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이트_정신분석 특수주제
프로이트_정신분석 특수주제
자료출처 http://www.psychoanalysis.co.kr/psy/psy6.php
저자 윤순임 (정신분석가/서울정신분석상담연구소장)
제목 정신분석과 예술(2000)
출처 예술과 심리학 한국심리학회 추계 심포지움.
정신분석과 예술
서론: 무의식의 존재와 그 영향력
<무의식이 어떻게 창조과정에 관여하고 있는가>하는 질문은 정신분석 예술이론의 핵심이 된다. 역사적으로 보면, 프로이드는 우선 무의식에 대한 그의 이론을 예술가와 예술작품, 그리고 그들의 관계를 연구하는 데에 적용하였다. 그는 무의식의 영향이 없이는 예술작품의 그 큰 힘이 존재할 수 없음을 알고 있었으며, 무의식의 어떤 내용이 어떤 길을 통해서 인간을 그토록 움직일 수 있는 예술작품이 될 수 있는 지에 대해 진지한 질문을 던지고 있었다. 그의 예술이론은 정신분석 이론의 발달과정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는데, 프로이드의 정신분석 이론은 편협한 추동이론으로부터 시작하여 점차 포괄적이 되면서 자아심리학, 대상관계이론, 자기심리학을 통합하게 된다. 방법론적으로도 아버지를 만나면서 어린 아이의 문제를 해결하게 하는 한 사례 ("어린 한스") 이외에는 성인 분석을 통해서 얻어지는 정보와 제반 자료를 가지고 어린 시절을 재구성하거나 유추해 들어가던 것이 1940-50년대에 들어서면서 급격한 발전을 하였다. 특히 안나 프로이드(Anna Freud), 멜라니 클라인(Melanie Klein), 베델하임(Bruno Bettelheim), 에릭슨(Erik H. Erikson), 스피츠(Rene A. Spitz), 위니코트(Donald Winnicott), 말러(Margaret S. Mahler) 등은 신생아와 아이들을 직접 치료하거나 관찰하면서 발달이론과 치료이론 발전에 큰 박차를 가했다. 전생애를 발달과정으로 보는 시각의 변화와 함께 자아심리학이나 자기심리학, 대상관계이론 등은 외디푸스 콤플렉스 이전, 즉 전언어기의 발달과정에 연구의 초점을 맞추고, 임상실제에서는 프로이드가 분석이 불가능하다고 평가한 내담자들을 정신분석적으로 이해하고 치료할 수 있게 되었다. 정신분석의 상위심리학(metapsychology)은 이제 실제에 바탕을 둔 임상이론에 의해 배경으로 밀려나게 되었다 (Sandler, 1989 참조). 1979년 정신분석 심리치료 수련과정의 지침서에서도 상위심리학에서 공식화된 개념들을 변화될 수 있는 가정(hypothesis)으로 간주하고 있다.
정신분석은 역동적 무의식의 학문이며, 심리치료의 방법이고 그 기법으로서 이해된다. 정신분석치료에서는 인간상호관계를 무의식적으로 일어나게 하는 자기표상, 대상표상, 관계표상 등을 다루는 대상관계이론과 모든 장면적 이해를 활용하는 방법(method)이 필수적이다. 정신분석치료기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전이, 저항, 역전이 현상을 분석과 치료에 적용하는 것이다. 정신분석의 상위심리학에서 공식화된 개념들은 변화될 수 있는 가정으로서 이해된다 (Stuttugart 정신분석연구소 수련지침서, 1979 참조).
현재 임상실제에서는 나르시스적 경계선적 성격장애와 증후군을 보이는 내담자들이 속출하고 있다. 이는 현대 사회 및 가족 구조가 변화되거나 와해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역학적 변화이며 분석가는 이에 학문적 예술적 순발력으로 대처해야만 한다. 예술이론에서도 프로이드는 소망(der Wunsch)과 현실의 갈등 속에서 억압된 소망과 환상이 어떻게 변환되어 현실로 되돌아 올 수 있는지를 논하고 나르시스적인 욕구를 다루는데 비하여 현대 정신분석 예술이론가들은 좀 더 폭넓은 주제를 다루고 있다. Kraft(1984)에 의하면 창의성과 예술에 관한 정신분석적 테마는,
⑴ 예술가의 생애와 그의 작품 간의 연관성;
⑵ 창조적 활동이 심리적인 평형(psychoeconomy, homeostasis)을 유지하는데 어떻게 기여하는지에
대한 질문;
⑶ 창의적 과정 자체 (예를 들면 '문제해결 행동'시 요구되는 창의적 과정);
⑷ 창조작업과 예술에서 형식(form)이 갖는 의미와
⑸ 예술 작품과 그 감상인(recipient)과의 상호관계를 들고 있다.
그 외에도 예술 작품에 대한 정신분석적 해석이 많이 발표되고 있다.
정신분석은 철저히 발견적(heuristic)인 학문으로서 이론과 실제가 서로 맞물려 끝없는 소통을 통하여 새로운 것을 발견하고 통합하면서 끝없이 발전해 갈 수 밖에 없다. 예술에 대한 정신분석적 이해에도 물론 프로이드가 기본이 되지만 70, 80년 전의 프로이드의 글에만 의존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며, 또한 그것은 프로이드의 진정한 뜻이 아니다. 아래에서는 예술에 관련된 프로이드의 글을 창조적 과정, 예술작품의 분석, 예술가의 생애로 간추려 보면서 몇가지 비판적인 질문을 다루어 볼까 한다.
1. 창조적 과정 (der kreative Proze )
프로이드는 예술이론이라는 말을 쓰지는 않았지만 이미 꿈의 해석(1900)과 위트와 그것의 무의식과의 관계(Der Witz und seine Beziehung zum Unbewu ten, 1905c)에서 예술심리학적 접근을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는 꿈작업(die Traumarbeit, dreamwork)을 언어로 공식화하여 응축, 전위, 상징화 등의 기제들을 밝혔으며, 위트가 억압된 것과 억압하는 세력 사이에서, 다시 말하면 현실원칙과 쾌락원칙 사이, 의식과 무의식 간의 중간세계에서 완벽하게 창조적 조직화 (creative organization) 과정을 거친 것이라는 것을 연구해 냈다. 사실 일상생활에서 위트와 유머는 아이들의 놀이만큼이나 삶을 생동감있게 하고 유연하게 하며 삶에 예술성을 부여한다. 일상생활의 창의성에 대하여는 위니코트의 이론이 중요하지만 여기서는 생략하기로 한다.
프로이드는 1908년 작가와 환상활동(Der Dichter und das Phantasieren)에서 아이의 놀이와 어른들의 환상활동을 비교하는데, 어린이의 놀이에서는 현실(die Wirklichkeit)과의 관계가 유지되지만 어른들에게는 놀이가 환상활동으로 대치되어 현실과의 관계가 단절된다. 아이들은 놀이를 하면서 어른들에게 감추지를 않지만 어른들은 자신의 환상세계를 대체로 부끄러워하며 남에게 알리고 싶어하지 않는다고 하였다. 여기서 프로이드는 충족되지 않은 소망이 환상을 유발하는 힘이 된다고 보았으며, 환상은 충족시키지 못하는 현실의 교정체(eine Korrektur der unbefriedigenden Wirklichkeit)라고 하였다. 그에 의하면 백일몽처럼 문학작품도 어린 시절 놀이의 연속이며 대체물이다. 이러한 전제 하에서 프로이드는 작가의 어린 시절의 기억을 강조하였다.미주 이 글에서 프로이드는 작가는 순수 형식화를 통하여 미학적 쾌감을 준다고 하였다.미주 그러므로 그가 예술을 논할 때 주로 그의 추동이론을 확인하려고 내용만을 중요시하고, 예술형식(form)이 가지는 의미나 기능을 무시했다고 하는 비판은 완전히 옳은 것은 아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프로이드가 음악을 즐길 수 없었다는 것과, 그의 제자들에게도 모든 감각과 느낌을 언어로 포착하라고 권하기도 했다는 점은 주목할만한 일이다. 음악이야말로 내용과 형식이 중첩되는 예술쟝르이기 때문이다. 이는 아마도 새로이 창시된 학문, 정신분석이 무엇보다 먼저 심리치료에 발판을 두고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사료되기도 하다.
