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이트_정신분석의 기법정신
프로이트_정신분석의 기법정신
자료출처 http://www.psychoanalysis.co.kr/materials/view.php?board_idx=1454&page=1&article_num=5
저자: 윤순임
제목: 정신분석의 기법정신
출처: 임상심리학의 최근동향. 김중술 교수 정년퇴임기념 심포지엄(2002)
현재 정신분석은 일반심리학으로서, 또한 치료방법 및 임상심리이론으로서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 있다. 60-70년대에 특히 미국에서 고전적 상위심리학에 대한 공격이 시작되었고, 60-70년대에 H. Kohut의 자기심리학이 출현하여 차가운 분석 장의자에 온기와 공감의 솜이 두어졌다. 80년대에는 포스트모더니즘의 영향 아래 다양한 관계주의이론가들이 출현하여 분석가의 주관성, 분석가와 피분석자와의 상호작용에 주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변화에 대하여 유럽의 분석가들은 조심스럽거나 (스칸디나비아, 독일) 대단히 비판적인 (영국, 이태리, 불란서 등) 반응을 보이고 있다. 원래 커다란 변화와 성장은 혼란과 무질서의 도가니를 거쳐서 도래한다고도 볼 수 있겠으나 그 혼란을 허용하는 힘있는 자기동일성의 중심은 무엇이 지키고 있는 것일까? 이 질문의 해답을 정신분석 기법에서 찾을 수 있는지, 프로이드(Freud) 원전을 중심으로 간략하게 고찰해 보고자 한다.
잘 알려져 있듯이, 1930년 하인리히 뢰비 (Heinrich Lövy)가 프로이드에게 <과학의 문제해결 표본 모음>에 원고를 보내달라는 청탁을 했을 때, 프로이드는 원고 대신 편지를 보냈다. 그는 여기서 무의식을 연구하는 데에는 과학자들이 기대하는 실험법 등을 사용하기에는 어떤 장애물이 있다는 사실을 언급하였다. 그는 어떻게 하면 과학자들에게 정신분석을 알릴 수 있을지 평생 고심하였으며 그들의 잘못된 기대 때문에 걱정했던 것 같다. (Vassalli 2001 참조).
우리는 이 문제의 시발점을 무엇보다도 정신분석의 연구대상, 즉 무의식에서 찾을 수 있다. 무의식은 의식되지 않는 상태에 잠재된 역동적이며 살아 숨쉬는 영혼의 생생한 움직임이다. 바로 이 살아 숨쉬는 영혼의 생생한 움직임을 살릴 수 있는 방법론, 그 방법론에 의한 이론이 참으로 정신분석적이며 그것을 추구하는 끊임없는 노력이 진정한 정신분석적 자세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무의식의 세계를 의식으로 끌어올리는 과정이나 이 두 세계를 논리적으로 타당한 방법으로 연결시키는 작업은 무엇보다도 먼저 수많은 사례연구와 발견적 방법론을 통해서 일반이론으로 공식화된다. 이는 결코 이러한 연구가 실험이나 반복검증을 절대로 허용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프로이드의 탁월성은 무엇보다도 무의식에로 가는 길을 밝히고 그 방법론과 기법을 창시한 사실에 있을 것이다.
1. 정신분석 정의
우리는 프로이드가 내린 정신분석의 정의 자체가 과정적이고 방법론적이며 기법적이라는 점을 주시해야만 할 것이다. 프로이드는 1923년 <정신분석과 리비도이론 (Psychoanalyse und Libidotheorie)>이라는 글 첫머리에서 다음과 같이 정신분석을 정의하고 있다:
“Psychoanalyse ist der Name 1) eines Verfahrens zur Untersuchung seelischer Vorgänge, welche sonst kaum zugänglich sind; 2) einer Behandlungsmethode neurotischer Störungen, die sich auf diese Untersuchung gründet; 3) einer Reihe von psychologischen, auf solchem Wege gewonnenen Einsichten, die allmählich zu einer neuen wissenschaflichen Disziplin zusammenwachsen.” (Freud, S. GW XIII p211).
영문으로는 다음과 같이 번역되었다.
“Psychoanalysis is the name (1) of a procedure for the investigation of mental processes which are almost inaccessible in any other way, (2) of a method (based upon that investigation) for the treatment of neurotic disorders and (3) of a collection of psychological information obtained along those lines, which is gradually being accumulated into a new scientific discipline.” (SE XVIII p235).
(“정신분석이란 인간 영혼 혹은 마음의 무의식 과정의 연구방법이고, 이를 기반으로 한 치료방법이며 또한 이러한 방법으로 얻어진 심리학적 통찰이 축적되어 구축되는 하나의 새로운 독자적 학문분야를 명명하는 것이다.” SE XVIII p235)
독일 슈투트가르트(Stuttgart) 정신분석 I 연구소 수련 정관에서도 정신분석을 이와 비슷하게 정의하고 있는데 인간관계적 측면을 더욱 명료하게 강조하고 있다.
“Psychoanalyse wird hier verstanden als Wissenschsft vom dynamischen Unbewußten und als Methode und Technik der Psychotherapie. Methode wird hier verstanden als die spezifisch analytische Variante zwischenmenschlicher Beziehung. Technik als Handhabung von übertragung, Widerstand und Gegenübertragung.” (Psychoanalytische Lehr- und Forschungsinstitut “Stuttgarter Gruppe” E.V., Weiterbildungs-, Studien- und Prüfungsordnung. 1995, p 2-3).
(“정신분석은 역동적 무의식에 관한 학문으로서 또한 심리치료의 방법과 기법으로서 이해된다. 방법이란 분석 특유의 인간 상호관계의 변형들로서 이해된다. 기법이란 전이, 저항, 그리고 역전이의 활용으로서 이해된다.” 독일 슈투트가르트 정신분석 I 연구소, 수련정관 1995, p 2-3).
이 정관을 계속해서 읽어나가면, “정신분석의 상위심리학(metapsychology)에 공식화된 개념들(Konzepte)은 수정될 수 있는 가정으로 이해된다”고 쓰여져 있다. 즉 무의식에 도달하고자 하는 방법론과 기법이 이론 보다 우선적일 수 있음을 시사한다. 본인이 1979년 동일한 연구소에서 수련을 시작할 당시 받은 정관에서도 꼭 같은 문장을 발견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 국제 정신분석학회의 정의는 명료성을 강조하기 위함인지 이론에 치우친 감이 있다.
“The term ‘psychoanalysis’ refers to a theory of personality structure and function and to a specific psychotherapeutic technique. This body of knowledge is based on and derived from the fundamental psychological discoveries made by Sigmund Freud (IPA Membership Handbook and Roster 2001, pp, 27-8, Article3, §N).” (Vassalli 2001, p 18에서 재인용).
(“‘정신분석’이란 용어는 성격구조와 기능에 대한 이론과 특수한 심리치료 기법을 가리킨다. 이 지식 구조는 지그문트 프로이드의 기본적인 심리학적 발견들에 근거하며, 그로부터 유래된 것이다” Vassalli 2001, p 18에서 재인용)
프로이드는 연구와 치료가 서로 떨어질 수 없는 부대적 관계(Junktim)에 있음을 강조했다. 그러므로 만에 한 번 이론이 기법을 대신하려고 한다면 정신분석은 그의 진수(眞髓)를 희석시키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Where theory threatens to supplant technique, psychoanalysis is easily dismissed", Vassalli 2001, p 23 참조.
(Vassalli 2001, p23).
2. 기법(techne)의 의미
Vassalli(2001)는 프로이드의 기법이 사실은 아리스토텔레스의 수사학에 기원을 두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리스어 ‘techne’는 공학적 의미를 갖기 보다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수사학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기서 수사학은 현재 우리가 이해하듯이 외적으로 아름답지만 내용없는 언어표현으로 전락된 것이 아니고 poiesis(예술적 생산)라는 의미에 더 가깝고, 특별한 방법으로 이성을 활용하는 개념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그의 저작 에서 기법과 학문이 다른 점을 다음 세 가지 측면에서 설명하고 있다. (1) 대상의 측면에서 필연적인지 개연적인지(necessary or possible) (2) 이론의 종류에서 선험적인가 또는 결과로서 일어나는가(prior or subsequent) (3) 시간적 존재에서 영구적인지 혹은 새로이 나타나는지(eternal or emergent)이다. 수사학적 언어특성은 개연성, 결과로서 일어나는 것, 새로이 나타나는 것인데, 프로이드가 억압, 저항, 자유연상, 표상의 역사성, 전이와 역전이 등을 결국은 기법의 용어로서 발견함으로써 참다운 기법 정신이 정신분석에 젖어들게 되었다.
그러면 정신분석이 학문이 아니고 해석학이나 언어학과 같은 보다 철학적인 분야에 자리잡아야 하는 것인지, 혹은 예술적 성취로 자리잡아야 하는 것인지, 프로이드는 분명 이러한 가능성들을 부정했고, 정신분석의 방법론은 추론적인 이성과 합리적 이성 둘 다를 만족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았다. .
프로이드는 정신분석을 창시하는 과정에서 당시 자연과학, 정신의학이 이미 구식이라고 버린 방법을 무의식의 존재에 접근하는 특수한 방법론으로 선택하였다. 그것은 다름아닌 관찰방법이다. 프로이드의 스승인 생리학 교수 브뤼케도 공간적, 유기체적 조직에 관심을 가졌기 때문에 현미경 관찰을 연구방법으로 사용하였다. 그리고 프로이드가 존경했던 불란서의 정신의학자 샤르꼬(Charcot)는 자신의 고도로 발달된 관찰능력을 정신의학 연구에 지극히 유용하게 활용하였다. 그리하여 샤르코는 히스테리를 정신병리의 일종으로 분류하는데 성공하였다. 프로이드는 샤르코를 학자로서만이 아니라 예술적 재능을 가진 선각자로 칭송하였으며, 장학금을 받고 직접 파리로 가서 그의 연구와 치료 현장에서 많은 것을 배우고 새로운 것을 깨닫게 되었다. 이들의 공통점은 관찰하려는 소망의 소중함을 알고 있었다는 것이고 또한 이 동력으로 어떤 또 다른 새로운 것을 보는 것을 인간이 가질 수 있는 가장 큰 만족으로 이해했다는 것이다. 인간의 마음을 보는 것, 읽는 것은 인간의 마음을 제대로 듣는 것(hearing)에 도달함으로써 그의 방법론의 최고봉으로 치닫게 된다. 티레시아스는 장님이었기 때문에 좀더 멀리 좀더 넓게 좀더 깊게 볼 수 있었고 정신분석의 “신화적 수호성인”(Vassalli 2001 참조)이 될 수 있었다. 이제 프로이드는 무의식에 접근해가는 길에서 말, 언어의 중요성에 대하여 그의 관심을 집중하게 된 것이다.
