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이트_정신분석일반이론
프로이트_정신분석일반이론
http://www.psychoanalysis.co.kr/psy/psy5.php
저자 윤순임 (정신분석가/서울정신분석상담연구소장)
제목 정신분석에서의 자기 (self, das Selbst)(2001)
출처 상담및 심리치료에서의 자기의 문제, 카톨릭대학교 심리상담대학원 학술심포지움
정신분석에서의 자기 (self, das Selbst)
1. 정의(definition)
정신분석은 경험학문(empirical science, Erfahrungswissenschaft)이므로 이미 Freud부터 <자기>(das Selbst)에 관한 어떠한 본체론적(ontological) 언급도 피해 온 것이 전통이 되어 왔다. 이 개념은 심리구조, 나르시즘, 대상관계이론, 추동이론 등과 연결되어 있다. 나르시즘은 일상생활에서 "자기중심적" "이기적"이라는 뜻으로 빈번히 타인을 비난하는 데에 사용되어 어떻게 보면 학문적인 개념으로는 무용지물인 것처럼 보이기까지 한다. 그러나 많은 저자들이 "자기애성 혹은 자기애적(narcisssistic)" 이라는 형용사와 "나르시즘(narcissism, Narzissmus)"이라는 명사를 "자기(self, das Selbst)"와 같은 의미로 쓰고 있으며, 체계에 대해서 말할 때는 주로 "자기체계(self-system, das Selbst-System)"라고 쓴다.
인간에게는 추동 욕구(need, Bed rfnis)외에도 자기 욕구가 있다. 자기욕구에는 자기 응집성(self-cohesion), 안녕감(well-being, Wohlbefinden) 활력(vitality), 자기가치감정 조절(self-esteem-regulation) 등이 있다. 추동욕구와 자기욕구는 서로 겹쳐질 때가 많고 서로 속해 있을 수도 있으며 서로 강화하기도 하고 서로 경쟁관계가 되든가 갈등을 일으킬 수도 있다.
Freud는 1914에서 1918까지의 저술에서 <나, 자아>(das Ich, ego)라는 개념을 '나-자기(Ich-Selbst)'라는 의미를 가진 핵심적 구조로 이해하였다. 이것은 인격의 부분 구조이기도 하지만 전체 인격의 표상이기도 하다. Freud는 1918년 이후의 글에서 심리구조를 공간적인 구도로 설명하려는 시도를 했는데, 이로써 그때까지<나>의 개념에 내재했던 인격의 일체감으로서의 의미가 약화되었다. Freud는 자아(Ich), 자기(Selbst), 인격(Person)의 세 개념을 명확하게 구분하지 않았지만, 자기라는 개념은 자아의 구조 이론에 함축되어 있다. 이 당시 Freud의 자아는 주체와 객체를 넘나드는 가동성과 개방성을 내포하고 있다. 이러한 가동성과 개방성은 Stratchey가 das Ich를 ego로 번역함으로써 의미가 상실되었다(Ludwig-K rner, 2000).
Hartmann(1939)은 일찍이 자아 구조와 기능에 관한 연구를 하였으며, 1950년에는 정신분석학과 발달심리학(Psychoanalysis and developmental psychology)라는 글에서 처음으로 자아와 <자기>를 구분하였다. 그에 의하면 자아는 초자아, 원초아와 함께 <자기>의 부분구조, 혹은 심리학적 부분체계이다. 자아가 아니라 <자기>가 리비도에 의해 점유되고, 자기점유는 대상점유에 대응해있다. 이러한 Hartmann의 자아심리학적 연구를 통해서 Freud의 자아 개념은 중다의미적 특성과 내적 긴장을 통한 역동성을 점차 잃게 되었다.
Kernberg(1984)는 Jacobson(1964)에 이어서 자기발달에 있어 자기상과 대상상의 미분화 상태에서 자기표상, 대상표상으로 분화되는 과정을 제안하였다. 자기 표상은 무의식적, 전의식적, 의식에까지 걸쳐있고 신체 자기, 심리 자기를 포괄하며, 자아 체계에 속해 있다. Kernberg에 있어 <자기>는 하나의 심리구조로서, 그 원천은 리비도와 공격성으로 점유된 자기상들이다.
Heinz Kohut(1973a, 1979, 1987)을 전후하여 정신분석 자기심리학에서는 인간의 경험을 조직화하고 통합하여 자기체험의 응집성에 도달하는 것이 <자기>의 목적이라고 규명하였다. 여기서 무엇보다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자기가치감정 조절이다. 이 조절이 잘되면 활력을 탄력있게 높여주고 그 반대의 경우, 공허감, 파편화 방향으로 병리적 현상을 초래하게 된다.