프로이드는 1913년에 정신분석에 대한 관심(Das Interesse an der Psychoanalyse)에서 <도대체 예술가는 어떻게 해서 그러한 창조능력을 가지게 되는가>라는 진지한 질문을 제기한다.미주 그에 의하면 예술가는 자신의 작품을 통해서 자기해방에 이르게 되며, 이 작품은 다른 사람에게 소통되면서 그들에게도 나름대로의 영향을 끼치게 된다. 작가는 변환(eine Umformung)을 통하여 스스로 피하고 싶은 것, 남에게 표현하고 싶지 않은 것 등 억압된 무의식적 소망의 특징을 누그러뜨리며 그 소망의 개인적 소재를 감출 수 있게 된다. 예술가는 미학적 규칙을 지킴으로써 작품을 즐기는 사람으로 하여금 죄책감이나 수치심, 혹은 과도한 개인적 좌절, 분노, 또는 부담을 느끼지 않아도 되는 크나큰 배려를 하기에 이르는 것이다. 그리하여 작가는 관습적으로 허용된 현실을 가공하면서, 이 가공된 현실에서 상징, 대체형성 등의 특수한 예술적 방법을 통해서 진실된 정동을 끌어내게 된다. 이리하여 예술은 소망을 좌절시키는 현실과 소망을 충족시키는 환상 사이의 중간지대를 구성한다. 이제 여기서 주목할 것은 이 중간지대에서 <인간의 원시성에서 나타나는 전지전능에 대한 열망>이 어떤 가능한 방식으로 효력을 발휘하게 된다는 것이다.
원시성에로의 퇴행은 노이로제나 정신병의 위험을 안고 있으므로 예술가의 자아능력은 상당한 탄력을 요구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아이슬러(Eissler)는 창조적 과정에서 필수적인 자아강도(Ich-St rke)를 강조한다. 이것은 작가가 모든 자료와 소재를 냉정하게 버텨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또한 무질(R. Musil)은 창조와 정신의 가능성 실현을 위하여 "가동적 평형(bewegliches Gleichgewicht)"이라는 말을 썼다(Keilson 1998, p. 743). 괄목할 만한 것은 무질이 1911년 (그러니까 Freud보다 2년 전)에 <판(Pan)>이라는 잡지에 발표한 글이다.
예술가는 품위에 어긋나고 병든 것을 그의 창작의 출발점으로 선택할 수 있다. 그러나 이미 작품으로 표현된 것(das Dargestellte)은 이제 더 이상 품위가 없거나 아픈 것이 아니다. 실제로 어떤 테마가 현실에서 거부감을 일으킨다 하더라도 예술적으로 그것을 기술하고 표현하고 싶은 요구를 느낀다(empfinden)는 것은, 직접적인 행동을 통한 만족을 원하는 절박한 요구는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예술을 이해하려면 실제 삶에서 다르게 사고하는 것을 배워야만 할 것이다 (Musil, 1911).
프로이드는 1914년 <나르시즘 입문>에서도 이러한 질문을 던지고 있지만, 무엇보다도 스물세번째 강의(1916-17) 마지막 부분에서 모든 사람이 환상을 갖고 살지만 예술가가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지적하면서 진정한 예술가는
⑴ 다른 사람들에게 거부감을 느끼게 하는 백일몽의 사적(private) 성격을 거부감이 없도록 작업하여 그들이 함께 즐길 수 있도록 작업한다;
⑵ 그는 금지된 출처가 드러나지 않게 백일몽을 완화한다;
⑶ 그는 어떤 특정한 소재를 자신이 상상한 표상에 부합되는 형식을 갖출 때까지 가공해 갈 수 있는 신비스런 능력을 가지고 있다;
⑷ 그는 무의식적 환상을 표현할 때 즐거움(Lustgewinn)과 접합할 줄을 알아서, 잠시나마 이 즐거움이 억압현상을 능가하여 한동안은 억압없는 삶을 향유할 수 있게 한다고 하였다.
이로 인하여 "무의식이라는 즐거움의 원천"에서 위로와 위안을 얻게 된다는 것이다. 프로이드는 또 한 번 강조하면서 "환상에서 현실로 돌아가는 길이 있는데, 그것이 바로 예술이다" (1917, p.390)라고 하였다.미주 프로이드는 예술가들이 선천적으로 강한 승화능력을 타고 났으며 그들에게는 갈등에서 일어나는 억압이 느슨하다고 보았다.
위니코트(1945)는 건강하지만 빈곤한 인간이 예술적 표현을 통하여 원시자기(primitive selves)에 맞닿을 수 있기를 바란다고 하였다. 그는 또한 <과도기적 대상(transitional object)>이라는 개념을 통하여, 유아들이 사랑하는 대상(대개는 엄마)의 부재를 어떻게 창조적으로 대처하며 관계대상을 내재화하는 지를 설명하였다.
뮬러 브라운슈바이크(M ller-Braunschweig, 1984)에 의하면 창조작업의 무의식적 동기로는
⑴ 외상을 극복하여 위협을 통제하려는 것;
⑵ 작품을 통해서 자기대상(self-object)을 확대하고자 하는 것;
⑶ 나르시스적인 틈새 혹은 공허를 메우려 하는 것;
⑷ 감상인들로 부터의 인정을 통해 그들과 간접적이긴 하지만 내적인 소통을 원하는 것 등이라고 한다.
정신분석적으로 이해하는 창조 과정을 간추려 보면 대체로 세 단계로 정리할 수 있다 (Kraft, 1984).
⑴ 의식적 무의식적으로 받은 자극에 의해 집중적 작업을 시도하면서 준비를 한다;
⑵ 피곤, 무력감, 혹은 갑작스런 일 등 의식적으로는 여러 가지 이유가 생길 수 있는데 예술가는 얼마 동안 이 일과는 무관한 시간을 보내게 된다. 이 휴식 동안에 무의식 과정이 일어나고 다시 일에 착수하게 될 때, 많은 경우 영감(inspiration)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 이는 자신을 무의식 활동에 잠정적으로 맡긴다는 의미가 되는데 심리적인 유연성이 그 필수조건이 된다;
⑶ 객관적 규칙에 따라 의식적 작업을 수행하는데, 이 때는 비판적이어야 하며 정말 새롭고 독창적인 조직화가 이루어졌는지 판별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창조적 과정은 임상실제의 분석 과정에서도 일어나는데 내담자의 자유연상이나 분석가의 <잔잔히 떠있는 주의력(evenly suspended attention)>은 무의식적 소통을 용이하게 한다. 또한 분석가와 내담자의 관계도 환상과 현실의 중간 지대에서 펼쳐지는 장면을 통해서 진정한 해석과 통찰이 이루어진다. 내담자는 옛 것을 다시 체험하고 재발견하면서 새로운 통찰에 이르게 된다. 이 과정에서 자신을 좀 놓아 두는 자세와, 이 만남의 장에서 일어나는 모든 현상을 흩어지게 하지 않고 버티어 체험의 밀도를 조장하는 객관화 작업은 무엇보다도 분석가가 먼저 실천해야 할 책임 부담이다. 여기서 의식, 전의식, 무의식 간의 유연한 상호관계와 그 평형상태의 수용력에 따라 조직화의 성공 여부가 결정된다. 혼돈을 버틸 수 있는 절제 혹은 통제능력, 다양성을 통합할 수 있는 능력, 동시에 여러 가지 가능성을 개괄할 수 있는 능력 등이 그것이다. 프로이드는 "해석의 예술(Kunst der Deutung)"이라는 말을 여러 군데(Freud, 1904a, p.7; 1920g, p.16; 1922a, p.186f.; 1923a, p.215ff.; 1924f, p.411; 1925d, p.66, 69; 1926e, p.250)에서 쓰기도 하였다.