프로이드는 심리치료는 마음 속에서부터 시작되며, 심리치료의 추진력도 바로 마음이 제공한다고 하였다. 프로이드는 결국 최면과 암시기법을 포기하지만 언어의 마법적 힘에 대하여 깨닫게 된 것은 바로 이러한 방법들을 연구하면서였다고 밝혔다. 그는 마침내 분석가가 내담자 마음의 진심을 점차적으로 알아차려 말로 적중하게 될 때 내담자는 그 분석과정과 인간관계 속에서 성장과 치유의 길로 들어서게 된다는 통찰을 얻게 된다. 그러나 Vassalli(2001)가 지적하였듯이 프로이드는 ‘erraten’(guess, 추측하다, 알아차리다)이라는 단어를 500번 정도나 사용하였지만, 이 단어가 프로이드의 저작 색인에는 나타나지 않는다.
1893년에서 1895년 사이에 출간된 “히스테리 연구”에서 브로이어는 이론적 문제를 다루고, 프로이드는 치료법의 형태와 절차를 정리하였다. 프로이드는 이미 여기서 기법의 중요성을 간파하였고, 브로이어를 이 막중한 과제에서 자유롭게 해주었다. 사실 프로이드가 쓴 많은 개념들은 메타포(metaphor)로서 은밀히 보자면 기법적인 것으로 이해되어야만 한다. 불굴의 관찰과 언어의 중요성에 대한 통찰을 통해서 기법의 전환점이 일어나는데 이 전환점에서 기본규칙이 탄생한다(1912, GW VIII p.387).
3. 기본규칙
프로이드는 자유연상의 기법을 최면․암시기법을 극복하면서 점진적으로 발전시켰다. 라쁠랑슈와 뽕딸리(1967)는 이 기법이 1892년에서 1898년 사이에 발전된 것으로 본다. 프로이드는 무엇보다도 자기분석에서, 특히 자기 꿈을 해석할 때 이 기법을 사용했다. 그는 또한 쮜리히(Zürich) 학파의 연상실험을 관심을 가지고 지켜 보았고(G.W. X. p. 67), 젊은 시절에 읽은 루드비히 뵈르네(Ludwig Börne)의 글을 통해 자극을 받기도 하였다(G.W. XII. p. 311) 뵈르네는 <3일 동안에 작가가 되는 방법>은 아무 것도 억제하지 말고 떠오르는 대로 3일 동안 종이에 써내려가는 것이라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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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이드는 <사례 도라>에서 근본적인 혁신을 하게 된다. 즉, 신경증의 원인은 복합적이어서 최면-정화 요법 등에서 실시한 것처럼 일회적인 작업으로서는 치료 효과를 낼 수 없다는 것이다. 증상과 원인을 기계적이고 결정론적으로 번역하듯 밝혀 나가는 방법은 복합적인 구조를 가진 신경증을 치료하는데는 적합하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이다. 이제 내담자 자신이 그 시간의 주제를 선택하고, 프로이드는 내담자가 제시하는 무의식적 내용의 조각들을 의식적인 것과 연결시키는 작업을 하기 시작했다. 치료자는 깨어 있고 내담자는 최면 상태에 있는 것이 아니라, 두 사람 다 깨어서 작업동맹을 맺으며 공동으로 일을 하게 된다. 분석을 받는 사람은 장의자에 누워 그때 그때 심중에 떠오르는 것은 무엇이든지, 그것이 엉뚱하든 수치스럽든, 기괴하고 하찮은 것이든 단지 말로 전하는 것이다. 이 언어화는 지대한 의미를 가진다. 생활 감정, 정서, 충동 등을 행동화하지 않고 우선 말로 전하는 것은 더 깊은 탐색과 통찰, 통합을 가능케 하며, 일차적 충동 등을 지연시킬 수 있어 자아기능을 강화하기도 한다. 비언어적인 표현은 이러한 언어화된 내용을 더 완벽하게 보완할 수 있다.
여기서 깊이 들어갈 수는 없지만 자유연상 자체가 저항이 될 수도 있고, 또 병리에 따라 자유연상을 할 수 없는 내적 상태에 있는 내담자도 많다. 자유연상이 어떤 형태로 가능해지는지에 따라 내담자의 상태를 가늠할 수 있다.
내담자만이 기본규칙을 지키는 것이 아니라 분석가도 “잔잔히 떠있는 주의력 (gleichschwebende Aufmerksamkeit)”을 유지하는 내적 자세로 분석에 임한다. 어떤 주제에 초점을 맞춘다든가 이론적 기대나 개인적 취향에 치우치면 분석 세팅 자체가 흐트러지고 ‘이미 다 알고 있는 자료’만을 다룰 가능성이 커진다. 정신분석 과정에서 전이현상이 일어나고 해석이 가능하게 하기 위하여 분석가가 기본적으로 절제규칙을 지키고 익명성과 중립성으로 정신분석과정의 흐름을 견제하는 것은 정신분석 임상이론의 초석이 된다. 무의식적 환상 등이 의식화되고 그 형태를 갖추게 되는 분석과정에서 분석가의 반조(返照, reflection)기능과 자신의 분석적 지각에 대한 끊임없는 객관화 작업은 정신분석이 정신분석이기 위하여 필요불가결한 조건이다. 분석가의 이러한 노력은 나아가 분석상황에서 훌륭한 holding 역할을 하며 내담자를 이용하는 많은 위험을 줄이게 한다. 이 규칙은 분석가의 내적 자세에 대한 철학이지 어떤 구체적인 상황에서 실제로 중립적이었는지 아니었는지를 따져서 이해되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예컨대 분석가가 수십 시간에 걸쳐 시어머니 험담을 하는 내담자에게 “이제 그만 하시지요” 라고 정말 역정을 냈다고 하면, 분석가의 이 행동은 어떤 분석적 장면을 연출하는데 기여하는 역전이 반응으로 이해되어 정신분석적으로 활용될 수도 있고 분석가의 개인의 인간적 표현으로 끝날 수도 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분석가가 스스로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아는 것이며 분석과정의 전체 흐름을 이해하는 것이다. 이러한 규칙을 구체적으로 고지식하게 지키면 모든 일이 잘 될 것으로 여기어 구체적인 상황 상황에 매달리게 된다면 참으로 비인간적인 규칙이 되고 말 것이다. 오늘날 미국의 관계주의이론가들 (interpersonalist, intersubjectivist, relational school)이 “acting first”의 슬로건을 내걸고, 분석가의 subjectivity를 주장하며 분석가의 권위의식을 비판하며 해석(Deutung)이라는 개념조차도 받아들이지 않으려는 추세는 중요한 현실을 시사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를 소위 “차가운 분석가”에 대한 정당한 도전으로도 이해할 수 있겠는데, 이러한 자극에 힘입어 정신분석 기본 정신에 대한 보다 깊은 이해와 논쟁을 통한 이론 수렴을 기대해 본다. 분석가의 내적․관조적 자세가 결코 차가운 분위기를 만들거나 권위적 분위기를 만드는 것은 아니다.
장의자(couch)는 오랫동안 정신분석 치료의 상징처럼 여겨졌다. 오늘날에는 초기장애, 예를 들면 경계선적 성격장애나 증후군, 나르시즘 문제 등의 치료가 개발되면서 때에 따라서는 내담자도 의자에 앉아서 치료를 받는 것이 효과적인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러나 장의자는 오늘날도 정신분석 특유의 치료 기법과 직결되어 커다란 의미를 지니고 있다. 그 이유는 (1) 누우면 긴장이 풀리고 무의식적인 내용이 더 많이 분출될 수 있다. (2) 이와 더불어 양질의 퇴행이 일어날 수 있고 그것을 효과적으로 치료에 활용할 수 있게 된다. (3) 내담자가 치료자를 쳐다보며 자기 이야기를 할 때에는 대부분 긴장하게 되고 통제를 많이 하게 되며 치료자에게 자기를 맞추려는 경향이 더 심할 수 있다. (4) 누우면 치료자와 함께 있으면서도 혼자일 수 있는 가능성이 짙어지게 된다. 지금까지 어렴풋하게 휘감기는 듯한 감정들, 저 밑에 웅크린 기억들, 자신을 문득 어지럽혔던 생각들을 하면서 혼자 있을 수 있다. (5) 인내를 가지고 친절하게 받아주는 분석가 옆에 누워서, 이제까지 제대로 느껴보지 못한 감정, 끝까지 못다한 상상, 감히 기억할 수도 없었던 엄청난 사건 등등에 용기있게 도전하여 만날 수 있는 것이다.
자유연상을 통한 분석치료에서는 각각의 증상을 다루기보다는 지속적인 치료과정 속에서 얽히고 섥힌 수많은 삶의 과정들이 제각기 짝을 찾게 되어 이해되며 지금-여기의 삶에 수용되고 정리된다. 자유연상은 저항과 전이에 대한 이해와 직결되며, 이들은 정신분석치료 이론의 초석이 된다. 감정정화 현상은 정신분석치료에서는 진정한 통찰의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것으로 본다. 프로이드가 최면술과 암시요법을 포기한 것은 진실에 도전하는 인간의 대담성과 용기를 치료의 원동력으로 활용하고자 함이고, 근본적으로 인간의 자아능력을 신뢰하는 것을 의미한다.
1985년 케헬레는 자유연상에 대한 유사실험 연구에서 피험자는 16명의 남성 의학도였는데 침묵하는 실험자가 있는 상태에서 반시간씩 여덟 번 약속을 하였고 각 약속 후마다 두 번째 실험자가 반구조화된 면접을 통해 피험자의 상태를 검증하였다. 컴퓨터를 통한 내용분석에서 습관적인 불안(STAI, Spielberger, 1970)과 자유연상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유의미하게 부적인 상관관계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언어적 창의성(창의성 검사, Schoppe, 1975)과 자유연상 간에는 유의미한 정적인 상관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고, 앉는 자세와 누운 자세, 실험자를 대면하는 자세와 대면하지 않는 자세 등 자세와 자유연상간의 관계는 그렇게 명확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8회에 걸쳐서 확실히 자유연상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상승하였으며, 불안의 정도와 무관하게 면접회수가 증가함에 따라서 자유연상 능력이 증가한 것으로 보고되었다.
자유연상 기법에 대해서도 회의와 비판이 많이 있다. 그러나 주된 논의는 내담자에게 어떻게 자유연상 기법을 제시하는가이다. 예를 들면, 자유연상을 해야 한다고 강요하는 느낌을 줄 때, 내담자는 이를 권위적으로 받아들여져서 저항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 기법을 구사하는데 있어서 자연스러운 방법을 써야 되며, 무엇보다도 작업동맹과 연결해서 이해시킬 것을 권하고 있다.
프로이드는 이 자유연상과 절제규칙을 주축으로 다양한 치료적 상황과 문제를 경험하고 예견하였다. Sigmund-Freud-Institut 연구팀(Argelander, Auhagen, Becker, Köhler-Weisker, Krueger-Zeul, Schaefer 등)은 Freud의 기법에 관한 제반 저술을 연구한 결과 249가지 규칙(Regeln)이 공식화되었음을 밝혔다. 그들은 이를 다음 11 범주에 정리하였다.