1960년대부터 20여년간 Kohut은 정신분석학의 추동이론과 자아심리학의 이론적 한계를 증명하고자 노력하였다. Kohut의 나르시즘은 <자기>가 리비도로 점유된 것을 말한다. 이 <자기>라는 개념은 <자아>처럼 심리장치의 구성요소가 아니고 심리적 기능도 아니다. 이것은 추동에너지에 의해 움직이고 시간적인 연속성을 가지고 있으며 그 자체의 구조를 가진다. 또한 <자기>는 자아, 초자아, 원초아 표상 뿐만 아니라 우월감이나 열등감에 대한 표상까지도 포괄한다. "이것은 지각과 동기의 중심이며 마음의 핵심이다(Pongratz 1983, p. 45)."
정신분석에서는 여러 저자들이 정상적인 나르시즘(narcissism)과 병리적인 나르시즘을 구분하여 정의하고 있다. (Otto Kernberg, 1975, Heinz Kohut, 1972, Moore & Fine, 1967, Edith Jacobson, 1964 등 참조). 정상적인 나르시즘은 일반적으로 말하자면 정상적으로 통합된 <자기>가 리비도에 의해 점유된 것을 말한다. 정상적인 자기구조에는 리비도와 공격성이 자기표상과 대상표상에 응집력있게 잘 통합되어 있다. 여기에서는 자기표상과 대상표상이 구조적으로 분화되어 있는 것이다. 현실표상과 이상표상 사이의 긴장은 자기 밖의 대상을 현실적으로 평가하게 하고, 이상자기(ideal self), 이상대상(ideal object), 초자아 전조(superego forerunner) 등을 초자아에 진보적으로 통합하는 원동력이 된다. 이렇게 하여 현실 자기표상은 이상 자기표상, 이상 대상표상과 구분이 된다.
병리적 <자기>란 병리적 자기구조가 리비도로 점유된 것을 말하는데, 여기에서는 거대자기가 전외디프스기적, 외디프스기적 갈등을 방어하고 있으며 현실 자기표상이 이상 자기표상, 이상 대상표상과 구분되기 보다는 융합되어 있다.
2. 발달이론
Kohut(1971)은 수 많은 성인 나르시스적 성격장애 내담자를 치료하고 연구하는 과정에서 자기대상(self-object)이라는 개념을 발전시켰다. 신생아는 추동욕구를 만족시키기 위해서 뿐 아니라 자기 조직화를 위해서 관계대상(부모)을 필요로 한다. 아이는 스스로 자기체계를 조절할 수 있을 때까지 만족스러운 자기대상 체험을 하여야 한다. 부모 혹은 중요한 양육자들은 아이가 스스로 자신을 위해서 할 수 없는 기능, 즉 전인적 자기조절을 부모의 공감과 반영(mirroring, Spiegelfunktion)을 통해서 가능하게 된다:
"네가 여기 있어서 모두들 얼마나 행복한지!" 존재 확인을 하고,
"네가 얼마나 사랑스럽고 아름다운지!",
"네가 얼마나 유능하며 뭔가를 잘 할 수 있는지!",
"네가 얼마나 크고 빛나는지!",
"네가 얼마나 어려움을 잘 이겨내는지!"
이 모든 것을 잡아주는 손으로 얼러주는 마음으로, 기다려 주는 인내로 아이의 자기조절 능력을 키워주게 된다. 여기서 부모의 양육 활동을 과잉보호나 완벽주의로 오해할 우려가 있는데,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적당히 좌절을 허용해서 아이가 자연스럽게 환경에 적응하도록 도와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렇게 하여 아이는 점차 내재화된 자기대상-관계표상을 통해 자기조절을 하게 되는데, 어른이 되어서도 얼마만큼은 언제나 자기대상을 필요로 한다고 볼 수 있다.
요약하면, <자기>는 미분화된 원초적 상태에서 자기와 대상, 현실과 이상으로 구분되고 통합되며, 끊임없는 내재화와 외재화를 거쳐 현실성과 탄력을 겸비한 체험의 조직자, 자기감정의 조절자로 성숙한다. 그리하여 건강하고 성숙한 <자기>는 지혜와 유모어, 공감능력을 수반하게 된다.
<자기>의 발달 과정은 대상관계와 직결되고, 근래에는 신생아를 대상으로 한 경험 연구들이 속속 발표되고 있다. 여기서는 Stern(1985, 1989, 1991)의 자기감각 발달에 관한 연구를 간단히 소개할까 한다.