2. 예술작품의 분석
프로이드는 아름다운 것에 민감했다. 존스(Jones)에 의하면 프로이드는 문학작품을 가장 좋아했고, 그다음 조각품 (특히 고대), 그리고 건축과 미술작품에 심취했었다. 또한 그의 문장력은 문학적 경지를 충족시킬 정도로 훌륭했다.
그는 이미 1989년 마이어(C. M. Meyer)의 여판사라는 단편소설에 대하여 짧은 작품분석을 해서 플리스(Flie )에게 보낸 적이 있으며, 괴테의 베르테르(Werther)를 분석하기도 했다. 그리고 그는 1900년 꿈의 해석에서 외디푸스왕과 햄릿을 다루었다.
프로이드는 1907년에 옌센(W. Jensen 1837-1911)의 소설 그라디봐(Gradiva)에 나오는 망상과 꿈을 분석했다. 소설의 주인공은 꿈을 꾸고나서 폼베이에 가고 우여곡절 끝에 옛애인을 만나게 된다. 이 작품에서 프로이드를 매혹시킨 것은 폼베이의 역사적 운명과 인간 영혼의 심리적 억압 현상의 유사성(analogy)이었다. 폼베이가 발굴되어 고고학적으로 연구되었고 억압된 무의식은 분석을 통해서 의식화되는 것이다. 이렇게 그의 초기의 글들은 정신분석 이론을 예술작품에 적용시켜 보는 시도로 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특히 작품 속의 인물을 살아 있는 사람 처럼 분석하는데 대해서는 비판적 의견이 많다. 예술작품은 모방이 아니며 작품이 묘사하는 경험을 작가가 실제로 겪었어야 할 필요도 없다. 관객 혹은 독자는 그와 꼭 같은 감정을 느끼지 않아도 된다.
프로이드는 1913년 상자 고르기의 모티브(Das Motiv der K stchenwahl)에서, 이 모티브를 퇴행적으로 구사하는 작가의 능력과 원초적인 것과의 접심(接心)을 통하여 일어나는 굉장한 영향력을 명쾌하게 설명하고 있다. 그는 <무엇이 어떻게 독자들을 사로잡는가>하는 질문 속에서 <읽는 사람을 읽고 있다>
그는 1914년 미켈란젤로의 모세(der Moses des Michelanselo)에서도 형식(form)을 많이 다루고 있다. 그러나 그가 예술이론에서 흔히 그랬듯이 이번에도 어떤 상황
기술로 끝나게 된다. 존스는 프로이드가 자신의 불안과 소망을 이 모세상에 투사하였다고 해석하고 있다. 프로이드는 그 당시 스위스 회원들과의 문제 때문에 큰 좌절을 겪고 있었다. 여기서도 그는 예술품을 감상하면서 자신의 마음을 읽었다고 봍 수 있을 것같다. 그는 본문에서 "바로 우리를 압도하고 사로잡는 그런 위대한 예술작품일수록 우리 이해에 미치지 못하고 어둡게 머문다"는 사실을 지적했는데 이때 사람들은 그 작품을 감탄하고 감정적으로 제압당하지만 무엇을 생각하고 상상하는지 말하기 어렵다고 하였다. 물론 이러한 현상이 투사를 통해 일어날 수 있겠지만 다른 한편으로 작품과 감상인 간의 <무의식적인 접심 >현상으로도 이해될 수 있겠다.
프로이드는 마리 보나빠르떼(Marie Bonaparte)가 포우(Edgar Allan Poe)에 대하여 쓴 책의 서문을 썼다. 작가이면서 정신분석가인 카일손(Keilson, 1998)은 프로이드가 여기에서 밝힌 자신의 예술에 대한 입장을 그 이후에도 포기한 적이 없다고 비판한다. 즉, 어떤 작품의 특성이 얼마만큼 그 창조자 혹은 저자의 특성에 의존하는 지를 이해할 수 있으려면 정신분석적 해석을 거쳐서야만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한 사람의 개성은 어린 시절의 강한 정서적 관계와 아픈 경험에 의해서 형성된다는 것이다. 이것은 문학작품의 텍스트(Text)를 분석적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카일손은 이것이 위험한 "함정(die Fallstricke)"이기도 하다고 하였다. 예를 들어 릴케(Rainer Maria Rilke)가 가까움과 거리를 동시에 중계하는 언어로 많은 이의 마음을 움직이는데, 왜 또 그의 작품이 분석적 주석을 필요로 하느냐는 것이다. 예술역사가이며 분석가인 크리스(Ernst Kris, 1952)도 예술가의 체험은 오직 부분적으로만 그의 예술적 비젼(vision)의 원천이 될 수 있다(p. 288)고 하였다. 갈등을 상상해 낼 수 있는 예술가의 힘은 그의 개인적 경험 한계를 훨씬 능가하며 그들의 일반화 능력은 탁월하다고 하였다. 그러므로 예를 들어 햄릿(Hamlet)에서 전적으로 쉐익스피어(Shakespeare)를 찾으려고 하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것이다.
프로이드는 미래에 대한 환상(Die Zukunft einer Illusion, 1927c)에서 예술은 가장 오래되고 아직도 가장 깊이 감지되는 문화를 위한 포기(immer noch am tiefsten empfundenen Kulturverzichte)에 대한 대체만족(Ersatzbefriedigungen)을 제시한다고 하였다. 또 그는 문명 속의 불만(Das Unbehagen in der Kultur 1930a)에서, 인간은 예술작품을 즐기면서 삶의 고통에서 약간 벗어나 마취(die milde Narkose) 상태에 들어갈 수는 있지만 예술이 결코 인간현실의 고통(reales Elend)을 잊을 수 있게 하지는 않는다고 하였다 (1930a, p. 439f.). 결국 프로이드는 <관습적으로 승인된 현실(die konventionell zugestandene Realit t)>을 담보로 예술을 그냥 즐길 수 있는 아름다운 것(das Sch ne)으로만 이해하려는 전 근대적 고전주의적 자세를 고집한 것 같다. 그는 1933년 정신분석 입문 새 강의에서 예술은 학문이나 종교에 비해 무서워할 것이 없고(harmlos) 유익하다(wohlt tig)고 하였다. 그는 독일어권의 많은 문학작품을 읽었고 생존했던 사람들과 친분도 있었다. 그러나 프로이드가 릴케를 <생에 상당히 무기력했던 시인(...im Leben ziemlich hilflosen Dichter)>으로 칭한 것이 전해지고 있으며, 그는 당시의 초현실주의자들을 우습게 보았으며, 당시의 젊은 작가들 즉, 카프카(Franz Kafka, 1883-1924)나 무질, 게오르게(Stefan George), 데멜(Richard Demel)에 대해서는 한 번도 언급하지 않았다. 그는 예술가의 탁월한 직관 능력에는 양가적이었으며 예술에 대하여 자신있는(selbstsicher) 자세(예를 들면 1919년의 Das Unheimliche에서)를 취했다(Gay, 1987참조).