(1) 행동을 위한 규칙 (Regeln für das Verhalten)
(2) 내적 태도를 위한 것 (für die innere Einstellung)
(3) 무의식적 종합의 지각을 위한 것 (für die Wahrnehmung unbewußter Zusammenhänge)
(4) 해석을 위한 것 (für die Deutung)
(5) 대화 진행을 위한 것 (für die Gesprächsführung)
(6) 정신분석적 과정의 전개를 위한 것 (für die Entwicklung des psychoanalytischen Prozesses)
(7) 작업동맹의 전개를 위한 것 (für die Entwicklung des Arbeitsbuendnisses)
(8) 저항의 측면에서 해석연계의 연속성을 위한 것 (für die Kontinuität der Deutungssequenz unter dem Aspekt des Widerstands)
(9) 기법적인 변화를 위한 것 (für die technische Variationen)
(10) 세팅을 위한 것 (für das Setting)
(11) 적응증을 위한 것 (für die Indikationsstellung)
아래에서는 저항, 전이, 역전이 분석, 해석과 인간관계에 대하여 약술하면서 정신분석 기법 자체도 그 생동성을 유지하기 위하여 끊임없는 변화와 수정을 피할 수 없음을 강조하고자 한다.
4. 저항 분석
라쁠랑슈와 뽕딸리(1967)에 의하면, 저항(Widerstand)은 정신분석 치료과정에서 무의식을 의식화하는 것을 방해하는 내담자의 모든 태도, 행동, 및 언어를 총칭한다. 프로이드는 저항의 개념을 확장하여, 정신분석이 인간의 무의식을 자극하여 끼치는 영향 때문에 상처를 줌으로써 일어나는 <정신분석에 대한 저항>이라는 말도 하였다. 프로이드는 이미 1895년 Studien über Hysterie.
에 최면술과 암시요법이 환자의 저항을 알아차리지 못하게 하고 그 현상을 연구할 기회를 놓치게 하며, 이 저항을 극복할 수 있는 환자의 힘을 활용할 수 없게 만든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이 사실을 1904년 Über Psychotherapie.
에 명백히 밝힌다. 치료자가 환자의 저항을 무시하고 지나쳐 버린다면 환자는 무엇때문에 자신이 이렇게 저항해야 되는지 이해하고 이를 작업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게 된다. 프로이드는 저항을 다루지 않고 분석을 한다면 설사 효과를 거둔다 해도 단지 일시적인 것에 불과한 것이라고 했다. 치료장면에서 저항은 억압과 관련되어 있고 여기에 투자되는 에너지는 동일하다. 즉, 치료에 대한 저항은 신경증적인 장애를 일으키는 갈등이 의식화되는 것을 방해하는 힘과 같다. 병의 원인이 된 사연을 절대로 들추고 싶지 않거나 들출 수 없게 하는 힘, 그것이 그 기억을 억압하는 힘과 동일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저항의 동기를 프로이드는 수치심이나 자책감, 상처받을까봐 두려운 마음 등에서 찾으려고 했다.
프로이드는 처음에는 저항을 의식적인 현상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시간이 감에 따라 저항의 큰 부분이 무의식적으로 일어난다는 것을 확인하게 된다. 무의식적인 저항은 분석가도 그 정체를 알아내기가 쉽지 않다. 내담자가 침묵한다든지, 말을 못붙이게 계속 이야기를 쏟아 놓는다든지, 맥락에 맞지 않게 자꾸 웃거나, 왜 우는지 전혀 이해할 수 없는데 이것은 물론 분석가의 저항일 수도 있다.
울기만 한다든지, 지각을 한다든가, 꿈을 잊어버린다든가, 긴 꿈을 가져와 꿈이야기로 시간을 다 보낸다든지, 아무런 연상도 이루어지지 않고 지루하다든지, 아무 문제도 없고 건강하다고 하면서 도망간다든지 하는 것 등등이다. 모든 심리치료에서 긍정적으로 인정되는 좋은 작업동맹까지도 어떤 경우에는 저항의 의미를 가질 수도 있다. 예를 들어서 어머니에 대한 적개심을 직면하지 않기 위해서 과도하게 분석가에게 순종하는 태도를 보이는 경우이다. 그러나 어머니 앞에서 비밀을 가져서는 안된다고 생각하면서 살아온 아들이 분석 시간에 처음으로 침묵하고 분석가의 요구에 저항한다면, 이것은 그가 처음으로 어머니로부터 자신을 분리하고 개별화하는 방향으로 성장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므로 같은 행동도 어떤 각도에서 보느냐에 따라 저항이 되기도 하고 아닐 수도 있다. 무의식에 묻힌 체험을 의식화하고, 신경증적인 갈등해소 방법을 포기하며, 현실적인 기대와 이상을 가지고, 갈등과 고뇌와 슬픔과 기쁨 속에서 한걸음씩 성취감을 체험하면서 생명력있게 살고자 하는 것, 이러한 것들을 그르치는 모든 사고와 상상과 감정과 행위를 저항으로 볼 수 있다. 저항은 내담자의 합리적인 자아능력의 표현일 수 있으며, 또한 유아적인 환상의 결과로 볼 수도 있다. 또 저항은 의식적, 전의식적, 무의식적인 여러 수준에서 일어날 수 있다.
프로이드는 1926년에 <억제, 증상, 그리고 불안> Hemmung, Symptom und Angst.
에서 심리구조적으로 구분한 다섯 가지 저항을 들고 있다. (1) 초자아저항(Über-Ich Widerstand)은 무의식적 죄의식이나 처벌받아야 된다고 생각하는 것을 드러내고 싶지 않기 때문에 일어난다. 그 다음으로 세 가지의 자아저항(Ich Widerstand)이 있는데, (2) 억압저항 (3) 전이저항 (4) 이차적인 질병이득에 기인한 자아저항이 있다. 억압 저항은 무의식에 억압한 것을 들추지 않으려는 저항이고, 전이저항에서는 전이 현상에서 저항이 나온다는 프로이드의 입장이 있는가 하면, 전이 현상을 저항의 표현으로 보는 길(Gill 1982)의 입장도 있다. 다음으로 이차적인 질병이득에 기인한 자아저항이 있다. 마지막으로 (5) 원초아저항(Es Widerstand)이 있는데 이는 추동과 연결된 저항으로서 강박적으로 반복 경향을 나타낸다.
저항은 부딪치기 어렵고 받아들이기 어려운 상상이나 경험, 또는 경험에 대한 자신의 의식적 무의식적 해석 등에 대한 방어로서, 지레짐작으로 <무조건 그것에 대해선 알고 싶지 않다>는 태도이다. 이것은 정신분석의 주된 노력인 <진리에로의 투쟁> 또는 <기억에로의 투쟁>과 정면으로 맞서 있다. 분석과정에서는 저항현상을 다루지 않으면 내담자를 깊이 만나는 것은 어렵게 된다. 저항분석의 첫 단계는 분석가가 저항현상이 일어나고 있다는 그 자체를 알아차리는 것이다. 그 다음에 내담자가 왜 저항을 하는지, 무엇에 저항을 하는지, 어떻게 저항을 하는지 등을 심리역동적으로 이해해야 한다. 그 다음으로 저항해석에 들어가야 하는데 그 시기가 중요하다. 즉, (1) 내담자가 지금 당면하고 있는 자신의 저항을 직면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을 때 (2) 그의 수치심이나 죄책감, 불안의 정도가 완화되었을 때 (3) 내담자에게 자기분석적이고 자기비판적인 능력이 있을 때 (4) 내담자가 어느 정도 분석가의 기능과 자신의 기능을 동일시하고 분석가의 기능을 내재화할 수 있을 때에 저항해석을 효과적으로 할 수 있다.
분석가에게는 분석 과정에서 얼마만큼 내담자를 저항과 직면시킬 수 있는지 검색하고 평가하는 전의식적 과정이 항상 일어나고 있다. 이것은 취조나 수색 작업을 하듯이 하는 것이 아니고, 관용적이며 관심을 가지고 이해하려는 기본적인 치료적 자세를 통하여 가능하다.
5. 전이 분석
전이(Übertragung/transference)라는 개념은 1895년 <히스테리에 관한 연구>에서 프로이드가 <잘못된 연결(falsche Verknüpfung)>로 기술한 현상으로서 처음에는 정신분석의 가장 큰 방해물로 간주되었다. 프로이드는 1905년 <사례 도라>에서 처음으로 전이현상이 치료과정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것을 인정하면서 이러한 현상이 일어날 때마다 그 의미를 내담자에게 전해 줄 수 있을 때 강력한 도움이 된다고 하였다. 전이란 과거의 의미있는 대상과의 관계에서 일어났던 무의식적 소망과 기대 혹은 좌절 등이 현재 여기의 대상(예컨대 분석가)과의 관계에서 활성화되면서 반복되는 현상을 말한다. 분석가는 분석 과정에서 내담자가 심리내적으로 의미를 가지는 과거의 관계 표상이 반복되게 하는 계기를 만들어 준다.
프로이드는 전이현상을 과거가 수정되지 않고 그대로 반복되는 경우와 수정되어 반복되는 경우로 구분하였다. 어린 시절에 중요한 대상과의 관계에서 체험한 감정, 환상, 방어 그리고 관계 표상 등은 그간 여러 사람들과 만나면서 계속 수정 작업될 수 있다. 그러므로 현재의 분석가와의 관계에서 나타나는 전이현상에는 과거와 현재가 시간적으로 밀집되어 있고, 여러 사건들이 응축되어 있을 수 있다.
사실 분석 실제에서는 전이현상이 과거 체험의 수정판인지의 여부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 그리고 얼마만큼이 현재에 속하고 얼마만큼이 과거에 속하는지는 상황에 따라 다르다. 여기서 과거의 사건이라는 것은 단순히 기억되는 먼 과거의 일이 아니고, 내담자의 현재 생활을 무의식적으로 통제하는 과거적인 내적 경험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과거와 현재를 일차원적으로 나누어 생각한다면, 전이현상을 지금-여기에서 인간관계를 움직이고 있는 현상으로 이해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과거’라는 것은 많은 경우에 실제로 일어난 일일 수도 있지만 환상일 수도 있고, 그런 사건이 실제로 일어났다 하더라도 그 사건에 대한 무의식적 해석과 판단, 이 모든 것과 연결된 자기가치감정 등을 포함하고 있어 대단히 복합적이다. 중요한 것은 이런 모든 것이 심리내적인 현실이며, 아이의 마음, 아이의 인지적 정동적 수준과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것을 공감하는 것은 치료의 가장 중요한 전제가 된다(Mertens 1990 참조).
프로이드는 1912년 <전이 역동에 관하여> Zur Dynamik der Übertragung.