(1) 첫단계: 생후 2개월동안 신생아에게 발현되는 자기감각(sense of an emergent self),
(2) 둘째 단계: 2개월에서 6개월까지의 핵심 자기감각(sense of a core self),
(3) 셋째 단계: 7개월에서 9개월까지의 주관적 자기감각(sense of a subjective self),
(4) 넷째 단계: 15개월에서 18개월까지의 언어적 자기감각(sense of a verbal self),
(5) 다섯째 단계: 만 2세가 지나면서 설화 자기감각(sense of a narrative self)이 발달한다.
이 연구 결과를 보더라도 자기가치 조절 능력이 어느 정도 제대로 갖추어지려면 적어도 외디푸스기는 되어야 하는데, 이러한 자기가치 조절 능력은 정동의 인지적 구조화와 관계대상에 대한 자기반추 능력이 전제가 되기 때문이다.
Paulina Kernberg(1989)는 유아기의 나르시스적인 성격장애에 관한 연구 결과를 보고하였다. 그증 심한 자기 병리가 있는 8세의 한 남자 아이 사례를 예시하였는데, 이 아이는 지나치게 자기 집착을 하였고, 거대 환상에 매달렸으며, 폭력을 휘두르는 등 대인관계에서 심한 장애가 있었다. 그리고 과도한 소유욕이 있었고, 공감 능력이 부재하였으며, 열등감에 휘둘리고 쉽게 무력감을 느껴서 방어적인 자기 고양 시도를 하였다.
이런 아이들은 평균 이상의 지능을 가졌으면서도 학습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고, 자기를 이상화하는 동시에 남을 평가절하하며, 거만하고, 잘난 척하는 경향을 보인다. 그리고 항상 자기가 관심의 중심에 있어야 하며, 칭찬과 감탄을 받는다 해도 잘 만족하지 못하는 특성을 보인다.
이런 내담자들은 다른 사람의 감탄을 원하지만 진정한 자기 만족을 하지 못한다. 즉, 다른 사람들이 아무리 감탄을 해주어도 핵심 자기에 닿지 못하며, 감질이 나서 자꾸만 그런 요구를 더 하게 된다. 이들은 쉽게 상처받을 수 있고 노여움을 보이며, 다른 아이들이 칭찬을 듣거나 좋은 보상을 받는 것을 보면 시기와 질투를 한다.
이 아이들의 거대 자기와 부모의 높은 기대가 어우러져 아이가 습관적인 거짓말을 하게 할 수 있다. 이들에게는 진정한 충족이 결핍되어 있고, 진정한 성취 감정이 결여되어 있다. 그래서 이런 아이들은 무엇보다도 학습 경험에 대한 진정한 기쁨이 없고, 쫓기듯이 조바심을 내면서 바쁘게 활동을 하게 되고, 과제 의식에서 보듯이, 자기 자신의 활동에 내재적인 가치를 부여하고, 그 활동 자체를 승화시키는 진정한 관심이 부족하다. 대체로 이런 장애를 가진 아이들의 부모들은 아이를 전체로서 온전하게, 그리고 자기와 분리된 개체로 지각하거나 만나주지를 못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3. 자기병리(self pathology)
자기가치감정에 위협을 느낄 때 쓰는 방어나 이미 일어난 상태를 보상(Kompensation)하는 기제로 원초적인 상태로의 퇴행(융합 환상), 거대 환상(grandiose fantasy), 이상화(idealization) 등이 있다. 먼저, 융합 환상은 상황에 따라서 아주 위험할 수 있고 세상으로부터 관심을 돌리고 모호하고 무한한 어떤 대상과 융합하는 환상으로 몰입하는 상태를 말하는데, 자살 위험이 있는 사람들에게 흔히 있는 환상이다.
거대 환상은 고통스러운 현실을 부인하는 방어로 쓰인다. 이는 위험하지 않은 일상적인 몽상에서부터 자기애성 성격 장애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현실성이 가미된 환상과 현실성이 전혀 마비된 정신병적 거대 망상에까지 이른다.
이상화는 보통으로 현실성을 많이 보유하고 있으며, 전지전능한 대상 혹은 자극적인 음악가, 또는 주위에서 사랑받는 인물과 동일시함으로써 자기 응집성의 위협이나 열등감에 대한 보상을 하려는 시도이다.
