한 흥분을 자각하지 못하거나 부인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사고 억제는 일종의 방어적인 대처과정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Newmann, Duff 및 Baumeister(1997)는 방어적인 투사(projection)에 관한 새로운 조망을 하였다. 연구자들은 성격 특성에 관한 거짓 피드백을 주고서, 위협적인 피드백을 의도적으로 억제하도록 지시하였다. 이후에 화면에 나타난 모호한 표적 인물의 성격을 판단하게 하였는데, 사람들은 표적 인물이 자신이 억제한 바람직하지 않은 성격 특성을 가지고 있다고 판단하는 경향이 있었다. 즉, 바람직하지 않은 특성에 대한 능동적인 사고 억제는 결국 원치 않는 특성들에 대해 자동적으로 접근가능하게 하며, 결과적으로 이러한 특성들은 다른 사람의 행동을 해석하는데 사용될 수 있다. 이렇게 방어적인 투사가 심리학적인 개념화와 실험을 통해 확인될 수 있다면, 투사를 방어기제로 활용하는 많은 정신병리 현상들에 대한 새로운 과학적인 접근이 가능할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필자는 걱정이나 강박사고와 같은 침투 사고의 억제에 관한 연구를 하였는데(이용승, 2000), 기존의 연구들에서 나타난 다양하고 복잡한 연구 결과들을 다각적으로 검토하였다. 본고에서는 불안과 강박사고와 같은 침투사고 억제의 역설적 효과에만 주안점을 둘 것인데, 우선 범불안장애 환자들이 주로 보이는 침투 사고인 걱정과 관련하여 걱정성향 집단과 그렇지 않은 집단의 결과를 비교하였다.
결과를 보면, 침투 사고를 억제하게 했을 때 걱정성향 집단은 자기보고에서 역설적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고(그림 1), 피부전도수준에서는 침투사고 억제의 역설적인 효과가 유의미하게 나타났다(그림 2). 즉, 걱정성향 집단은 침투사고를 억제한 이후에 피부전도수준이 증가하였다.
그림 1. 억제 조건의 침투사고(걱정) 빈도
그림 2. 억제 조건의 피부전도수준 변화
강박사고 억제의 역설적 효과를 알아본 연구에서는 가설과는 달리 강박성향 집단의 경우 불안 유발이나 스트레스를 조작했을 때에도 자기보고나 피부전도수준에서 이러한 역설적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 다만 강박사고의 발생과 지속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알려진 책임감 변인을 고려했을 때에는 결과가 달라졌는데, 책임감이 높은 사람은 강박사고를 억제한 이후에 강박사고의 보고가 증가하는 역설적 효과가 나타났다(그림 3). 강박성향자들도 강박사고의 억제 이후에 강박사고의 보고가 증가하였다. 하지만 피부전도수준에서는 책임감이나 강박성향과 관련된 역설적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그림 4).
그림 3. 책임감에 따른 억제 조건의 강박사고 빈도
그림 4. 조건에 따른 피부전도수준 변화
대학생 강박성향 피험자들과는 달리 실제 대학병원에서 치료받고 있는 강박장애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다른 결과를 보였는데, 자기보고에서는 역설적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고(그림 5), 피부전도수준에서 역설적 효과가 나타났다(그림 6).
그림 5. 시기에 따른 강박사고 빈도
그림 6. 시기에 따른 피부전도수준 변화
이러한 결과들을 종합해보면, 걱정성향자들이 경험하는 걱정이나 강박장애 환자들이 경험하는 강박사고처럼 자기관련성이 높고 정서적 각성이 수반되는 침투 사고를 억제하게 했을 때, 자기보고에서는 역설적 효과가 잘 나타나지 않았지만, 피부전도수준이 증가하는 역설적 효과가 나타났다(정서적 반동 효과). 그리고 대학생이 경험하는 강박사고처럼 자기관련성이 있지만 정서적 각성이 비교적 수반되지 않는 침투 사고를 억제하게 했을 때, 피부전도수준에서는 역설적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지만, 자기보고에서 역설적 효과가 나타났다고 볼 수 있다(인지적 반동 효과).
한편 침투사고 유형에 따라 통제 방략이 다를 수 있는데, 걱정성향자들은 걱정이 대부분인 침투사고에 집중하게 했을 때 침투사고를 많이 보고하였지만, 집중 이후에 피부전도수준이 오히려 감소하였다(그림 7). 이러한 측면은 걱정성향자들이 걱정하기(worrying)와 같은 통제 방략을 통해 걱정과 관련된 부정적 정서 경험을 차단한다는 Borkovec(1994)의 주장을 지지한다. 걱정성향자들은 실제 문제해결 행동을 하기보다는 걱정만 하면서 지내는 경향이 있는데, 이러한 대처 방식은 심리내적인 불안이나 긴장을 완화시키려는 방략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림 7. 집중 조건의 피부전도수준 변화
한편 침투 사고와 관련된 불편감이나 정서적 각성 등을 완화하려는 다양한 시도는 신체적인 건강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고 억제와 면역 기능에 관한 한 연구에서 정서적 주제와 관련된 이야기를 억제하도록 한 피험자들은 T 임파구 수준이 감소하였고(Petrie, Booth, & Pennbaker, 1998), 혐오적인 정서 경험을 억제하도록 요구한 피험자들은 교감 신경계의 활성화와 관련된 생리적 반응들이 나타났다(Gross & Levenson, 1993). 그리고 만성적으로 정서 경험을 억제하는 사람들은 심리적이고 신체적인 질병을 유발하는 경향이 있다고 알려졌으며(Pennbaker et al., 1987), 분노와 적대감의 억제는 고혈압과 관상 심장 질환과 관련되고(Gross et al., 1993), 정서 억제는 암의 유발과 진행과도 관련이 있다는 연구들이 있다(이민선, 1997). 이렇게 비효율적인 억제 시도가 계속될 경우, 인지적 처리 효율성이 손상되고 적응적인 활동이 어려울 수 있으며, 자기조절 실패나 자존감 저하와 관련하여 상당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을 것이다.
사고 억제의 다양한 측면은 자기 조절 시도와도 관련이 많아 보인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경험할 수 있는 여러 부정적인 정서 상태를 단지 불편하다는 이유로 무조건 억제하려는 시도를 하기보다는, (부정적인 생각이나 원치 않는 생각이 떠오를 때에도) 자신의 경험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버티려고 노력해야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대개 견디기 어렵고 힘들기 때문에 일시적으로 억제하거나 자신의 경험이 아닌 것으로 내몰 수 있겠지만, 지속적으로 이런 식으로 대처하거나 회피할 경우에는 오히려 이러한 사고가 침투적으로 발생하게 되고 심리장애로 진행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자신의 내적인 경험에 대해 보다 정직하고 진실되게 들여다볼 수 있는 반성적인 태도와 용기가 필요하다. 또한 이러한 상태가 유발된 구체적인 상황이나 자극을 들여다보고 문제해결적인 능동적인 시도를 해야 할 것이다. 물론 이러한 자기 조절은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수용하고 적절히 해결해나갈 수 있다는 자신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이루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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