라는 글에서 분석가와 내담자 사이, 지성과 추동의 사이, 통찰과 행동화 사이의 투쟁은 거의 모두가 전이 현상으로 드러난다고 하였다. 또 분석가가 전이 현상을 자기의 요구를 만족시키기 위해 오용 내담자가 치료자에게 반한다든지 할 때 이것을 해석을 통해 미리 처리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치료자가 이것을 즐긴다든가, 극단적으로는 내담자와 성관계를 가지게 되면, 어떤 의미로는 내담자에게 치료자가 근친상간(incest)과 같은 상처를 주게 되는 것이다.
할 수 있음을 경고했다. 분석가는 될 수 있으면 익명으로 머물러 거울 역할을 하기를 권고하면서 소위 <절제규칙(Abstinenz Regel)>을 제안했다. 하지만 절제규칙은 분석가가 자신의 역전이를 통찰하기보다 모든 것을 내담자의 전이현상으로 미루어 자기방어를 합리화하는 방편이 되기도 하였다. 내담자의 전이가 있듯이 분석가의 전이도 있다. 절제 규칙이 중요하지만 분석가도 인간인만큼 갈등이 있고 약점이 있다. 분석가는 자신에게 전이가 일어나는지 늘 살피고 전이현상을 발견하더라도 이를 정직하게 통찰하여 치료과정을 왜곡시키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1914년 <기억, 반복, 그리고 훈습> Erinnern, Widerholen und Durcharbeiten.
에서 프로이드는 전이신경증에 대해서 기술했고, 1916년 이후에는 전이분석을 통하여 자아의 변화를 일으키는 것에 대한 이론 구축이 주류를 이루었다.
전이의 개념은 지난 20여년간 정신분석학 내의 활발한 연구 결과에 의해 더욱 복합적이 되었다. (1) 초기장애, 예를 들면 나르시스적인 성격 장애나 경계선적 증후군에 관한 연구 결과로 아주 다른 형태의 전이 현상을 발견하게 되었다. 대상항상성이 결핍된 내담자나 환자들에 있어서 고전적 전이 개념이 활용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었다. (2) 전이 현상이 순전히 과거의 반복이라는 정의에 대한 회의가 날로 커지고 있다.
신정신분석학파에 속하는 설리반(Sullivan 1953; 1954), 호나이(Horney 1939; 1945; 1950) 등은 전이현상보다 상호주관적인 실제 대인관계를 중요하게 여긴다. 또한 대인관계주의자들로 에리히 프롬(Erich Fromm), 프리다 프롬-라이히만(Frieda Fromm-Reichmann), 클라라 톰슨(Clara Thompson) 등이 있고, 상호주관주의자들은 로버트 스톨로우(Robert Stolorow), 엣우드(Atwood), 로스(Ross), 및 브란트샤프트(Brandschaft) 등이다. 관계주의 학파로 브롬베르크(Bromberg), 프리드란드(Friedland), 포세지(Fosshage), 겐트(Ghent), 미첼(S. Mitchell) 등이 있다.
이들은 내재화된 대상관계 모델을 정신분석의 중심 이론으로 받아들이면서, 관계를 기법보다 우위에 놓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기법을 구사하는 태도가 인간적이어야 된다는 것은 프로이드 자신이 이미 대단히 중요시했던 사항이다.
6. 역전이 분석
역전이의 “고전적”인 정의는 내담자의 전이에 대한 분석가의 무의식적 반응을 말한다. 프로이드는 1912년 역전이가 분석가 자신의 신경증의 결과로 나타날 수 있다고 보고, 이를 극복해야 하는 현상으로 분석가들에게 충고하였다. 그러나 프로이드의 이러한 입장은 그의 후진들에 의해 점차 수정되었는데, 그들은 분석가의 모든 감정이 내담자의 전이와 연결되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분석가는 그것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통찰하며 치료에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이렇게 역전이를 “전체적”으로 해석하는 학자에는 하이만(Heimann 1950), 리틀(Little 1951), 락커(Racker 1953; 1957), 위니코트(Winnicott 1960), 케른베르크(1965) 등이 있다. 하이만은 일찌기 분석가가 거울이나 외과의사와 같은 역할을 해야 한다는 비현실적인 모델을 비판하였다. 그녀는 분석가의 감정적인 반응은 분석가 자신의 감정이라기 보다는 내담자 스스로 의식하기 어려운 감정이나 체험을 대신 느끼는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클라인(M. Klein)은 1946년에 폐쇄적(schizoid) 환자를 치료하면서 이 현상을 발견하여 투사적 동일시(projective identification)라고 명명하였다. 이 개념은 나중에 비온(Bion), 옥든(Ogden), 케른베르크, 힌쯔(Hinz) 등 많은 연구가들에 의해서 수정되고 다듬어지면서 정신분석 치료기법에 점차 수렴되게 되었다.
이뿐 아니라 프랑스의 분석가 피에르 마르띠(Pierre Marty)나 앙드레 그린(Andre Green)은 심리내적인 외상 경험을 수용하기 어려워하는 내담자들에게 있어서 신체화(somatization), 행동화(acting out) 같은 현상을 내담자의 전의식의 환상으로 환원시키는 것을 연구개발하였다.
그리고 라쁠랑슈는 “enigamatic message”라는 개념을 쓰면서 더 이상 환원할 수 없는 전이의 기반을 설명하고, 가장 어린 시절에 무의식적으로 경험한 어머니로부터 오는 수수께끼같은 메시지가 분석 현장에서 분석가와 피분석자 사이에 무의식에서 무의식으로 경험되면서 반복되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묄러(Möller, 1977)는 내담자에 대한 분석가의 태도를 네 가지로 나누고 있다.(1) 신경증적이지만 일반적인 것; 예를 들면 강박적인 치료자가 히스테리 환자를 선호하는 것, (2) 정상적이면서 일반적인 것; 예를 들어 감정표현을 잘 하는 내담자를 선호하는 것, (3) 신경증적이면서 반동적인 것; 예컨대 절대로 떼어놓지 않으려는 어머니를 가진 분석가가 내담자의 애착 욕구에 불안을 느끼는 것, (4) 정상적이면서 반동적인 것; 예를 들어 내담자가 깐죽거릴 때 화가 나는 것 등이다. (1)과 (3)의 역전이는 분석가의 전이로서, 이 부분은 분석가가 자기성찰을 통해서 그리고 무엇보다 훈련분석을 통해 충분히 의식화해야 할 분석가 자신의 신경증적 측면이다. (3)과 (4)는 고전적 역전이인데, 고전적 역전이에서는 분석가의 신경증적 반응 뿐만 아니라 현실적으로 충분히 느낄 수 있는 반응까지도 분석가의 전이로 일축하였다. 이러한 고전적 정의는 분석가의 감정적 반응을 치료에 활용하기가 어렵고 조심스러웠던 초기 정신분석의 미숙한 상태를 잘 드러내 주고 있다. 묄러는 이 (1)(2)(3)(4)를 통틀어서 분석가의 전체적 행위 혹은 분석가의 전체적 역전이라고 하였다. 역전이 현상은 의식적, 전의식적, 무의식적인 모든 차원에서 일어날 수 있다.
7. 결어: 해석과 인간관계
위에서 간단히 정신분석 기법을 고찰한 결과, 정신분석 기법은 해석과 인간관계로 간추릴 수 있다. 해석(Deutung)이란 무의식적인 의미종합을 의식화하는 것을 말한다. 해석의 유형에는 내용해석, 저항해석(방어해석), 전이해석, 분석가 이외의 실생활에서 관계하는 다른 주요인물들에 대한 전이해석, 발생기원적 재구성, 연출된 장면에 대한 해석, 꿈의 해석 등이 있다. 올바른 해석이 이루어지기까지 걸리는 준비기간과 해석을 통해 통찰에 이르고 이것을 인격에 통합하기까지 이 모든 과정을 통틀어 해석과정이라고 한다. 이 해석과정은 대체로 네 단계로 나눌 수 있다. 첫째, 내담자를 어떤 특정 사실과 체험에 직면하게 한다. (2) 직면한 사실이나 사건의 의미 등을 날카롭게 초점을 잡아 명료화한다. (3) 좁은 의미의 해석으로 분석가는 여러 사항과 정보, 무엇보다 지금 여기서 일어나는 일들을 헤아려보고 뭔가 알아차린 것, 유추한 것 등을 커다란 의미종합 속에서 추론하여 내담자에게 말로 전하게 된다. 이 해석은 자연과학적으로 반복 검증이 가능하거나 자세하고 명확하게 설명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해석의 영향력이나 그 변화의 힘은 오직 내담자의 반응에 따라 가늠할 수 있다. 해석은 어디까지나 인간관계 속에서 이루어진다.
정신분석은 사실 초기에서부터 인간관계를 너무나 당연한 것으로 여겼고 현대 정신분석에서는 인간관계를 개념화하여 집중적으로 연구하는 추세에 있다. 분석가와 피분석가 사이의 인간관계는 다차원적으로 이해해야 되는데, 분석비를 받는다든지 시간약속을 한다든지 등의 현실 관계가 있고, 과제를 중심으로 협동하는 작업동맹이 있고, 부드러운 전이관계에서부터 분석적인 장면을 무의식적으로 연출하고 분석가에게 신체화 현상까지 일으키는 극단적인 역전이 관계까지 펼쳐져 있다. 그러므로 분석가의 자기통찰과 절제능력, 그러면서 동시에 전이와 역전이 현상에 자기자신의 인지적, 감정적, 행동적 요소를 실존적으로 참여시킬 수 있는 복합적이고 탄력적인 능력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분석가는 한편으로 전이와 역전이 관계에 참여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객관적인 거리를 항상 유지하여 내담자의 내적인 관계 대상이 상연되는 것을 관찰하고 해석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분석가의 이중적 기능과 내담자와의 관계를 케른베르크(2002)는 ‘三人 모델’로 설명한다.
현대 정신분석에서는 꿈만이 무의식으로 가는 왕도가 아니라 무의식으로 가는 다양한 길이 개척되었다. 여기서는 분석가가 역전이를 통해 내담자의 정동을 체험함으로써 무의식으로의 다양한 길로 나아갈 수 있다. 기억, 꿈, 행동화, 환상 등이 그것이다. 분석가의 활동이 복합적이 된 것에 걸맞게 내담자도 적극적으로 무의식을 의식화하는 무의식적인 의미종합과 훈습에 참여하게 된다.