위에서 이미 언급하였듯이 부모가 아이에 대하여 자기대상 역할을 공감과 공명(resonance)의 능력으로 어떤 이유에서든 잘 하지 못하였을 때, 사람들에게는 자기 응집성 결핍 위험이 오고, 파편화 현상을 방어하면서 다양한 심리장애를 일으키게 된다. 이는 정신병과 경계선 상태, 나르시스적인 성격장애, 우울증, 건강염려증, 편집증 등에 이른다. 파편화에 보상 기제로는 중독, 성도착, 충동행동, 반사회적 행동 등이 있는데, 이렇게 구조 결핍은 거의 모든 심리장애를 일으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
Kohut과 Wolf(1980)는 네 가지 자기 병리 증후군을 서술하였는데,
(1) 과소자극된 자기,
(2) 파편화된 자기,
(3) 과도하게 자극된 자기,
(4) 과도하게 부담을 안은 자기이다.
이 연구에 이어 Deneke(1989), Deneke와 Hilgenstock(1988)은 나르시스적인 조절의 체계화 작업을 하였는데, 결과적으로 나온 네 개의 차원은,
(1) 위협받은 자기,
(2) 고전적 나르시스적 (대상으로부터 자기에로 철수하는) 자기,
(3) 이상적인 자기,
(4) 건강염려증적인 자기이다.
4. 치료
자기병리로 어려움을 겪는 내담자를 치료할 때의 공통점은 분석의 場(scene)에 연출되는 분위기가 대체적으로 무겁고 갑갑하거나 반대로 너무 가볍고 사람이 만나지지가 않아 헛바퀴 도는 것 같은 특징이 나타나는 점이다. 그 이유는 이 내담자들 대부분이
(1) 자기대상전이(융합전이, 거울전이, 쌍둥이전이, 이상화전이 등)를 일으키고,
(2) 특정 주제에 대한 인지활동이나 대상세계를 보는 시각이 대단히 파편적이고 일방적이며 자기중심적이고 비상식적, 비현실적이며,
(3) 투사적 동일시, 분할, 부인과 같은 원초적인 것에 가까운 방어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4) 이들은 한계나 실수, 잘못, 부담, 고통 등등을 심하게 과장하여 (대부분 무의식적으로, 적어도 자동적으로) 아예 대면 혹은 직면하기를 무서워 하고 피하기 때문에, 하나의 얘기, 하나의 기억이 태어날 때마다 진통에 비유할 만한 어려움과 고통이 동반된다. 이를 Kohut(1971)는 "태산을 움직여 생쥐 한 마리가 나온다(泰山鳴動鼠一匹)"고 하였다. 이런 분석 과정을 겪으면 내담자는 대단히 안정되고, 문제에 짓눌렸던 이전과는 달리 문제를 다룰 수 있다는 용기를 가지게 되며, 구체적인 방략도 생각할 여유가 생긴다.
이에 비하여 구조가 강한 내담자와 무의식적 갈등을 다룰 때는 고전적 기법을 주로 활용하게 된다. 내담자는 저항을 보이기도 하고 공격적이기도 하지만 자유연상을 대체로 부드럽게 하고 그의 만남은 조용하고 침착한 편이다. 그는 분석 작업에 근본적으로 호기심을 보이고 재미있어 하며 주도적이다. 피분석자나 분석가 양자 모두 대체로 분석 시간 후 카타르시스를 경험할 수 있다.
Kohut과 그의 동료들의 자기심리학은 정신분석적인 기본자세를 포기하지 않았는데, 왜냐하면 무의식적 과정에 그들의 치료작업의 기초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들은 심리치료에서 외디프스 콤플렉스나 리비도, 공격성, 심리내적 갈등 등을 다루는 대신 자기대상 체험에 치료의 초점을 두기 때문에 자칫 잘못하면 자기응집성을 위하여 성욕화(sexualization), 공격성의 강화와 같은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는 소지가 있다. 자기심리학이 갈등을 꺼리고 추동을 멀리 한다는 비판을 듣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자기병리를 지닌 내담자들에 대한 치료 목표는 자기대상 표상의 성숙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자기표상과 대상표상의 분화와 통합, 현실자기와 이상자기 및 이상대상 사이의 적당한 긴장, 성숙한 가치체계의 수립 등을 이루어 자기체계의 응집성과 조화를 다시 다시 가능하게 하는 심리적 능력을 키움으로써 가능해진다.