프로이드는 1930년 문명 속의 불만(das Unbehagen in der Kultur)에서 그 동안 정신분석 연구를 통해 밝혀낸 인간 및 사회 본성에 대한 굉장한 개관을 한다. 이것은 한 시대의 설계도이자 폭로였다. 여기에는 인간과 인간사회의 긍정적인 면 뿐만 아니라 비인간성과 잔인성, 그리고 처참함이 함께 자리하고 있다. 이에 비하여 그가 제시한 예술의 기능은 볼품없는 것으로 보인다. 미학적 즐거움을 누리는 것(Genu , sthetische Lust), 전희(Vorlust), 미혹의 프리미엄(Verlockungspr mie), 위로(Tr stung), 화해(Vers hnung), 부드러운 마취 (milde Narkose), 해롭지 않은 환상(harmlose Illusion). 이러한 전체적 맥락에서 볼 때 프로이드의 예술이론은 어쩌면, 건강과 병리세계를 넘나드는 인간조건에 균형을 이루고자 하는 방어기제(부드러운 마취)로 보여지기도 한다(Keilson, 1998). 어떤 처절한 예술작품도 프로이드의 이러한 자세를 바꿀 수가 없었던 것은 현대적 시각으로는 전혀 공감이 가지 않지만 그의 기구한 운명을 생각하면 그것은 오히려 건강한 방어로 해석될 수 있다. 프로이드는 정신분석 연구를 통해서 창조성의 비밀(das Geheimnis der Kreativit t)을 밝히지는 못했다고 자주 강조하였으나, 프로이드 이후 분석가들은 이 문제를 풀 수 있다는 자세로 다른 분야의 연구자들과 협조하여 경험연구를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3. 예술가의 생애
크레메리우스(Cremerius, 1971)에 의하면 프로이드가 1910년에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전기연구를 출판한 이후 여러 정신분석 학도들이 1913년까지 미학, 문학, 예술에 관한 논문 57편을 출간하였고, 1960년까지는 여러 분야 (작가, 예술가, 학자, 정치인, 군인, 종교인 등)의 사람들에 관해서 300편 이상을 발표하였다. 프로이드도 레오나르도(1910) 이후, 멕시코의 여제 샤롯데(Charlotte, Exkaiserin von Mexiko, 1912), 괴테(1917), 도스토옙스키(1928), 윌슨(1930), 나폴레온(1936), 모세(1934-1938)에 관한 전기연구를 발표하였다.
프로이드 외에도 칼 아브라함, 오스카 피스트, 마리 보나빠르떼가 전기 연구를 하였고, 토마스 만, 스테판 츠바이크, 아르놀드 츠바이크, 하인리히 슈니쯜러, 로망 롤랑 등은 전기적인 소설을 쓰면서 정신분석을 적용했으며, 정신분석학도들은 서로 생각을 교환하면서 활발하게 연구를 진행하였다. 뛰어난 사람들의 삶의 특징이 연구가들을 자극했고, 분석가는 다방면으로 정보가 풍부하고 특히 문학을 알아야만 한다고 한 프로이드의 권유 때문이기도 하였다.
프로이드는 레오나르도 다빈치 유년의 기억을 집필할 때 편지를 길게 못 쓸만큼 작업에 집중하고 있었다. 10년 뒤에 루 살로메에게 보낸 편지에서 이것이 자기가 쓴 가장 아름다운 글이라고 하였다. 프로이드는 화가 헤르만 스트룩(Hermenn Struck)에게 쓴 글에서, 이것은 반은 소설이니 학문적인 것으로 받아들이지 말라고 경고했다. 내용면에서 보면 이것은 많은 조각들이 없어지고 무엇인지 밝히기 어려운 퍼즐 조각을 가지고 원형을 찾아가듯이 쓴 글이다. 여기서 솔개를 독수리로 착각하는 오류까지 생기게 되었다. 이 글을 읽고 많은 독자들은 반발을 하였는데, 프로이드는 그런 반응에 대해서 감사했다고 한다. 프로이드는 인간이 위대한 인물을 이상화하려는 경향(나르시스적인 방어)을 지적하였다. 전기 연구는 그러한 인간의 방어를 부추기는 것을 지향하지 않고 인간의 진면목을 보여주는 것에 그 목적이 있다. 프로이드는 개인적으로 레오나르도를 좋아했고, 예술가로서 학자로서 신뢰했다.
다음과 같은 비판적 질문은 의미가 있으므로 짧게 살펴 볼까 한다.
⑴ 정신분석 전기연구는 예술가의 천재성에 대해서 아무것도 밝히지 않는다. 과거를 들추어 허점을 앞세우면서 예술가를 모독하는 것은 아닌가?
인간은 천재에 대하여 적지않은 관심을 가져왔다. 사람들은 그들에게서 별다른 것을 발견하고자 했고, 바로 그것 때문에 그들을 생소하고 기이하게 여겼으며 그들을 두려워하기도 했다. 천재의 존재에 대한 의문은 곧 정신병리와 연결되었다. 창조성에서 악마적 혹은 주술적인 것을 찾으려 하거나, 천재를 광기와 연결시키려는 글들이 19세기에도 출판되었다. 이러한 시대적 배경에서 정신분석은 천재 문제를 다루기 시작했는데, 그 첫 번째 모토는 병리전기에서 심리전기로 탈바꿈하자는 것이었다. 즉 천재로부터 거리를 줄이고 그들을 인간 존재계로 되돌아 오게 하자는 것이었다.
⑵ 예술가의 어린시절과 예술작품을 연결시키는 해석방법, 즉 발생기원적-역동적 방법론이 모든 인간을 천편일률적으로 평가하는 또 하나의 인과관계-결정론적 구둣골 (eine andere Forn des kausal-deterministischen Leisten)이 아닌가?
Freud는 이러한 의혹을 이미 레오나르도에서 다루고 있는데, 분석가는 아무리 개인사에 대한 자료가 충분하고 심리적 기제들을 확실하게 다룰 수 있다 하더라도 한 개인의 생이 꼭 그렇게 되어야 하고 다르게 전개될 수가 없다는 식의 필연성에 도달할 수는 없다고 하였다 (Freud, GW VIII p. 208f.).
어린 시절에 대한 기억은 사실과 맞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다. 왜 이 당사자는 자기의 과거를, 혹은 어떤 특정한 경험을 이렇게 기억하며, 그러한 자기의 환상을 생애 동안 어떻게 해석해 왔는가 하는 것은 그러한 사실만큼이나 의미있는 정보가 된다. 역사적 자료가 증명될 수 없거나 개인적 자료의 신빙성에 대해서 당사자가 대답을 할 수 없는 경우, 분석작업은 큰 한계를 가질 수 밖에 없다. 이미 프로이드가 인정한 또 다른 한계는 인간이면 누구에게서나 관찰될 수 있는 추동충동, 그것에 대처하는 다양한 방법 외에도 억압의 강도나 승화능력 등은 선천적인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정신분석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부분이 많다고 하였다.
정신분석적 전기연구의 의미는 인간을 역사적 존재로 이해하고자 함에 있고, 이 역사성 속에 무의식적 소망, 환상 등이 어떻게 연결되는지 밝힘으로써 그 사람의 생각, 느낌, 행동 등이 새로운 맥락 속에서 이해될 수 있다는 것이다.
창의적 작업과정에서 예술가의 정신건강과 예술작품과의 관계에 대해서는, 일반적으로 개개의 예술가의 건강한 부분이 결정적이라는 의견이다(Keilson 1998, p. 737). 작가의 인간적인 문제가 작품에 영향을 끼칠 수는 있겠으나, 이것만이 예술작품의 질을 결정할 수는 없다. 작가의 작업(Arbeit), 예술적 노력(Akt) 등이 작품에 끼치는 영향은 지대하다.
결어
아래는 독일작가 무질이 1927년 1월 16일 베를린에서 열린 릴케 축제에서 한 연설 중 한 귀절인데 (Keilson, 1998에서 인용), 정신분석가가 한 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윤리적인 규칙과 범죄, 건강함과 병에 걸린 것, 우리의 감탄과 혐오, 이들이 같은 것에서 유래하고, 그 경계가 뚜렷하지 않다는 것. 이것은 지난 세기 문학을 통해서, 그리고 다른 것으로부터 영향을 받아서 많은 사람들에게 자명한 사실이 되었다.
1997년 마지막 Newsweek에서 Jonathan Alter 기자는 스필버그의 새 영화 Amistad를 소개하는데, 다음과 같은 구절로 시작한다.
국가도 사람과 같아서 옛 기억을 가라앉히거나 억누를 수는 있지만 없앨 순 없다. 옛 상처는 말 속에서 정치에서 그리고 때론 영화에서 되살아 난다.
이제 정신분석이 밝힌 많은 진실들은 널리 알려져 상식이 되고 있다. 정신분석은 예술과의 관계를 통해서 학문적으로 부유해지고 임상실제에서는 인간적인 깊이와 폭을 더 해 갈 수 있을 것이다. 인간적 한계 안에서 진실과 현실을 마음껏 경험하며 자유로와지는 길을 예술과 정신분석은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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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출처 http://www.psychoanalysis.co.kr/psy/psy6.php
저자 윤순임 (정신분석가/서울정신분석상담연구소장)
제목 정신분석과 예술(2000)
출처 예술과 심리학 한국심리학회 추계 심포지움.