우리는 이론을 공부하여야 하고 이론을 자기화하여야 하고 또 비판적이어야 한다. 그러나 치료현장에서는 어디까지나 기법이 우선이다. 우리는 모든 이론을 기법의 위치에서 활용하고 검증해야 할 것이다. 모든 이론을 기법의 위치에서 바라볼 때 이론이 코르셋의 역할을 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기법을 살펴보면서 우리가 느끼는 것은 이론에 얽매이는 것이 아니라 무의식의 광활한 가능성 앞에서 새로운 것을 배우고 깨달아 좀더 자기자신 각각의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고 한걸음 한걸음 자유로와질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게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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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출처 http://www.psychoanalysis.co.kr/materials/view.php?board_idx=1454&page=1&article_num=5
저자: 윤순임
제목: 정신분석의 기법정신
출처: 임상심리학의 최근동향. 김중술 교수 정년퇴임기념 심포지엄(2002)
현재 정신분석은 일반심리학으로서, 또한 치료방법 및 임상심리이론으로서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 있다. 60-70년대에 특히 미국에서 고전적 상위심리학에 대한 공격이 시작되었고, 60-70년대에 H. Kohut의 자기심리학이 출현하여 차가운 분석 장의자에 온기와 공감의 솜이 두어졌다. 80년대에는 포스트모더니즘의 영향 아래 다양한 관계주의이론가들이 출현하여 분석가의 주관성, 분석가와 피분석자와의 상호작용에 주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변화에 대하여 유럽의 분석가들은 조심스럽거나 (스칸디나비아, 독일) 대단히 비판적인 (영국, 이태리, 불란서 등) 반응을 보이고 있다. 원래 커다란 변화와 성장은 혼란과 무질서의 도가니를 거쳐서 도래한다고도 볼 수 있겠으나 그 혼란을 허용하는 힘있는 자기동일성의 중심은 무엇이 지키고 있는 것일까? 이 질문의 해답을 정신분석 기법에서 찾을 수 있는지, 프로이드(Freud) 원전을 중심으로 간략하게 고찰해 보고자 한다.
잘 알려져 있듯이, 1930년 하인리히 뢰비 (Heinrich Lövy)가 프로이드에게 <과학의 문제해결 표본 모음>에 원고를 보내달라는 청탁을 했을 때, 프로이드는 원고 대신 편지를 보냈다. 그는 여기서 무의식을 연구하는 데에는 과학자들이 기대하는 실험법 등을 사용하기에는 어떤 장애물이 있다는 사실을 언급하였다. 그는 어떻게 하면 과학자들에게 정신분석을 알릴 수 있을지 평생 고심하였으며 그들의 잘못된 기대 때문에 걱정했던 것 같다. (Vassalli 2001 참조).
우리는 이 문제의 시발점을 무엇보다도 정신분석의 연구대상, 즉 무의식에서 찾을 수 있다. 무의식은 의식되지 않는 상태에 잠재된 역동적이며 살아 숨쉬는 영혼의 생생한 움직임이다. 바로 이 살아 숨쉬는 영혼의 생생한 움직임을 살릴 수 있는 방법론, 그 방법론에 의한 이론이 참으로 정신분석적이며 그것을 추구하는 끊임없는 노력이 진정한 정신분석적 자세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무의식의 세계를 의식으로 끌어올리는 과정이나 이 두 세계를 논리적으로 타당한 방법으로 연결시키는 작업은 무엇보다도 먼저 수많은 사례연구와 발견적 방법론을 통해서 일반이론으로 공식화된다. 이는 결코 이러한 연구가 실험이나 반복검증을 절대로 허용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프로이드의 탁월성은 무엇보다도 무의식에로 가는 길을 밝히고 그 방법론과 기법을 창시한 사실에 있을 것이다.
1. 정신분석 정의
우리는 프로이드가 내린 정신분석의 정의 자체가 과정적이고 방법론적이며 기법적이라는 점을 주시해야만 할 것이다. 프로이드는 1923년 <정신분석과 리비도이론 (Psychoanalyse und Libidotheorie)>이라는 글 첫머리에서 다음과 같이 정신분석을 정의하고 있다:
“Psychoanalyse ist der Name 1) eines Verfahrens zur Untersuchung seelischer Vorgänge, welche sonst kaum zugänglich sind; 2) einer Behandlungsmethode neurotischer Störungen, die sich auf diese Untersuchung gründet; 3) einer Reihe von psychologischen, auf solchem Wege gewonnenen Einsichten, die allmählich zu einer neuen wissenschaflichen Disziplin zusammenwachsen.” (Freud, S. GW XIII p211).
영문으로는 다음과 같이 번역되었다.
“Psychoanalysis is the name (1) of a procedure for the investigation of mental processes which are almost inaccessible in any other way, (2) of a method (based upon that investigation) for the treatment of neurotic disorders and (3) of a collection of psychological information obtained along those lines, which is gradually being accumulated into a new scientific discipline.” (SE XVIII p235).
(“정신분석이란 인간 영혼 혹은 마음의 무의식 과정의 연구방법이고, 이를 기반으로 한 치료방법이며 또한 이러한 방법으로 얻어진 심리학적 통찰이 축적되어 구축되는 하나의 새로운 독자적 학문분야를 명명하는 것이다.” SE XVIII p235)
독일 슈투트가르트(Stuttgart) 정신분석 I 연구소 수련 정관에서도 정신분석을 이와 비슷하게 정의하고 있는데 인간관계적 측면을 더욱 명료하게 강조하고 있다.
“Psychoanalyse wird hier verstanden als Wissenschsft vom dynamischen Unbewußten und als Methode und Technik der Psychotherapie. Methode wird hier verstanden als die spezifisch analytische Variante zwischenmenschlicher Beziehung. Technik als Handhabung von übertragung, Widerstand und Gegenübertragung.” (Psychoanalytische Lehr- und Forschungsinstitut “Stuttgarter Gruppe” E.V., Weiterbildungs-, Studien- und Prüfungsordnung. 1995, p 2-3).
(“정신분석은 역동적 무의식에 관한 학문으로서 또한 심리치료의 방법과 기법으로서 이해된다. 방법이란 분석 특유의 인간 상호관계의 변형들로서 이해된다. 기법이란 전이, 저항, 그리고 역전이의 활용으로서 이해된다.” 독일 슈투트가르트 정신분석 I 연구소, 수련정관 1995, p 2-3).
이 정관을 계속해서 읽어나가면, “정신분석의 상위심리학(metapsychology)에 공식화된 개념들(Konzepte)은 수정될 수 있는 가정으로 이해된다”고 쓰여져 있다. 즉 무의식에 도달하고자 하는 방법론과 기법이 이론 보다 우선적일 수 있음을 시사한다. 본인이 1979년 동일한 연구소에서 수련을 시작할 당시 받은 정관에서도 꼭 같은 문장을 발견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 국제 정신분석학회의 정의는 명료성을 강조하기 위함인지 이론에 치우친 감이 있다.
“The term ‘psychoanalysis’ refers to a theory of personality structure and function and to a specific psychotherapeutic technique. This body of knowledge is based on and derived from the fundamental psychological discoveries made by Sigmund Freud (IPA Membership Handbook and Roster 2001, pp, 27-8, Article3, §N).” (Vassalli 2001, p 18에서 재인용).
(“‘정신분석’이란 용어는 성격구조와 기능에 대한 이론과 특수한 심리치료 기법을 가리킨다. 이 지식 구조는 지그문트 프로이드의 기본적인 심리학적 발견들에 근거하며, 그로부터 유래된 것이다” Vassalli 2001, p 18에서 재인용)
프로이드는 연구와 치료가 서로 떨어질 수 없는 부대적 관계(Junktim)에 있음을 강조했다. 그러므로 만에 한 번 이론이 기법을 대신하려고 한다면 정신분석은 그의 진수(眞髓)를 희석시키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Where theory threatens to supplant technique, psychoanalysis is easily dismissed", Vassalli 2001, p 23 참조.
(Vassalli 2001, p23).
2. 기법(techne)의 의미
Vassalli(2001)는 프로이드의 기법이 사실은 아리스토텔레스의 수사학에 기원을 두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리스어 ‘techne’는 공학적 의미를 갖기 보다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수사학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기서 수사학은 현재 우리가 이해하듯이 외적으로 아름답지만 내용없는 언어표현으로 전락된 것이 아니고 poiesis(예술적 생산)라는 의미에 더 가깝고, 특별한 방법으로 이성을 활용하는 개념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그의 저작 에서 기법과 학문이 다른 점을 다음 세 가지 측면에서 설명하고 있다. (1) 대상의 측면에서 필연적인지 개연적인지(necessary or possible) (2) 이론의 종류에서 선험적인가 또는 결과로서 일어나는가(prior or subsequent) (3) 시간적 존재에서 영구적인지 혹은 새로이 나타나는지(eternal or emergent)이다. 수사학적 언어특성은 개연성, 결과로서 일어나는 것, 새로이 나타나는 것인데, 프로이드가 억압, 저항, 자유연상, 표상의 역사성, 전이와 역전이 등을 결국은 기법의 용어로서 발견함으로써 참다운 기법 정신이 정신분석에 젖어들게 되었다.
그러면 정신분석이 학문이 아니고 해석학이나 언어학과 같은 보다 철학적인 분야에 자리잡아야 하는 것인지, 혹은 예술적 성취로 자리잡아야 하는 것인지, 프로이드는 분명 이러한 가능성들을 부정했고, 정신분석의 방법론은 추론적인 이성과 합리적 이성 둘 다를 만족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았다. .
프로이드는 정신분석을 창시하는 과정에서 당시 자연과학, 정신의학이 이미 구식이라고 버린 방법을 무의식의 존재에 접근하는 특수한 방법론으로 선택하였다. 그것은 다름아닌 관찰방법이다. 프로이드의 스승인 생리학 교수 브뤼케도 공간적, 유기체적 조직에 관심을 가졌기 때문에 현미경 관찰을 연구방법으로 사용하였다. 그리고 프로이드가 존경했던 불란서의 정신의학자 샤르꼬(Charcot)는 자신의 고도로 발달된 관찰능력을 정신의학 연구에 지극히 유용하게 활용하였다. 그리하여 샤르코는 히스테리를 정신병리의 일종으로 분류하는데 성공하였다. 프로이드는 샤르코를 학자로서만이 아니라 예술적 재능을 가진 선각자로 칭송하였으며, 장학금을 받고 직접 파리로 가서 그의 연구와 치료 현장에서 많은 것을 배우고 새로운 것을 깨닫게 되었다. 이들의 공통점은 관찰하려는 소망의 소중함을 알고 있었다는 것이고 또한 이 동력으로 어떤 또 다른 새로운 것을 보는 것을 인간이 가질 수 있는 가장 큰 만족으로 이해했다는 것이다. 인간의 마음을 보는 것, 읽는 것은 인간의 마음을 제대로 듣는 것(hearing)에 도달함으로써 그의 방법론의 최고봉으로 치닫게 된다. 티레시아스는 장님이었기 때문에 좀더 멀리 좀더 넓게 좀더 깊게 볼 수 있었고 정신분석의 “신화적 수호성인”(Vassalli 2001 참조)이 될 수 있었다. 이제 프로이드는 무의식에 접근해가는 길에서 말, 언어의 중요성에 대하여 그의 관심을 집중하게 된 것이다.