이들의 치료에서 주의해야 할 사항으로는 자칫 이들 내담자들을 지나치게 보호하게 되고 좌절시키지 못하는 문제를 반복할 수 있다는 데 있다. 그래서 일찌기 Winnicott(1960, 1963)는 "충분히 좋은 어머니(good enough mother)"와 같은 개념을 제시하였다. 이는 오늘날 우리 사회에도 매우 유용한 개념으로서, 아이들이 적당한 좌절을 통해서 자율성을 키우고, 자기를 발휘할 수 있고, 참된 가치와 책임을 배울 수 있도록 함으로써 자기병리에서 벗어나서 보다 건강한 자기를 수립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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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psychoanalysis.co.kr/psy/psy5.php
저자 윤순임 (정신분석가/서울정신분석상담연구소장)
제목 정신분석에서의 자기 (self, das Selbst)(2001)
출처 상담및 심리치료에서의 자기의 문제, 카톨릭대학교 심리상담대학원 학술심포지움
정신분석에서의 자기 (self, das Selbst)
1. 정의(definition)
정신분석은 경험학문(empirical science, Erfahrungswissenschaft)이므로 이미 Freud부터 <자기>(das Selbst)에 관한 어떠한 본체론적(ontological) 언급도 피해 온 것이 전통이 되어 왔다. 이 개념은 심리구조, 나르시즘, 대상관계이론, 추동이론 등과 연결되어 있다. 나르시즘은 일상생활에서 "자기중심적" "이기적"이라는 뜻으로 빈번히 타인을 비난하는 데에 사용되어 어떻게 보면 학문적인 개념으로는 무용지물인 것처럼 보이기까지 한다. 그러나 많은 저자들이 "자기애성 혹은 자기애적(narcisssistic)" 이라는 형용사와 "나르시즘(narcissism, Narzissmus)"이라는 명사를 "자기(self, das Selbst)"와 같은 의미로 쓰고 있으며, 체계에 대해서 말할 때는 주로 "자기체계(self-system, das Selbst-System)"라고 쓴다.
인간에게는 추동 욕구(need, Bed rfnis)외에도 자기 욕구가 있다. 자기욕구에는 자기 응집성(self-cohesion), 안녕감(well-being, Wohlbefinden) 활력(vitality), 자기가치감정 조절(self-esteem-regulation) 등이 있다. 추동욕구와 자기욕구는 서로 겹쳐질 때가 많고 서로 속해 있을 수도 있으며 서로 강화하기도 하고 서로 경쟁관계가 되든가 갈등을 일으킬 수도 있다.
Freud는 1914에서 1918까지의 저술에서 <나, 자아>(das Ich, ego)라는 개념을 '나-자기(Ich-Selbst)'라는 의미를 가진 핵심적 구조로 이해하였다. 이것은 인격의 부분 구조이기도 하지만 전체 인격의 표상이기도 하다. Freud는 1918년 이후의 글에서 심리구조를 공간적인 구도로 설명하려는 시도를 했는데, 이로써 그때까지<나>의 개념에 내재했던 인격의 일체감으로서의 의미가 약화되었다. Freud는 자아(Ich), 자기(Selbst), 인격(Person)의 세 개념을 명확하게 구분하지 않았지만, 자기라는 개념은 자아의 구조 이론에 함축되어 있다. 이 당시 Freud의 자아는 주체와 객체를 넘나드는 가동성과 개방성을 내포하고 있다. 이러한 가동성과 개방성은 Stratchey가 das Ich를 ego로 번역함으로써 의미가 상실되었다(Ludwig-K rner, 2000).
Hartmann(1939)은 일찍이 자아 구조와 기능에 관한 연구를 하였으며, 1950년에는 정신분석학과 발달심리학(Psychoanalysis and developmental psychology)라는 글에서 처음으로 자아와 <자기>를 구분하였다. 그에 의하면 자아는 초자아, 원초아와 함께 <자기>의 부분구조, 혹은 심리학적 부분체계이다. 자아가 아니라 <자기>가 리비도에 의해 점유되고, 자기점유는 대상점유에 대응해있다. 이러한 Hartmann의 자아심리학적 연구를 통해서 Freud의 자아 개념은 중다의미적 특성과 내적 긴장을 통한 역동성을 점차 잃게 되었다.
Kernberg(1984)는 Jacobson(1964)에 이어서 자기발달에 있어 자기상과 대상상의 미분화 상태에서 자기표상, 대상표상으로 분화되는 과정을 제안하였다. 자기 표상은 무의식적, 전의식적, 의식에까지 걸쳐있고 신체 자기, 심리 자기를 포괄하며, 자아 체계에 속해 있다. Kernberg에 있어 <자기>는 하나의 심리구조로서, 그 원천은 리비도와 공격성으로 점유된 자기상들이다.
Heinz Kohut(1973a, 1979, 1987)을 전후하여 정신분석 자기심리학에서는 인간의 경험을 조직화하고 통합하여 자기체험의 응집성에 도달하는 것이 <자기>의 목적이라고 규명하였다. 여기서 무엇보다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자기가치감정 조절이다. 이 조절이 잘되면 활력을 탄력있게 높여주고 그 반대의 경우, 공허감, 파편화 방향으로 병리적 현상을 초래하게 된다.