정신분석과 예술
서론: 무의식의 존재와 그 영향력
<무의식이 어떻게 창조과정에 관여하고 있는가>하는 질문은 정신분석 예술이론의 핵심이 된다. 역사적으로 보면, 프로이드는 우선 무의식에 대한 그의 이론을 예술가와 예술작품, 그리고 그들의 관계를 연구하는 데에 적용하였다. 그는 무의식의 영향이 없이는 예술작품의 그 큰 힘이 존재할 수 없음을 알고 있었으며, 무의식의 어떤 내용이 어떤 길을 통해서 인간을 그토록 움직일 수 있는 예술작품이 될 수 있는 지에 대해 진지한 질문을 던지고 있었다. 그의 예술이론은 정신분석 이론의 발달과정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는데, 프로이드의 정신분석 이론은 편협한 추동이론으로부터 시작하여 점차 포괄적이 되면서 자아심리학, 대상관계이론, 자기심리학을 통합하게 된다. 방법론적으로도 아버지를 만나면서 어린 아이의 문제를 해결하게 하는 한 사례 ("어린 한스") 이외에는 성인 분석을 통해서 얻어지는 정보와 제반 자료를 가지고 어린 시절을 재구성하거나 유추해 들어가던 것이 1940-50년대에 들어서면서 급격한 발전을 하였다. 특히 안나 프로이드(Anna Freud), 멜라니 클라인(Melanie Klein), 베델하임(Bruno Bettelheim), 에릭슨(Erik H. Erikson), 스피츠(Rene A. Spitz), 위니코트(Donald Winnicott), 말러(Margaret S. Mahler) 등은 신생아와 아이들을 직접 치료하거나 관찰하면서 발달이론과 치료이론 발전에 큰 박차를 가했다. 전생애를 발달과정으로 보는 시각의 변화와 함께 자아심리학이나 자기심리학, 대상관계이론 등은 외디푸스 콤플렉스 이전, 즉 전언어기의 발달과정에 연구의 초점을 맞추고, 임상실제에서는 프로이드가 분석이 불가능하다고 평가한 내담자들을 정신분석적으로 이해하고 치료할 수 있게 되었다. 정신분석의 상위심리학(metapsychology)은 이제 실제에 바탕을 둔 임상이론에 의해 배경으로 밀려나게 되었다 (Sandler, 1989 참조). 1979년 정신분석 심리치료 수련과정의 지침서에서도 상위심리학에서 공식화된 개념들을 변화될 수 있는 가정(hypothesis)으로 간주하고 있다.
정신분석은 역동적 무의식의 학문이며, 심리치료의 방법이고 그 기법으로서 이해된다. 정신분석치료에서는 인간상호관계를 무의식적으로 일어나게 하는 자기표상, 대상표상, 관계표상 등을 다루는 대상관계이론과 모든 장면적 이해를 활용하는 방법(method)이 필수적이다. 정신분석치료기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전이, 저항, 역전이 현상을 분석과 치료에 적용하는 것이다. 정신분석의 상위심리학에서 공식화된 개념들은 변화될 수 있는 가정으로서 이해된다 (Stuttugart 정신분석연구소 수련지침서, 1979 참조).
현재 임상실제에서는 나르시스적 경계선적 성격장애와 증후군을 보이는 내담자들이 속출하고 있다. 이는 현대 사회 및 가족 구조가 변화되거나 와해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역학적 변화이며 분석가는 이에 학문적 예술적 순발력으로 대처해야만 한다. 예술이론에서도 프로이드는 소망(der Wunsch)과 현실의 갈등 속에서 억압된 소망과 환상이 어떻게 변환되어 현실로 되돌아 올 수 있는지를 논하고 나르시스적인 욕구를 다루는데 비하여 현대 정신분석 예술이론가들은 좀 더 폭넓은 주제를 다루고 있다. Kraft(1984)에 의하면 창의성과 예술에 관한 정신분석적 테마는,
⑴ 예술가의 생애와 그의 작품 간의 연관성;
⑵ 창조적 활동이 심리적인 평형(psychoeconomy, homeostasis)을 유지하는데 어떻게 기여하는지에
대한 질문;
⑶ 창의적 과정 자체 (예를 들면 '문제해결 행동'시 요구되는 창의적 과정);
⑷ 창조작업과 예술에서 형식(form)이 갖는 의미와
⑸ 예술 작품과 그 감상인(recipient)과의 상호관계를 들고 있다.
그 외에도 예술 작품에 대한 정신분석적 해석이 많이 발표되고 있다.
정신분석은 철저히 발견적(heuristic)인 학문으로서 이론과 실제가 서로 맞물려 끝없는 소통을 통하여 새로운 것을 발견하고 통합하면서 끝없이 발전해 갈 수 밖에 없다. 예술에 대한 정신분석적 이해에도 물론 프로이드가 기본이 되지만 70, 80년 전의 프로이드의 글에만 의존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며, 또한 그것은 프로이드의 진정한 뜻이 아니다. 아래에서는 예술에 관련된 프로이드의 글을 창조적 과정, 예술작품의 분석, 예술가의 생애로 간추려 보면서 몇가지 비판적인 질문을 다루어 볼까 한다.
1. 창조적 과정 (der kreative Proze )
프로이드는 예술이론이라는 말을 쓰지는 않았지만 이미 꿈의 해석(1900)과 위트와 그것의 무의식과의 관계(Der Witz und seine Beziehung zum Unbewu ten, 1905c)에서 예술심리학적 접근을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는 꿈작업(die Traumarbeit, dreamwork)을 언어로 공식화하여 응축, 전위, 상징화 등의 기제들을 밝혔으며, 위트가 억압된 것과 억압하는 세력 사이에서, 다시 말하면 현실원칙과 쾌락원칙 사이, 의식과 무의식 간의 중간세계에서 완벽하게 창조적 조직화 (creative organization) 과정을 거친 것이라는 것을 연구해 냈다. 사실 일상생활에서 위트와 유머는 아이들의 놀이만큼이나 삶을 생동감있게 하고 유연하게 하며 삶에 예술성을 부여한다. 일상생활의 창의성에 대하여는 위니코트의 이론이 중요하지만 여기서는 생략하기로 한다.
프로이드는 1908년 작가와 환상활동(Der Dichter und das Phantasieren)에서 아이의 놀이와 어른들의 환상활동을 비교하는데, 어린이의 놀이에서는 현실(die Wirklichkeit)과의 관계가 유지되지만 어른들에게는 놀이가 환상활동으로 대치되어 현실과의 관계가 단절된다. 아이들은 놀이를 하면서 어른들에게 감추지를 않지만 어른들은 자신의 환상세계를 대체로 부끄러워하며 남에게 알리고 싶어하지 않는다고 하였다. 여기서 프로이드는 충족되지 않은 소망이 환상을 유발하는 힘이 된다고 보았으며, 환상은 충족시키지 못하는 현실의 교정체(eine Korrektur der unbefriedigenden Wirklichkeit)라고 하였다. 그에 의하면 백일몽처럼 문학작품도 어린 시절 놀이의 연속이며 대체물이다. 이러한 전제 하에서 프로이드는 작가의 어린 시절의 기억을 강조하였다.미주 이 글에서 프로이드는 작가는 순수 형식화를 통하여 미학적 쾌감을 준다고 하였다.미주 그러므로 그가 예술을 논할 때 주로 그의 추동이론을 확인하려고 내용만을 중요시하고, 예술형식(form)이 가지는 의미나 기능을 무시했다고 하는 비판은 완전히 옳은 것은 아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프로이드가 음악을 즐길 수 없었다는 것과, 그의 제자들에게도 모든 감각과 느낌을 언어로 포착하라고 권하기도 했다는 점은 주목할만한 일이다. 음악이야말로 내용과 형식이 중첩되는 예술쟝르이기 때문이다. 이는 아마도 새로이 창시된 학문, 정신분석이 무엇보다 먼저 심리치료에 발판을 두고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사료되기도 하다.