프로이드는 심리치료는 마음 속에서부터 시작되며, 심리치료의 추진력도 바로 마음이 제공한다고 하였다. 프로이드는 결국 최면과 암시기법을 포기하지만 언어의 마법적 힘에 대하여 깨닫게 된 것은 바로 이러한 방법들을 연구하면서였다고 밝혔다. 그는 마침내 분석가가 내담자 마음의 진심을 점차적으로 알아차려 말로 적중하게 될 때 내담자는 그 분석과정과 인간관계 속에서 성장과 치유의 길로 들어서게 된다는 통찰을 얻게 된다. 그러나 Vassalli(2001)가 지적하였듯이 프로이드는 ‘erraten’(guess, 추측하다, 알아차리다)이라는 단어를 500번 정도나 사용하였지만, 이 단어가 프로이드의 저작 색인에는 나타나지 않는다.
1893년에서 1895년 사이에 출간된 “히스테리 연구”에서 브로이어는 이론적 문제를 다루고, 프로이드는 치료법의 형태와 절차를 정리하였다. 프로이드는 이미 여기서 기법의 중요성을 간파하였고, 브로이어를 이 막중한 과제에서 자유롭게 해주었다. 사실 프로이드가 쓴 많은 개념들은 메타포(metaphor)로서 은밀히 보자면 기법적인 것으로 이해되어야만 한다. 불굴의 관찰과 언어의 중요성에 대한 통찰을 통해서 기법의 전환점이 일어나는데 이 전환점에서 기본규칙이 탄생한다(1912, GW VIII p.387).
3. 기본규칙
프로이드는 자유연상의 기법을 최면․암시기법을 극복하면서 점진적으로 발전시켰다. 라쁠랑슈와 뽕딸리(1967)는 이 기법이 1892년에서 1898년 사이에 발전된 것으로 본다. 프로이드는 무엇보다도 자기분석에서, 특히 자기 꿈을 해석할 때 이 기법을 사용했다. 그는 또한 쮜리히(Zürich) 학파의 연상실험을 관심을 가지고 지켜 보았고(G.W. X. p. 67), 젊은 시절에 읽은 루드비히 뵈르네(Ludwig Börne)의 글을 통해 자극을 받기도 하였다(G.W. XII. p. 311) 뵈르네는 <3일 동안에 작가가 되는 방법>은 아무 것도 억제하지 말고 떠오르는 대로 3일 동안 종이에 써내려가는 것이라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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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이드는 <사례 도라>에서 근본적인 혁신을 하게 된다. 즉, 신경증의 원인은 복합적이어서 최면-정화 요법 등에서 실시한 것처럼 일회적인 작업으로서는 치료 효과를 낼 수 없다는 것이다. 증상과 원인을 기계적이고 결정론적으로 번역하듯 밝혀 나가는 방법은 복합적인 구조를 가진 신경증을 치료하는데는 적합하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이다. 이제 내담자 자신이 그 시간의 주제를 선택하고, 프로이드는 내담자가 제시하는 무의식적 내용의 조각들을 의식적인 것과 연결시키는 작업을 하기 시작했다. 치료자는 깨어 있고 내담자는 최면 상태에 있는 것이 아니라, 두 사람 다 깨어서 작업동맹을 맺으며 공동으로 일을 하게 된다. 분석을 받는 사람은 장의자에 누워 그때 그때 심중에 떠오르는 것은 무엇이든지, 그것이 엉뚱하든 수치스럽든, 기괴하고 하찮은 것이든 단지 말로 전하는 것이다. 이 언어화는 지대한 의미를 가진다. 생활 감정, 정서, 충동 등을 행동화하지 않고 우선 말로 전하는 것은 더 깊은 탐색과 통찰, 통합을 가능케 하며, 일차적 충동 등을 지연시킬 수 있어 자아기능을 강화하기도 한다. 비언어적인 표현은 이러한 언어화된 내용을 더 완벽하게 보완할 수 있다.
여기서 깊이 들어갈 수는 없지만 자유연상 자체가 저항이 될 수도 있고, 또 병리에 따라 자유연상을 할 수 없는 내적 상태에 있는 내담자도 많다. 자유연상이 어떤 형태로 가능해지는지에 따라 내담자의 상태를 가늠할 수 있다.
내담자만이 기본규칙을 지키는 것이 아니라 분석가도 “잔잔히 떠있는 주의력 (gleichschwebende Aufmerksamkeit)”을 유지하는 내적 자세로 분석에 임한다. 어떤 주제에 초점을 맞춘다든가 이론적 기대나 개인적 취향에 치우치면 분석 세팅 자체가 흐트러지고 ‘이미 다 알고 있는 자료’만을 다룰 가능성이 커진다. 정신분석 과정에서 전이현상이 일어나고 해석이 가능하게 하기 위하여 분석가가 기본적으로 절제규칙을 지키고 익명성과 중립성으로 정신분석과정의 흐름을 견제하는 것은 정신분석 임상이론의 초석이 된다. 무의식적 환상 등이 의식화되고 그 형태를 갖추게 되는 분석과정에서 분석가의 반조(返照, reflection)기능과 자신의 분석적 지각에 대한 끊임없는 객관화 작업은 정신분석이 정신분석이기 위하여 필요불가결한 조건이다. 분석가의 이러한 노력은 나아가 분석상황에서 훌륭한 holding 역할을 하며 내담자를 이용하는 많은 위험을 줄이게 한다. 이 규칙은 분석가의 내적 자세에 대한 철학이지 어떤 구체적인 상황에서 실제로 중립적이었는지 아니었는지를 따져서 이해되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예컨대 분석가가 수십 시간에 걸쳐 시어머니 험담을 하는 내담자에게 “이제 그만 하시지요” 라고 정말 역정을 냈다고 하면, 분석가의 이 행동은 어떤 분석적 장면을 연출하는데 기여하는 역전이 반응으로 이해되어 정신분석적으로 활용될 수도 있고 분석가의 개인의 인간적 표현으로 끝날 수도 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분석가가 스스로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아는 것이며 분석과정의 전체 흐름을 이해하는 것이다. 이러한 규칙을 구체적으로 고지식하게 지키면 모든 일이 잘 될 것으로 여기어 구체적인 상황 상황에 매달리게 된다면 참으로 비인간적인 규칙이 되고 말 것이다. 오늘날 미국의 관계주의이론가들 (interpersonalist, intersubjectivist, relational school)이 “acting first”의 슬로건을 내걸고, 분석가의 subjectivity를 주장하며 분석가의 권위의식을 비판하며 해석(Deutung)이라는 개념조차도 받아들이지 않으려는 추세는 중요한 현실을 시사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를 소위 “차가운 분석가”에 대한 정당한 도전으로도 이해할 수 있겠는데, 이러한 자극에 힘입어 정신분석 기본 정신에 대한 보다 깊은 이해와 논쟁을 통한 이론 수렴을 기대해 본다. 분석가의 내적․관조적 자세가 결코 차가운 분위기를 만들거나 권위적 분위기를 만드는 것은 아니다.
장의자(couch)는 오랫동안 정신분석 치료의 상징처럼 여겨졌다. 오늘날에는 초기장애, 예를 들면 경계선적 성격장애나 증후군, 나르시즘 문제 등의 치료가 개발되면서 때에 따라서는 내담자도 의자에 앉아서 치료를 받는 것이 효과적인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러나 장의자는 오늘날도 정신분석 특유의 치료 기법과 직결되어 커다란 의미를 지니고 있다. 그 이유는 (1) 누우면 긴장이 풀리고 무의식적인 내용이 더 많이 분출될 수 있다. (2) 이와 더불어 양질의 퇴행이 일어날 수 있고 그것을 효과적으로 치료에 활용할 수 있게 된다. (3) 내담자가 치료자를 쳐다보며 자기 이야기를 할 때에는 대부분 긴장하게 되고 통제를 많이 하게 되며 치료자에게 자기를 맞추려는 경향이 더 심할 수 있다. (4) 누우면 치료자와 함께 있으면서도 혼자일 수 있는 가능성이 짙어지게 된다. 지금까지 어렴풋하게 휘감기는 듯한 감정들, 저 밑에 웅크린 기억들, 자신을 문득 어지럽혔던 생각들을 하면서 혼자 있을 수 있다. (5) 인내를 가지고 친절하게 받아주는 분석가 옆에 누워서, 이제까지 제대로 느껴보지 못한 감정, 끝까지 못다한 상상, 감히 기억할 수도 없었던 엄청난 사건 등등에 용기있게 도전하여 만날 수 있는 것이다.
자유연상을 통한 분석치료에서는 각각의 증상을 다루기보다는 지속적인 치료과정 속에서 얽히고 섥힌 수많은 삶의 과정들이 제각기 짝을 찾게 되어 이해되며 지금-여기의 삶에 수용되고 정리된다. 자유연상은 저항과 전이에 대한 이해와 직결되며, 이들은 정신분석치료 이론의 초석이 된다. 감정정화 현상은 정신분석치료에서는 진정한 통찰의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것으로 본다. 프로이드가 최면술과 암시요법을 포기한 것은 진실에 도전하는 인간의 대담성과 용기를 치료의 원동력으로 활용하고자 함이고, 근본적으로 인간의 자아능력을 신뢰하는 것을 의미한다.
1985년 케헬레는 자유연상에 대한 유사실험 연구에서 피험자는 16명의 남성 의학도였는데 침묵하는 실험자가 있는 상태에서 반시간씩 여덟 번 약속을 하였고 각 약속 후마다 두 번째 실험자가 반구조화된 면접을 통해 피험자의 상태를 검증하였다. 컴퓨터를 통한 내용분석에서 습관적인 불안(STAI, Spielberger, 1970)과 자유연상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유의미하게 부적인 상관관계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언어적 창의성(창의성 검사, Schoppe, 1975)과 자유연상 간에는 유의미한 정적인 상관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고, 앉는 자세와 누운 자세, 실험자를 대면하는 자세와 대면하지 않는 자세 등 자세와 자유연상간의 관계는 그렇게 명확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8회에 걸쳐서 확실히 자유연상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상승하였으며, 불안의 정도와 무관하게 면접회수가 증가함에 따라서 자유연상 능력이 증가한 것으로 보고되었다.
자유연상 기법에 대해서도 회의와 비판이 많이 있다. 그러나 주된 논의는 내담자에게 어떻게 자유연상 기법을 제시하는가이다. 예를 들면, 자유연상을 해야 한다고 강요하는 느낌을 줄 때, 내담자는 이를 권위적으로 받아들여져서 저항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 기법을 구사하는데 있어서 자연스러운 방법을 써야 되며, 무엇보다도 작업동맹과 연결해서 이해시킬 것을 권하고 있다.
프로이드는 이 자유연상과 절제규칙을 주축으로 다양한 치료적 상황과 문제를 경험하고 예견하였다. Sigmund-Freud-Institut 연구팀(Argelander, Auhagen, Becker, Köhler-Weisker, Krueger-Zeul, Schaefer 등)은 Freud의 기법에 관한 제반 저술을 연구한 결과 249가지 규칙(Regeln)이 공식화되었음을 밝혔다. 그들은 이를 다음 11 범주에 정리하였다.