1960년대부터 20여년간 Kohut은 정신분석학의 추동이론과 자아심리학의 이론적 한계를 증명하고자 노력하였다. Kohut의 나르시즘은 <자기>가 리비도로 점유된 것을 말한다. 이 <자기>라는 개념은 <자아>처럼 심리장치의 구성요소가 아니고 심리적 기능도 아니다. 이것은 추동에너지에 의해 움직이고 시간적인 연속성을 가지고 있으며 그 자체의 구조를 가진다. 또한 <자기>는 자아, 초자아, 원초아 표상 뿐만 아니라 우월감이나 열등감에 대한 표상까지도 포괄한다. "이것은 지각과 동기의 중심이며 마음의 핵심이다(Pongratz 1983, p. 45)."
정신분석에서는 여러 저자들이 정상적인 나르시즘(narcissism)과 병리적인 나르시즘을 구분하여 정의하고 있다. (Otto Kernberg, 1975, Heinz Kohut, 1972, Moore & Fine, 1967, Edith Jacobson, 1964 등 참조). 정상적인 나르시즘은 일반적으로 말하자면 정상적으로 통합된 <자기>가 리비도에 의해 점유된 것을 말한다. 정상적인 자기구조에는 리비도와 공격성이 자기표상과 대상표상에 응집력있게 잘 통합되어 있다. 여기에서는 자기표상과 대상표상이 구조적으로 분화되어 있는 것이다. 현실표상과 이상표상 사이의 긴장은 자기 밖의 대상을 현실적으로 평가하게 하고, 이상자기(ideal self), 이상대상(ideal object), 초자아 전조(superego forerunner) 등을 초자아에 진보적으로 통합하는 원동력이 된다. 이렇게 하여 현실 자기표상은 이상 자기표상, 이상 대상표상과 구분이 된다.
병리적 <자기>란 병리적 자기구조가 리비도로 점유된 것을 말하는데, 여기에서는 거대자기가 전외디프스기적, 외디프스기적 갈등을 방어하고 있으며 현실 자기표상이 이상 자기표상, 이상 대상표상과 구분되기 보다는 융합되어 있다.
2. 발달이론
Kohut(1971)은 수 많은 성인 나르시스적 성격장애 내담자를 치료하고 연구하는 과정에서 자기대상(self-object)이라는 개념을 발전시켰다. 신생아는 추동욕구를 만족시키기 위해서 뿐 아니라 자기 조직화를 위해서 관계대상(부모)을 필요로 한다. 아이는 스스로 자기체계를 조절할 수 있을 때까지 만족스러운 자기대상 체험을 하여야 한다. 부모 혹은 중요한 양육자들은 아이가 스스로 자신을 위해서 할 수 없는 기능, 즉 전인적 자기조절을 부모의 공감과 반영(mirroring, Spiegelfunktion)을 통해서 가능하게 된다:
"네가 여기 있어서 모두들 얼마나 행복한지!" 존재 확인을 하고,
"네가 얼마나 사랑스럽고 아름다운지!",
"네가 얼마나 유능하며 뭔가를 잘 할 수 있는지!",
"네가 얼마나 크고 빛나는지!",
"네가 얼마나 어려움을 잘 이겨내는지!"
이 모든 것을 잡아주는 손으로 얼러주는 마음으로, 기다려 주는 인내로 아이의 자기조절 능력을 키워주게 된다. 여기서 부모의 양육 활동을 과잉보호나 완벽주의로 오해할 우려가 있는데,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적당히 좌절을 허용해서 아이가 자연스럽게 환경에 적응하도록 도와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렇게 하여 아이는 점차 내재화된 자기대상-관계표상을 통해 자기조절을 하게 되는데, 어른이 되어서도 얼마만큼은 언제나 자기대상을 필요로 한다고 볼 수 있다.
요약하면, <자기>는 미분화된 원초적 상태에서 자기와 대상, 현실과 이상으로 구분되고 통합되며, 끊임없는 내재화와 외재화를 거쳐 현실성과 탄력을 겸비한 체험의 조직자, 자기감정의 조절자로 성숙한다. 그리하여 건강하고 성숙한 <자기>는 지혜와 유모어, 공감능력을 수반하게 된다.
<자기>의 발달 과정은 대상관계와 직결되고, 근래에는 신생아를 대상으로 한 경험 연구들이 속속 발표되고 있다. 여기서는 Stern(1985, 1989, 1991)의 자기감각 발달에 관한 연구를 간단히 소개할까 한다.