프로이드는 1913년에 정신분석에 대한 관심(Das Interesse an der Psychoanalyse)에서 <도대체 예술가는 어떻게 해서 그러한 창조능력을 가지게 되는가>라는 진지한 질문을 제기한다.미주 그에 의하면 예술가는 자신의 작품을 통해서 자기해방에 이르게 되며, 이 작품은 다른 사람에게 소통되면서 그들에게도 나름대로의 영향을 끼치게 된다. 작가는 변환(eine Umformung)을 통하여 스스로 피하고 싶은 것, 남에게 표현하고 싶지 않은 것 등 억압된 무의식적 소망의 특징을 누그러뜨리며 그 소망의 개인적 소재를 감출 수 있게 된다. 예술가는 미학적 규칙을 지킴으로써 작품을 즐기는 사람으로 하여금 죄책감이나 수치심, 혹은 과도한 개인적 좌절, 분노, 또는 부담을 느끼지 않아도 되는 크나큰 배려를 하기에 이르는 것이다. 그리하여 작가는 관습적으로 허용된 현실을 가공하면서, 이 가공된 현실에서 상징, 대체형성 등의 특수한 예술적 방법을 통해서 진실된 정동을 끌어내게 된다. 이리하여 예술은 소망을 좌절시키는 현실과 소망을 충족시키는 환상 사이의 중간지대를 구성한다. 이제 여기서 주목할 것은 이 중간지대에서 <인간의 원시성에서 나타나는 전지전능에 대한 열망>이 어떤 가능한 방식으로 효력을 발휘하게 된다는 것이다.
원시성에로의 퇴행은 노이로제나 정신병의 위험을 안고 있으므로 예술가의 자아능력은 상당한 탄력을 요구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아이슬러(Eissler)는 창조적 과정에서 필수적인 자아강도(Ich-St rke)를 강조한다. 이것은 작가가 모든 자료와 소재를 냉정하게 버텨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또한 무질(R. Musil)은 창조와 정신의 가능성 실현을 위하여 "가동적 평형(bewegliches Gleichgewicht)"이라는 말을 썼다(Keilson 1998, p. 743). 괄목할 만한 것은 무질이 1911년 (그러니까 Freud보다 2년 전)에 <판(Pan)>이라는 잡지에 발표한 글이다.
예술가는 품위에 어긋나고 병든 것을 그의 창작의 출발점으로 선택할 수 있다. 그러나 이미 작품으로 표현된 것(das Dargestellte)은 이제 더 이상 품위가 없거나 아픈 것이 아니다. 실제로 어떤 테마가 현실에서 거부감을 일으킨다 하더라도 예술적으로 그것을 기술하고 표현하고 싶은 요구를 느낀다(empfinden)는 것은, 직접적인 행동을 통한 만족을 원하는 절박한 요구는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예술을 이해하려면 실제 삶에서 다르게 사고하는 것을 배워야만 할 것이다 (Musil, 1911).
프로이드는 1914년 <나르시즘 입문>에서도 이러한 질문을 던지고 있지만, 무엇보다도 스물세번째 강의(1916-17) 마지막 부분에서 모든 사람이 환상을 갖고 살지만 예술가가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지적하면서 진정한 예술가는
⑴ 다른 사람들에게 거부감을 느끼게 하는 백일몽의 사적(private) 성격을 거부감이 없도록 작업하여 그들이 함께 즐길 수 있도록 작업한다;
⑵ 그는 금지된 출처가 드러나지 않게 백일몽을 완화한다;
⑶ 그는 어떤 특정한 소재를 자신이 상상한 표상에 부합되는 형식을 갖출 때까지 가공해 갈 수 있는 신비스런 능력을 가지고 있다;
⑷ 그는 무의식적 환상을 표현할 때 즐거움(Lustgewinn)과 접합할 줄을 알아서, 잠시나마 이 즐거움이 억압현상을 능가하여 한동안은 억압없는 삶을 향유할 수 있게 한다고 하였다.
이로 인하여 "무의식이라는 즐거움의 원천"에서 위로와 위안을 얻게 된다는 것이다. 프로이드는 또 한 번 강조하면서 "환상에서 현실로 돌아가는 길이 있는데, 그것이 바로 예술이다" (1917, p.390)라고 하였다.미주 프로이드는 예술가들이 선천적으로 강한 승화능력을 타고 났으며 그들에게는 갈등에서 일어나는 억압이 느슨하다고 보았다.
위니코트(1945)는 건강하지만 빈곤한 인간이 예술적 표현을 통하여 원시자기(primitive selves)에 맞닿을 수 있기를 바란다고 하였다. 그는 또한 <과도기적 대상(transitional object)>이라는 개념을 통하여, 유아들이 사랑하는 대상(대개는 엄마)의 부재를 어떻게 창조적으로 대처하며 관계대상을 내재화하는 지를 설명하였다.
뮬러 브라운슈바이크(M ller-Braunschweig, 1984)에 의하면 창조작업의 무의식적 동기로는
⑴ 외상을 극복하여 위협을 통제하려는 것;
⑵ 작품을 통해서 자기대상(self-object)을 확대하고자 하는 것;
⑶ 나르시스적인 틈새 혹은 공허를 메우려 하는 것;
⑷ 감상인들로 부터의 인정을 통해 그들과 간접적이긴 하지만 내적인 소통을 원하는 것 등이라고 한다.
정신분석적으로 이해하는 창조 과정을 간추려 보면 대체로 세 단계로 정리할 수 있다 (Kraft, 1984).
⑴ 의식적 무의식적으로 받은 자극에 의해 집중적 작업을 시도하면서 준비를 한다;
⑵ 피곤, 무력감, 혹은 갑작스런 일 등 의식적으로는 여러 가지 이유가 생길 수 있는데 예술가는 얼마 동안 이 일과는 무관한 시간을 보내게 된다. 이 휴식 동안에 무의식 과정이 일어나고 다시 일에 착수하게 될 때, 많은 경우 영감(inspiration)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 이는 자신을 무의식 활동에 잠정적으로 맡긴다는 의미가 되는데 심리적인 유연성이 그 필수조건이 된다;
⑶ 객관적 규칙에 따라 의식적 작업을 수행하는데, 이 때는 비판적이어야 하며 정말 새롭고 독창적인 조직화가 이루어졌는지 판별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창조적 과정은 임상실제의 분석 과정에서도 일어나는데 내담자의 자유연상이나 분석가의 <잔잔히 떠있는 주의력(evenly suspended attention)>은 무의식적 소통을 용이하게 한다. 또한 분석가와 내담자의 관계도 환상과 현실의 중간 지대에서 펼쳐지는 장면을 통해서 진정한 해석과 통찰이 이루어진다. 내담자는 옛 것을 다시 체험하고 재발견하면서 새로운 통찰에 이르게 된다. 이 과정에서 자신을 좀 놓아 두는 자세와, 이 만남의 장에서 일어나는 모든 현상을 흩어지게 하지 않고 버티어 체험의 밀도를 조장하는 객관화 작업은 무엇보다도 분석가가 먼저 실천해야 할 책임 부담이다. 여기서 의식, 전의식, 무의식 간의 유연한 상호관계와 그 평형상태의 수용력에 따라 조직화의 성공 여부가 결정된다. 혼돈을 버틸 수 있는 절제 혹은 통제능력, 다양성을 통합할 수 있는 능력, 동시에 여러 가지 가능성을 개괄할 수 있는 능력 등이 그것이다. 프로이드는 "해석의 예술(Kunst der Deutung)"이라는 말을 여러 군데(Freud, 1904a, p.7; 1920g, p.16; 1922a, p.186f.; 1923a, p.215ff.; 1924f, p.411; 1925d, p.66, 69; 1926e, p.250)에서 쓰기도 하였다.