(1) 행동을 위한 규칙 (Regeln für das Verhalten)
(2) 내적 태도를 위한 것 (für die innere Einstellung)
(3) 무의식적 종합의 지각을 위한 것 (für die Wahrnehmung unbewußter Zusammenhänge)
(4) 해석을 위한 것 (für die Deutung)
(5) 대화 진행을 위한 것 (für die Gesprächsführung)
(6) 정신분석적 과정의 전개를 위한 것 (für die Entwicklung des psychoanalytischen Prozesses)
(7) 작업동맹의 전개를 위한 것 (für die Entwicklung des Arbeitsbuendnisses)
(8) 저항의 측면에서 해석연계의 연속성을 위한 것 (für die Kontinuität der Deutungssequenz unter dem Aspekt des Widerstands)
(9) 기법적인 변화를 위한 것 (für die technische Variationen)
(10) 세팅을 위한 것 (für das Setting)
(11) 적응증을 위한 것 (für die Indikationsstellung)
아래에서는 저항, 전이, 역전이 분석, 해석과 인간관계에 대하여 약술하면서 정신분석 기법 자체도 그 생동성을 유지하기 위하여 끊임없는 변화와 수정을 피할 수 없음을 강조하고자 한다.
4. 저항 분석
라쁠랑슈와 뽕딸리(1967)에 의하면, 저항(Widerstand)은 정신분석 치료과정에서 무의식을 의식화하는 것을 방해하는 내담자의 모든 태도, 행동, 및 언어를 총칭한다. 프로이드는 저항의 개념을 확장하여, 정신분석이 인간의 무의식을 자극하여 끼치는 영향 때문에 상처를 줌으로써 일어나는 <정신분석에 대한 저항>이라는 말도 하였다. 프로이드는 이미 1895년 Studien über Hysterie.
에 최면술과 암시요법이 환자의 저항을 알아차리지 못하게 하고 그 현상을 연구할 기회를 놓치게 하며, 이 저항을 극복할 수 있는 환자의 힘을 활용할 수 없게 만든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이 사실을 1904년 Über Psychotherapie.
에 명백히 밝힌다. 치료자가 환자의 저항을 무시하고 지나쳐 버린다면 환자는 무엇때문에 자신이 이렇게 저항해야 되는지 이해하고 이를 작업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게 된다. 프로이드는 저항을 다루지 않고 분석을 한다면 설사 효과를 거둔다 해도 단지 일시적인 것에 불과한 것이라고 했다. 치료장면에서 저항은 억압과 관련되어 있고 여기에 투자되는 에너지는 동일하다. 즉, 치료에 대한 저항은 신경증적인 장애를 일으키는 갈등이 의식화되는 것을 방해하는 힘과 같다. 병의 원인이 된 사연을 절대로 들추고 싶지 않거나 들출 수 없게 하는 힘, 그것이 그 기억을 억압하는 힘과 동일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저항의 동기를 프로이드는 수치심이나 자책감, 상처받을까봐 두려운 마음 등에서 찾으려고 했다.
프로이드는 처음에는 저항을 의식적인 현상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시간이 감에 따라 저항의 큰 부분이 무의식적으로 일어난다는 것을 확인하게 된다. 무의식적인 저항은 분석가도 그 정체를 알아내기가 쉽지 않다. 내담자가 침묵한다든지, 말을 못붙이게 계속 이야기를 쏟아 놓는다든지, 맥락에 맞지 않게 자꾸 웃거나, 왜 우는지 전혀 이해할 수 없는데 이것은 물론 분석가의 저항일 수도 있다.
울기만 한다든지, 지각을 한다든가, 꿈을 잊어버린다든가, 긴 꿈을 가져와 꿈이야기로 시간을 다 보낸다든지, 아무런 연상도 이루어지지 않고 지루하다든지, 아무 문제도 없고 건강하다고 하면서 도망간다든지 하는 것 등등이다. 모든 심리치료에서 긍정적으로 인정되는 좋은 작업동맹까지도 어떤 경우에는 저항의 의미를 가질 수도 있다. 예를 들어서 어머니에 대한 적개심을 직면하지 않기 위해서 과도하게 분석가에게 순종하는 태도를 보이는 경우이다. 그러나 어머니 앞에서 비밀을 가져서는 안된다고 생각하면서 살아온 아들이 분석 시간에 처음으로 침묵하고 분석가의 요구에 저항한다면, 이것은 그가 처음으로 어머니로부터 자신을 분리하고 개별화하는 방향으로 성장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므로 같은 행동도 어떤 각도에서 보느냐에 따라 저항이 되기도 하고 아닐 수도 있다. 무의식에 묻힌 체험을 의식화하고, 신경증적인 갈등해소 방법을 포기하며, 현실적인 기대와 이상을 가지고, 갈등과 고뇌와 슬픔과 기쁨 속에서 한걸음씩 성취감을 체험하면서 생명력있게 살고자 하는 것, 이러한 것들을 그르치는 모든 사고와 상상과 감정과 행위를 저항으로 볼 수 있다. 저항은 내담자의 합리적인 자아능력의 표현일 수 있으며, 또한 유아적인 환상의 결과로 볼 수도 있다. 또 저항은 의식적, 전의식적, 무의식적인 여러 수준에서 일어날 수 있다.
프로이드는 1926년에 <억제, 증상, 그리고 불안> Hemmung, Symptom und Angst.
에서 심리구조적으로 구분한 다섯 가지 저항을 들고 있다. (1) 초자아저항(Über-Ich Widerstand)은 무의식적 죄의식이나 처벌받아야 된다고 생각하는 것을 드러내고 싶지 않기 때문에 일어난다. 그 다음으로 세 가지의 자아저항(Ich Widerstand)이 있는데, (2) 억압저항 (3) 전이저항 (4) 이차적인 질병이득에 기인한 자아저항이 있다. 억압 저항은 무의식에 억압한 것을 들추지 않으려는 저항이고, 전이저항에서는 전이 현상에서 저항이 나온다는 프로이드의 입장이 있는가 하면, 전이 현상을 저항의 표현으로 보는 길(Gill 1982)의 입장도 있다. 다음으로 이차적인 질병이득에 기인한 자아저항이 있다. 마지막으로 (5) 원초아저항(Es Widerstand)이 있는데 이는 추동과 연결된 저항으로서 강박적으로 반복 경향을 나타낸다.
저항은 부딪치기 어렵고 받아들이기 어려운 상상이나 경험, 또는 경험에 대한 자신의 의식적 무의식적 해석 등에 대한 방어로서, 지레짐작으로 <무조건 그것에 대해선 알고 싶지 않다>는 태도이다. 이것은 정신분석의 주된 노력인 <진리에로의 투쟁> 또는 <기억에로의 투쟁>과 정면으로 맞서 있다. 분석과정에서는 저항현상을 다루지 않으면 내담자를 깊이 만나는 것은 어렵게 된다. 저항분석의 첫 단계는 분석가가 저항현상이 일어나고 있다는 그 자체를 알아차리는 것이다. 그 다음에 내담자가 왜 저항을 하는지, 무엇에 저항을 하는지, 어떻게 저항을 하는지 등을 심리역동적으로 이해해야 한다. 그 다음으로 저항해석에 들어가야 하는데 그 시기가 중요하다. 즉, (1) 내담자가 지금 당면하고 있는 자신의 저항을 직면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을 때 (2) 그의 수치심이나 죄책감, 불안의 정도가 완화되었을 때 (3) 내담자에게 자기분석적이고 자기비판적인 능력이 있을 때 (4) 내담자가 어느 정도 분석가의 기능과 자신의 기능을 동일시하고 분석가의 기능을 내재화할 수 있을 때에 저항해석을 효과적으로 할 수 있다.
분석가에게는 분석 과정에서 얼마만큼 내담자를 저항과 직면시킬 수 있는지 검색하고 평가하는 전의식적 과정이 항상 일어나고 있다. 이것은 취조나 수색 작업을 하듯이 하는 것이 아니고, 관용적이며 관심을 가지고 이해하려는 기본적인 치료적 자세를 통하여 가능하다.
5. 전이 분석
전이(Übertragung/transference)라는 개념은 1895년 <히스테리에 관한 연구>에서 프로이드가 <잘못된 연결(falsche Verknüpfung)>로 기술한 현상으로서 처음에는 정신분석의 가장 큰 방해물로 간주되었다. 프로이드는 1905년 <사례 도라>에서 처음으로 전이현상이 치료과정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것을 인정하면서 이러한 현상이 일어날 때마다 그 의미를 내담자에게 전해 줄 수 있을 때 강력한 도움이 된다고 하였다. 전이란 과거의 의미있는 대상과의 관계에서 일어났던 무의식적 소망과 기대 혹은 좌절 등이 현재 여기의 대상(예컨대 분석가)과의 관계에서 활성화되면서 반복되는 현상을 말한다. 분석가는 분석 과정에서 내담자가 심리내적으로 의미를 가지는 과거의 관계 표상이 반복되게 하는 계기를 만들어 준다.
프로이드는 전이현상을 과거가 수정되지 않고 그대로 반복되는 경우와 수정되어 반복되는 경우로 구분하였다. 어린 시절에 중요한 대상과의 관계에서 체험한 감정, 환상, 방어 그리고 관계 표상 등은 그간 여러 사람들과 만나면서 계속 수정 작업될 수 있다. 그러므로 현재의 분석가와의 관계에서 나타나는 전이현상에는 과거와 현재가 시간적으로 밀집되어 있고, 여러 사건들이 응축되어 있을 수 있다.
사실 분석 실제에서는 전이현상이 과거 체험의 수정판인지의 여부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 그리고 얼마만큼이 현재에 속하고 얼마만큼이 과거에 속하는지는 상황에 따라 다르다. 여기서 과거의 사건이라는 것은 단순히 기억되는 먼 과거의 일이 아니고, 내담자의 현재 생활을 무의식적으로 통제하는 과거적인 내적 경험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과거와 현재를 일차원적으로 나누어 생각한다면, 전이현상을 지금-여기에서 인간관계를 움직이고 있는 현상으로 이해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과거’라는 것은 많은 경우에 실제로 일어난 일일 수도 있지만 환상일 수도 있고, 그런 사건이 실제로 일어났다 하더라도 그 사건에 대한 무의식적 해석과 판단, 이 모든 것과 연결된 자기가치감정 등을 포함하고 있어 대단히 복합적이다. 중요한 것은 이런 모든 것이 심리내적인 현실이며, 아이의 마음, 아이의 인지적 정동적 수준과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것을 공감하는 것은 치료의 가장 중요한 전제가 된다(Mertens 1990 참조).
프로이드는 1912년 <전이 역동에 관하여> Zur Dynamik der Übertragung.