(1) 첫단계: 생후 2개월동안 신생아에게 발현되는 자기감각(sense of an emergent self),
(2) 둘째 단계: 2개월에서 6개월까지의 핵심 자기감각(sense of a core self),
(3) 셋째 단계: 7개월에서 9개월까지의 주관적 자기감각(sense of a subjective self),
(4) 넷째 단계: 15개월에서 18개월까지의 언어적 자기감각(sense of a verbal self),
(5) 다섯째 단계: 만 2세가 지나면서 설화 자기감각(sense of a narrative self)이 발달한다.
이 연구 결과를 보더라도 자기가치 조절 능력이 어느 정도 제대로 갖추어지려면 적어도 외디푸스기는 되어야 하는데, 이러한 자기가치 조절 능력은 정동의 인지적 구조화와 관계대상에 대한 자기반추 능력이 전제가 되기 때문이다.
Paulina Kernberg(1989)는 유아기의 나르시스적인 성격장애에 관한 연구 결과를 보고하였다. 그증 심한 자기 병리가 있는 8세의 한 남자 아이 사례를 예시하였는데, 이 아이는 지나치게 자기 집착을 하였고, 거대 환상에 매달렸으며, 폭력을 휘두르는 등 대인관계에서 심한 장애가 있었다. 그리고 과도한 소유욕이 있었고, 공감 능력이 부재하였으며, 열등감에 휘둘리고 쉽게 무력감을 느껴서 방어적인 자기 고양 시도를 하였다.
이런 아이들은 평균 이상의 지능을 가졌으면서도 학습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고, 자기를 이상화하는 동시에 남을 평가절하하며, 거만하고, 잘난 척하는 경향을 보인다. 그리고 항상 자기가 관심의 중심에 있어야 하며, 칭찬과 감탄을 받는다 해도 잘 만족하지 못하는 특성을 보인다.
이런 내담자들은 다른 사람의 감탄을 원하지만 진정한 자기 만족을 하지 못한다. 즉, 다른 사람들이 아무리 감탄을 해주어도 핵심 자기에 닿지 못하며, 감질이 나서 자꾸만 그런 요구를 더 하게 된다. 이들은 쉽게 상처받을 수 있고 노여움을 보이며, 다른 아이들이 칭찬을 듣거나 좋은 보상을 받는 것을 보면 시기와 질투를 한다.
이 아이들의 거대 자기와 부모의 높은 기대가 어우러져 아이가 습관적인 거짓말을 하게 할 수 있다. 이들에게는 진정한 충족이 결핍되어 있고, 진정한 성취 감정이 결여되어 있다. 그래서 이런 아이들은 무엇보다도 학습 경험에 대한 진정한 기쁨이 없고, 쫓기듯이 조바심을 내면서 바쁘게 활동을 하게 되고, 과제 의식에서 보듯이, 자기 자신의 활동에 내재적인 가치를 부여하고, 그 활동 자체를 승화시키는 진정한 관심이 부족하다. 대체로 이런 장애를 가진 아이들의 부모들은 아이를 전체로서 온전하게, 그리고 자기와 분리된 개체로 지각하거나 만나주지를 못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3. 자기병리(self pathology)
자기가치감정에 위협을 느낄 때 쓰는 방어나 이미 일어난 상태를 보상(Kompensation)하는 기제로 원초적인 상태로의 퇴행(융합 환상), 거대 환상(grandiose fantasy), 이상화(idealization) 등이 있다. 먼저, 융합 환상은 상황에 따라서 아주 위험할 수 있고 세상으로부터 관심을 돌리고 모호하고 무한한 어떤 대상과 융합하는 환상으로 몰입하는 상태를 말하는데, 자살 위험이 있는 사람들에게 흔히 있는 환상이다.
거대 환상은 고통스러운 현실을 부인하는 방어로 쓰인다. 이는 위험하지 않은 일상적인 몽상에서부터 자기애성 성격 장애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현실성이 가미된 환상과 현실성이 전혀 마비된 정신병적 거대 망상에까지 이른다.
이상화는 보통으로 현실성을 많이 보유하고 있으며, 전지전능한 대상 혹은 자극적인 음악가, 또는 주위에서 사랑받는 인물과 동일시함으로써 자기 응집성의 위협이나 열등감에 대한 보상을 하려는 시도이다.