2. 예술작품의 분석
프로이드는 아름다운 것에 민감했다. 존스(Jones)에 의하면 프로이드는 문학작품을 가장 좋아했고, 그다음 조각품 (특히 고대), 그리고 건축과 미술작품에 심취했었다. 또한 그의 문장력은 문학적 경지를 충족시킬 정도로 훌륭했다.
그는 이미 1989년 마이어(C. M. Meyer)의 여판사라는 단편소설에 대하여 짧은 작품분석을 해서 플리스(Flie )에게 보낸 적이 있으며, 괴테의 베르테르(Werther)를 분석하기도 했다. 그리고 그는 1900년 꿈의 해석에서 외디푸스왕과 햄릿을 다루었다.
프로이드는 1907년에 옌센(W. Jensen 1837-1911)의 소설 그라디봐(Gradiva)에 나오는 망상과 꿈을 분석했다. 소설의 주인공은 꿈을 꾸고나서 폼베이에 가고 우여곡절 끝에 옛애인을 만나게 된다. 이 작품에서 프로이드를 매혹시킨 것은 폼베이의 역사적 운명과 인간 영혼의 심리적 억압 현상의 유사성(analogy)이었다. 폼베이가 발굴되어 고고학적으로 연구되었고 억압된 무의식은 분석을 통해서 의식화되는 것이다. 이렇게 그의 초기의 글들은 정신분석 이론을 예술작품에 적용시켜 보는 시도로 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특히 작품 속의 인물을 살아 있는 사람 처럼 분석하는데 대해서는 비판적 의견이 많다. 예술작품은 모방이 아니며 작품이 묘사하는 경험을 작가가 실제로 겪었어야 할 필요도 없다. 관객 혹은 독자는 그와 꼭 같은 감정을 느끼지 않아도 된다.
프로이드는 1913년 상자 고르기의 모티브(Das Motiv der K stchenwahl)에서, 이 모티브를 퇴행적으로 구사하는 작가의 능력과 원초적인 것과의 접심(接心)을 통하여 일어나는 굉장한 영향력을 명쾌하게 설명하고 있다. 그는 <무엇이 어떻게 독자들을 사로잡는가>하는 질문 속에서 <읽는 사람을 읽고 있다>
그는 1914년 미켈란젤로의 모세(der Moses des Michelanselo)에서도 형식(form)을 많이 다루고 있다. 그러나 그가 예술이론에서 흔히 그랬듯이 이번에도 어떤 상황
기술로 끝나게 된다. 존스는 프로이드가 자신의 불안과 소망을 이 모세상에 투사하였다고 해석하고 있다. 프로이드는 그 당시 스위스 회원들과의 문제 때문에 큰 좌절을 겪고 있었다. 여기서도 그는 예술품을 감상하면서 자신의 마음을 읽었다고 봍 수 있을 것같다. 그는 본문에서 "바로 우리를 압도하고 사로잡는 그런 위대한 예술작품일수록 우리 이해에 미치지 못하고 어둡게 머문다"는 사실을 지적했는데 이때 사람들은 그 작품을 감탄하고 감정적으로 제압당하지만 무엇을 생각하고 상상하는지 말하기 어렵다고 하였다. 물론 이러한 현상이 투사를 통해 일어날 수 있겠지만 다른 한편으로 작품과 감상인 간의 <무의식적인 접심 >현상으로도 이해될 수 있겠다.
프로이드는 마리 보나빠르떼(Marie Bonaparte)가 포우(Edgar Allan Poe)에 대하여 쓴 책의 서문을 썼다. 작가이면서 정신분석가인 카일손(Keilson, 1998)은 프로이드가 여기에서 밝힌 자신의 예술에 대한 입장을 그 이후에도 포기한 적이 없다고 비판한다. 즉, 어떤 작품의 특성이 얼마만큼 그 창조자 혹은 저자의 특성에 의존하는 지를 이해할 수 있으려면 정신분석적 해석을 거쳐서야만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한 사람의 개성은 어린 시절의 강한 정서적 관계와 아픈 경험에 의해서 형성된다는 것이다. 이것은 문학작품의 텍스트(Text)를 분석적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카일손은 이것이 위험한 "함정(die Fallstricke)"이기도 하다고 하였다. 예를 들어 릴케(Rainer Maria Rilke)가 가까움과 거리를 동시에 중계하는 언어로 많은 이의 마음을 움직이는데, 왜 또 그의 작품이 분석적 주석을 필요로 하느냐는 것이다. 예술역사가이며 분석가인 크리스(Ernst Kris, 1952)도 예술가의 체험은 오직 부분적으로만 그의 예술적 비젼(vision)의 원천이 될 수 있다(p. 288)고 하였다. 갈등을 상상해 낼 수 있는 예술가의 힘은 그의 개인적 경험 한계를 훨씬 능가하며 그들의 일반화 능력은 탁월하다고 하였다. 그러므로 예를 들어 햄릿(Hamlet)에서 전적으로 쉐익스피어(Shakespeare)를 찾으려고 하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것이다.
프로이드는 미래에 대한 환상(Die Zukunft einer Illusion, 1927c)에서 예술은 가장 오래되고 아직도 가장 깊이 감지되는 문화를 위한 포기(immer noch am tiefsten empfundenen Kulturverzichte)에 대한 대체만족(Ersatzbefriedigungen)을 제시한다고 하였다. 또 그는 문명 속의 불만(Das Unbehagen in der Kultur 1930a)에서, 인간은 예술작품을 즐기면서 삶의 고통에서 약간 벗어나 마취(die milde Narkose) 상태에 들어갈 수는 있지만 예술이 결코 인간현실의 고통(reales Elend)을 잊을 수 있게 하지는 않는다고 하였다 (1930a, p. 439f.). 결국 프로이드는 <관습적으로 승인된 현실(die konventionell zugestandene Realit t)>을 담보로 예술을 그냥 즐길 수 있는 아름다운 것(das Sch ne)으로만 이해하려는 전 근대적 고전주의적 자세를 고집한 것 같다. 그는 1933년 정신분석 입문 새 강의에서 예술은 학문이나 종교에 비해 무서워할 것이 없고(harmlos) 유익하다(wohlt tig)고 하였다. 그는 독일어권의 많은 문학작품을 읽었고 생존했던 사람들과 친분도 있었다. 그러나 프로이드가 릴케를 <생에 상당히 무기력했던 시인(...im Leben ziemlich hilflosen Dichter)>으로 칭한 것이 전해지고 있으며, 그는 당시의 초현실주의자들을 우습게 보았으며, 당시의 젊은 작가들 즉, 카프카(Franz Kafka, 1883-1924)나 무질, 게오르게(Stefan George), 데멜(Richard Demel)에 대해서는 한 번도 언급하지 않았다. 그는 예술가의 탁월한 직관 능력에는 양가적이었으며 예술에 대하여 자신있는(selbstsicher) 자세(예를 들면 1919년의 Das Unheimliche에서)를 취했다(Gay, 1987참조).