라는 글에서 분석가와 내담자 사이, 지성과 추동의 사이, 통찰과 행동화 사이의 투쟁은 거의 모두가 전이 현상으로 드러난다고 하였다. 또 분석가가 전이 현상을 자기의 요구를 만족시키기 위해 오용 내담자가 치료자에게 반한다든지 할 때 이것을 해석을 통해 미리 처리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치료자가 이것을 즐긴다든가, 극단적으로는 내담자와 성관계를 가지게 되면, 어떤 의미로는 내담자에게 치료자가 근친상간(incest)과 같은 상처를 주게 되는 것이다.
할 수 있음을 경고했다. 분석가는 될 수 있으면 익명으로 머물러 거울 역할을 하기를 권고하면서 소위 <절제규칙(Abstinenz Regel)>을 제안했다. 하지만 절제규칙은 분석가가 자신의 역전이를 통찰하기보다 모든 것을 내담자의 전이현상으로 미루어 자기방어를 합리화하는 방편이 되기도 하였다. 내담자의 전이가 있듯이 분석가의 전이도 있다. 절제 규칙이 중요하지만 분석가도 인간인만큼 갈등이 있고 약점이 있다. 분석가는 자신에게 전이가 일어나는지 늘 살피고 전이현상을 발견하더라도 이를 정직하게 통찰하여 치료과정을 왜곡시키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1914년 <기억, 반복, 그리고 훈습> Erinnern, Widerholen und Durcharbeiten.
에서 프로이드는 전이신경증에 대해서 기술했고, 1916년 이후에는 전이분석을 통하여 자아의 변화를 일으키는 것에 대한 이론 구축이 주류를 이루었다.
전이의 개념은 지난 20여년간 정신분석학 내의 활발한 연구 결과에 의해 더욱 복합적이 되었다. (1) 초기장애, 예를 들면 나르시스적인 성격 장애나 경계선적 증후군에 관한 연구 결과로 아주 다른 형태의 전이 현상을 발견하게 되었다. 대상항상성이 결핍된 내담자나 환자들에 있어서 고전적 전이 개념이 활용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었다. (2) 전이 현상이 순전히 과거의 반복이라는 정의에 대한 회의가 날로 커지고 있다.
신정신분석학파에 속하는 설리반(Sullivan 1953; 1954), 호나이(Horney 1939; 1945; 1950) 등은 전이현상보다 상호주관적인 실제 대인관계를 중요하게 여긴다. 또한 대인관계주의자들로 에리히 프롬(Erich Fromm), 프리다 프롬-라이히만(Frieda Fromm-Reichmann), 클라라 톰슨(Clara Thompson) 등이 있고, 상호주관주의자들은 로버트 스톨로우(Robert Stolorow), 엣우드(Atwood), 로스(Ross), 및 브란트샤프트(Brandschaft) 등이다. 관계주의 학파로 브롬베르크(Bromberg), 프리드란드(Friedland), 포세지(Fosshage), 겐트(Ghent), 미첼(S. Mitchell) 등이 있다.
이들은 내재화된 대상관계 모델을 정신분석의 중심 이론으로 받아들이면서, 관계를 기법보다 우위에 놓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기법을 구사하는 태도가 인간적이어야 된다는 것은 프로이드 자신이 이미 대단히 중요시했던 사항이다.
6. 역전이 분석
역전이의 “고전적”인 정의는 내담자의 전이에 대한 분석가의 무의식적 반응을 말한다. 프로이드는 1912년 역전이가 분석가 자신의 신경증의 결과로 나타날 수 있다고 보고, 이를 극복해야 하는 현상으로 분석가들에게 충고하였다. 그러나 프로이드의 이러한 입장은 그의 후진들에 의해 점차 수정되었는데, 그들은 분석가의 모든 감정이 내담자의 전이와 연결되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분석가는 그것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통찰하며 치료에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이렇게 역전이를 “전체적”으로 해석하는 학자에는 하이만(Heimann 1950), 리틀(Little 1951), 락커(Racker 1953; 1957), 위니코트(Winnicott 1960), 케른베르크(1965) 등이 있다. 하이만은 일찌기 분석가가 거울이나 외과의사와 같은 역할을 해야 한다는 비현실적인 모델을 비판하였다. 그녀는 분석가의 감정적인 반응은 분석가 자신의 감정이라기 보다는 내담자 스스로 의식하기 어려운 감정이나 체험을 대신 느끼는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클라인(M. Klein)은 1946년에 폐쇄적(schizoid) 환자를 치료하면서 이 현상을 발견하여 투사적 동일시(projective identification)라고 명명하였다. 이 개념은 나중에 비온(Bion), 옥든(Ogden), 케른베르크, 힌쯔(Hinz) 등 많은 연구가들에 의해서 수정되고 다듬어지면서 정신분석 치료기법에 점차 수렴되게 되었다.
이뿐 아니라 프랑스의 분석가 피에르 마르띠(Pierre Marty)나 앙드레 그린(Andre Green)은 심리내적인 외상 경험을 수용하기 어려워하는 내담자들에게 있어서 신체화(somatization), 행동화(acting out) 같은 현상을 내담자의 전의식의 환상으로 환원시키는 것을 연구개발하였다.
그리고 라쁠랑슈는 “enigamatic message”라는 개념을 쓰면서 더 이상 환원할 수 없는 전이의 기반을 설명하고, 가장 어린 시절에 무의식적으로 경험한 어머니로부터 오는 수수께끼같은 메시지가 분석 현장에서 분석가와 피분석자 사이에 무의식에서 무의식으로 경험되면서 반복되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묄러(Möller, 1977)는 내담자에 대한 분석가의 태도를 네 가지로 나누고 있다.(1) 신경증적이지만 일반적인 것; 예를 들면 강박적인 치료자가 히스테리 환자를 선호하는 것, (2) 정상적이면서 일반적인 것; 예를 들어 감정표현을 잘 하는 내담자를 선호하는 것, (3) 신경증적이면서 반동적인 것; 예컨대 절대로 떼어놓지 않으려는 어머니를 가진 분석가가 내담자의 애착 욕구에 불안을 느끼는 것, (4) 정상적이면서 반동적인 것; 예를 들어 내담자가 깐죽거릴 때 화가 나는 것 등이다. (1)과 (3)의 역전이는 분석가의 전이로서, 이 부분은 분석가가 자기성찰을 통해서 그리고 무엇보다 훈련분석을 통해 충분히 의식화해야 할 분석가 자신의 신경증적 측면이다. (3)과 (4)는 고전적 역전이인데, 고전적 역전이에서는 분석가의 신경증적 반응 뿐만 아니라 현실적으로 충분히 느낄 수 있는 반응까지도 분석가의 전이로 일축하였다. 이러한 고전적 정의는 분석가의 감정적 반응을 치료에 활용하기가 어렵고 조심스러웠던 초기 정신분석의 미숙한 상태를 잘 드러내 주고 있다. 묄러는 이 (1)(2)(3)(4)를 통틀어서 분석가의 전체적 행위 혹은 분석가의 전체적 역전이라고 하였다. 역전이 현상은 의식적, 전의식적, 무의식적인 모든 차원에서 일어날 수 있다.
7. 결어: 해석과 인간관계
위에서 간단히 정신분석 기법을 고찰한 결과, 정신분석 기법은 해석과 인간관계로 간추릴 수 있다. 해석(Deutung)이란 무의식적인 의미종합을 의식화하는 것을 말한다. 해석의 유형에는 내용해석, 저항해석(방어해석), 전이해석, 분석가 이외의 실생활에서 관계하는 다른 주요인물들에 대한 전이해석, 발생기원적 재구성, 연출된 장면에 대한 해석, 꿈의 해석 등이 있다. 올바른 해석이 이루어지기까지 걸리는 준비기간과 해석을 통해 통찰에 이르고 이것을 인격에 통합하기까지 이 모든 과정을 통틀어 해석과정이라고 한다. 이 해석과정은 대체로 네 단계로 나눌 수 있다. 첫째, 내담자를 어떤 특정 사실과 체험에 직면하게 한다. (2) 직면한 사실이나 사건의 의미 등을 날카롭게 초점을 잡아 명료화한다. (3) 좁은 의미의 해석으로 분석가는 여러 사항과 정보, 무엇보다 지금 여기서 일어나는 일들을 헤아려보고 뭔가 알아차린 것, 유추한 것 등을 커다란 의미종합 속에서 추론하여 내담자에게 말로 전하게 된다. 이 해석은 자연과학적으로 반복 검증이 가능하거나 자세하고 명확하게 설명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해석의 영향력이나 그 변화의 힘은 오직 내담자의 반응에 따라 가늠할 수 있다. 해석은 어디까지나 인간관계 속에서 이루어진다.
정신분석은 사실 초기에서부터 인간관계를 너무나 당연한 것으로 여겼고 현대 정신분석에서는 인간관계를 개념화하여 집중적으로 연구하는 추세에 있다. 분석가와 피분석가 사이의 인간관계는 다차원적으로 이해해야 되는데, 분석비를 받는다든지 시간약속을 한다든지 등의 현실 관계가 있고, 과제를 중심으로 협동하는 작업동맹이 있고, 부드러운 전이관계에서부터 분석적인 장면을 무의식적으로 연출하고 분석가에게 신체화 현상까지 일으키는 극단적인 역전이 관계까지 펼쳐져 있다. 그러므로 분석가의 자기통찰과 절제능력, 그러면서 동시에 전이와 역전이 현상에 자기자신의 인지적, 감정적, 행동적 요소를 실존적으로 참여시킬 수 있는 복합적이고 탄력적인 능력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분석가는 한편으로 전이와 역전이 관계에 참여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객관적인 거리를 항상 유지하여 내담자의 내적인 관계 대상이 상연되는 것을 관찰하고 해석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분석가의 이중적 기능과 내담자와의 관계를 케른베르크(2002)는 ‘三人 모델’로 설명한다.
현대 정신분석에서는 꿈만이 무의식으로 가는 왕도가 아니라 무의식으로 가는 다양한 길이 개척되었다. 여기서는 분석가가 역전이를 통해 내담자의 정동을 체험함으로써 무의식으로의 다양한 길로 나아갈 수 있다. 기억, 꿈, 행동화, 환상 등이 그것이다. 분석가의 활동이 복합적이 된 것에 걸맞게 내담자도 적극적으로 무의식을 의식화하는 무의식적인 의미종합과 훈습에 참여하게 된다.
우리는 이론을 공부하여야 하고 이론을 자기화하여야 하고 또 비판적이어야 한다. 그러나 치료현장에서는 어디까지나 기법이 우선이다. 우리는 모든 이론을 기법의 위치에서 활용하고 검증해야 할 것이다. 모든 이론을 기법의 위치에서 바라볼 때 이론이 코르셋의 역할을 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기법을 살펴보면서 우리가 느끼는 것은 이론에 얽매이는 것이 아니라 무의식의 광활한 가능성 앞에서 새로운 것을 배우고 깨달아 좀더 자기자신 각각의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고 한걸음 한걸음 자유로와질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게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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