위에서 이미 언급하였듯이 부모가 아이에 대하여 자기대상 역할을 공감과 공명(resonance)의 능력으로 어떤 이유에서든 잘 하지 못하였을 때, 사람들에게는 자기 응집성 결핍 위험이 오고, 파편화 현상을 방어하면서 다양한 심리장애를 일으키게 된다. 이는 정신병과 경계선 상태, 나르시스적인 성격장애, 우울증, 건강염려증, 편집증 등에 이른다. 파편화에 보상 기제로는 중독, 성도착, 충동행동, 반사회적 행동 등이 있는데, 이렇게 구조 결핍은 거의 모든 심리장애를 일으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
Kohut과 Wolf(1980)는 네 가지 자기 병리 증후군을 서술하였는데,
(1) 과소자극된 자기,
(2) 파편화된 자기,
(3) 과도하게 자극된 자기,
(4) 과도하게 부담을 안은 자기이다.
이 연구에 이어 Deneke(1989), Deneke와 Hilgenstock(1988)은 나르시스적인 조절의 체계화 작업을 하였는데, 결과적으로 나온 네 개의 차원은,
(1) 위협받은 자기,
(2) 고전적 나르시스적 (대상으로부터 자기에로 철수하는) 자기,
(3) 이상적인 자기,
(4) 건강염려증적인 자기이다.
4. 치료
자기병리로 어려움을 겪는 내담자를 치료할 때의 공통점은 분석의 場(scene)에 연출되는 분위기가 대체적으로 무겁고 갑갑하거나 반대로 너무 가볍고 사람이 만나지지가 않아 헛바퀴 도는 것 같은 특징이 나타나는 점이다. 그 이유는 이 내담자들 대부분이
(1) 자기대상전이(융합전이, 거울전이, 쌍둥이전이, 이상화전이 등)를 일으키고,
(2) 특정 주제에 대한 인지활동이나 대상세계를 보는 시각이 대단히 파편적이고 일방적이며 자기중심적이고 비상식적, 비현실적이며,
(3) 투사적 동일시, 분할, 부인과 같은 원초적인 것에 가까운 방어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4) 이들은 한계나 실수, 잘못, 부담, 고통 등등을 심하게 과장하여 (대부분 무의식적으로, 적어도 자동적으로) 아예 대면 혹은 직면하기를 무서워 하고 피하기 때문에, 하나의 얘기, 하나의 기억이 태어날 때마다 진통에 비유할 만한 어려움과 고통이 동반된다. 이를 Kohut(1971)는 "태산을 움직여 생쥐 한 마리가 나온다(泰山鳴動鼠一匹)"고 하였다. 이런 분석 과정을 겪으면 내담자는 대단히 안정되고, 문제에 짓눌렸던 이전과는 달리 문제를 다룰 수 있다는 용기를 가지게 되며, 구체적인 방략도 생각할 여유가 생긴다.
이에 비하여 구조가 강한 내담자와 무의식적 갈등을 다룰 때는 고전적 기법을 주로 활용하게 된다. 내담자는 저항을 보이기도 하고 공격적이기도 하지만 자유연상을 대체로 부드럽게 하고 그의 만남은 조용하고 침착한 편이다. 그는 분석 작업에 근본적으로 호기심을 보이고 재미있어 하며 주도적이다. 피분석자나 분석가 양자 모두 대체로 분석 시간 후 카타르시스를 경험할 수 있다.
Kohut과 그의 동료들의 자기심리학은 정신분석적인 기본자세를 포기하지 않았는데, 왜냐하면 무의식적 과정에 그들의 치료작업의 기초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들은 심리치료에서 외디프스 콤플렉스나 리비도, 공격성, 심리내적 갈등 등을 다루는 대신 자기대상 체험에 치료의 초점을 두기 때문에 자칫 잘못하면 자기응집성을 위하여 성욕화(sexualization), 공격성의 강화와 같은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는 소지가 있다. 자기심리학이 갈등을 꺼리고 추동을 멀리 한다는 비판을 듣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자기병리를 지닌 내담자들에 대한 치료 목표는 자기대상 표상의 성숙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자기표상과 대상표상의 분화와 통합, 현실자기와 이상자기 및 이상대상 사이의 적당한 긴장, 성숙한 가치체계의 수립 등을 이루어 자기체계의 응집성과 조화를 다시 다시 가능하게 하는 심리적 능력을 키움으로써 가능해진다.
이들의 치료에서 주의해야 할 사항으로는 자칫 이들 내담자들을 지나치게 보호하게 되고 좌절시키지 못하는 문제를 반복할 수 있다는 데 있다. 그래서 일찌기 Winnicott(1960, 1963)는 "충분히 좋은 어머니(good enough mother)"와 같은 개념을 제시하였다. 이는 오늘날 우리 사회에도 매우 유용한 개념으로서, 아이들이 적당한 좌절을 통해서 자율성을 키우고, 자기를 발휘할 수 있고, 참된 가치와 책임을 배울 수 있도록 함으로써 자기병리에서 벗어나서 보다 건강한 자기를 수립할 수 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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