프로이드는 1930년 문명 속의 불만(das Unbehagen in der Kultur)에서 그 동안 정신분석 연구를 통해 밝혀낸 인간 및 사회 본성에 대한 굉장한 개관을 한다. 이것은 한 시대의 설계도이자 폭로였다. 여기에는 인간과 인간사회의 긍정적인 면 뿐만 아니라 비인간성과 잔인성, 그리고 처참함이 함께 자리하고 있다. 이에 비하여 그가 제시한 예술의 기능은 볼품없는 것으로 보인다. 미학적 즐거움을 누리는 것(Genu , sthetische Lust), 전희(Vorlust), 미혹의 프리미엄(Verlockungspr mie), 위로(Tr stung), 화해(Vers hnung), 부드러운 마취 (milde Narkose), 해롭지 않은 환상(harmlose Illusion). 이러한 전체적 맥락에서 볼 때 프로이드의 예술이론은 어쩌면, 건강과 병리세계를 넘나드는 인간조건에 균형을 이루고자 하는 방어기제(부드러운 마취)로 보여지기도 한다(Keilson, 1998). 어떤 처절한 예술작품도 프로이드의 이러한 자세를 바꿀 수가 없었던 것은 현대적 시각으로는 전혀 공감이 가지 않지만 그의 기구한 운명을 생각하면 그것은 오히려 건강한 방어로 해석될 수 있다. 프로이드는 정신분석 연구를 통해서 창조성의 비밀(das Geheimnis der Kreativit t)을 밝히지는 못했다고 자주 강조하였으나, 프로이드 이후 분석가들은 이 문제를 풀 수 있다는 자세로 다른 분야의 연구자들과 협조하여 경험연구를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3. 예술가의 생애
크레메리우스(Cremerius, 1971)에 의하면 프로이드가 1910년에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전기연구를 출판한 이후 여러 정신분석 학도들이 1913년까지 미학, 문학, 예술에 관한 논문 57편을 출간하였고, 1960년까지는 여러 분야 (작가, 예술가, 학자, 정치인, 군인, 종교인 등)의 사람들에 관해서 300편 이상을 발표하였다. 프로이드도 레오나르도(1910) 이후, 멕시코의 여제 샤롯데(Charlotte, Exkaiserin von Mexiko, 1912), 괴테(1917), 도스토옙스키(1928), 윌슨(1930), 나폴레온(1936), 모세(1934-1938)에 관한 전기연구를 발표하였다.
프로이드 외에도 칼 아브라함, 오스카 피스트, 마리 보나빠르떼가 전기 연구를 하였고, 토마스 만, 스테판 츠바이크, 아르놀드 츠바이크, 하인리히 슈니쯜러, 로망 롤랑 등은 전기적인 소설을 쓰면서 정신분석을 적용했으며, 정신분석학도들은 서로 생각을 교환하면서 활발하게 연구를 진행하였다. 뛰어난 사람들의 삶의 특징이 연구가들을 자극했고, 분석가는 다방면으로 정보가 풍부하고 특히 문학을 알아야만 한다고 한 프로이드의 권유 때문이기도 하였다.
프로이드는 레오나르도 다빈치 유년의 기억을 집필할 때 편지를 길게 못 쓸만큼 작업에 집중하고 있었다. 10년 뒤에 루 살로메에게 보낸 편지에서 이것이 자기가 쓴 가장 아름다운 글이라고 하였다. 프로이드는 화가 헤르만 스트룩(Hermenn Struck)에게 쓴 글에서, 이것은 반은 소설이니 학문적인 것으로 받아들이지 말라고 경고했다. 내용면에서 보면 이것은 많은 조각들이 없어지고 무엇인지 밝히기 어려운 퍼즐 조각을 가지고 원형을 찾아가듯이 쓴 글이다. 여기서 솔개를 독수리로 착각하는 오류까지 생기게 되었다. 이 글을 읽고 많은 독자들은 반발을 하였는데, 프로이드는 그런 반응에 대해서 감사했다고 한다. 프로이드는 인간이 위대한 인물을 이상화하려는 경향(나르시스적인 방어)을 지적하였다. 전기 연구는 그러한 인간의 방어를 부추기는 것을 지향하지 않고 인간의 진면목을 보여주는 것에 그 목적이 있다. 프로이드는 개인적으로 레오나르도를 좋아했고, 예술가로서 학자로서 신뢰했다.
다음과 같은 비판적 질문은 의미가 있으므로 짧게 살펴 볼까 한다.
⑴ 정신분석 전기연구는 예술가의 천재성에 대해서 아무것도 밝히지 않는다. 과거를 들추어 허점을 앞세우면서 예술가를 모독하는 것은 아닌가?
인간은 천재에 대하여 적지않은 관심을 가져왔다. 사람들은 그들에게서 별다른 것을 발견하고자 했고, 바로 그것 때문에 그들을 생소하고 기이하게 여겼으며 그들을 두려워하기도 했다. 천재의 존재에 대한 의문은 곧 정신병리와 연결되었다. 창조성에서 악마적 혹은 주술적인 것을 찾으려 하거나, 천재를 광기와 연결시키려는 글들이 19세기에도 출판되었다. 이러한 시대적 배경에서 정신분석은 천재 문제를 다루기 시작했는데, 그 첫 번째 모토는 병리전기에서 심리전기로 탈바꿈하자는 것이었다. 즉 천재로부터 거리를 줄이고 그들을 인간 존재계로 되돌아 오게 하자는 것이었다.
⑵ 예술가의 어린시절과 예술작품을 연결시키는 해석방법, 즉 발생기원적-역동적 방법론이 모든 인간을 천편일률적으로 평가하는 또 하나의 인과관계-결정론적 구둣골 (eine andere Forn des kausal-deterministischen Leisten)이 아닌가?
Freud는 이러한 의혹을 이미 레오나르도에서 다루고 있는데, 분석가는 아무리 개인사에 대한 자료가 충분하고 심리적 기제들을 확실하게 다룰 수 있다 하더라도 한 개인의 생이 꼭 그렇게 되어야 하고 다르게 전개될 수가 없다는 식의 필연성에 도달할 수는 없다고 하였다 (Freud, GW VIII p. 208f.).
어린 시절에 대한 기억은 사실과 맞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다. 왜 이 당사자는 자기의 과거를, 혹은 어떤 특정한 경험을 이렇게 기억하며, 그러한 자기의 환상을 생애 동안 어떻게 해석해 왔는가 하는 것은 그러한 사실만큼이나 의미있는 정보가 된다. 역사적 자료가 증명될 수 없거나 개인적 자료의 신빙성에 대해서 당사자가 대답을 할 수 없는 경우, 분석작업은 큰 한계를 가질 수 밖에 없다. 이미 프로이드가 인정한 또 다른 한계는 인간이면 누구에게서나 관찰될 수 있는 추동충동, 그것에 대처하는 다양한 방법 외에도 억압의 강도나 승화능력 등은 선천적인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정신분석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부분이 많다고 하였다.
정신분석적 전기연구의 의미는 인간을 역사적 존재로 이해하고자 함에 있고, 이 역사성 속에 무의식적 소망, 환상 등이 어떻게 연결되는지 밝힘으로써 그 사람의 생각, 느낌, 행동 등이 새로운 맥락 속에서 이해될 수 있다는 것이다.
창의적 작업과정에서 예술가의 정신건강과 예술작품과의 관계에 대해서는, 일반적으로 개개의 예술가의 건강한 부분이 결정적이라는 의견이다(Keilson 1998, p. 737). 작가의 인간적인 문제가 작품에 영향을 끼칠 수는 있겠으나, 이것만이 예술작품의 질을 결정할 수는 없다. 작가의 작업(Arbeit), 예술적 노력(Akt) 등이 작품에 끼치는 영향은 지대하다.
결어
아래는 독일작가 무질이 1927년 1월 16일 베를린에서 열린 릴케 축제에서 한 연설 중 한 귀절인데 (Keilson, 1998에서 인용), 정신분석가가 한 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윤리적인 규칙과 범죄, 건강함과 병에 걸린 것, 우리의 감탄과 혐오, 이들이 같은 것에서 유래하고, 그 경계가 뚜렷하지 않다는 것. 이것은 지난 세기 문학을 통해서, 그리고 다른 것으로부터 영향을 받아서 많은 사람들에게 자명한 사실이 되었다.
1997년 마지막 Newsweek에서 Jonathan Alter 기자는 스필버그의 새 영화 Amistad를 소개하는데, 다음과 같은 구절로 시작한다.
국가도 사람과 같아서 옛 기억을 가라앉히거나 억누를 수는 있지만 없앨 순 없다. 옛 상처는 말 속에서 정치에서 그리고 때론 영화에서 되살아 난다.
이제 정신분석이 밝힌 많은 진실들은 널리 알려져 상식이 되고 있다. 정신분석은 예술과의 관계를 통해서 학문적으로 부유해지고 임상실제에서는 인간적인 깊이와 폭을 더 해 갈 수 있을 것이다. 인간적 한계 안에서 진실과 현실을 마음껏 경험하며 자유로와지는 길을 예술과 정신분석은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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