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문화 원형의 살아 있는 보고서-황금가지
자료출처 http://blog.naver.com/PostView.nhn?blogId=be_bright_sj&logNo=150103045548&categoryNo=39&viewDate=¤tPage=1&listtype=0
제임스 조지 프레이저의 <황금가지> 완간 본은 13권에 130만 단어의 이르는 어마어마한 양의 책이었으나, 다행히 국내에는 독자들이 읽기 쉽게 축약 본으로 출간되어있다. 도서관에서 그림이 삽입되어 있는 책을 빌리고, 어떤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담겨져 있을지 상상했다.
책을 읽으면서, 처음 책에 대해 가졌던 나의 기대는 점점 수그러들었다. 마냥, 읽기 쉬울 거라고 생각했는데, 프레이저의 방대한 지식과 자료에 나는 압도당해 버렸다. 전반적으로 서구의 풍속, 신화, 전설을 다루다보니 사전지식이 절대적으로 필요했다. 이 책의 핵심적인 사건을 전개하는 이탈리아 네미의 신화 ‘디아나 ’여신과 그의 남편 이자 사제인 ‘비르비우스’에 관해 생전 처음 들었고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 책의 시작부터 막혀버린 나는, 결국 책 옆에 인터넷을 켜고 검색과 동시에 책을 읽었다. 이 책을 통해 인터넷으로 검색한 그리스신화의 인물들, 켈트신화, 북유럽신화는 <황금가지>의 책을 읽는데 부수적인 재미를 선사했다.

이 책을 지은 제임스 프레이저는 고전 학자이자, 인류학자이다. 그가 지은<황금가지>의 출발은 고전학을 바탕으로 한 물음에서 시작했고, 인류학을 통해 답을 이룬다. 이탈리아의 성스러운 숲에서 여신 디아나를 섬기며 참나무에 기생하는 겨우살이 가지 하나를 지키는 사제, 그리고 사제는 다음 후계자에게 살해당함으로써 교체 되는 신화를 연구하며, 그 신화의 비밀을 실제 그 당시 사람들의 의식과 행동을 유추하여 답을 찾아나간다. 마치 추리소설을 보는듯한 흐름 속에서, 프레이저는 해답을 찾기 위한 실마리를, 찾으면 찾을수록 거기서 파생되는 여타 다른 관습과 신화를 발견한다. 그리고 그것이 세계 각국에서 존재하는 유사한 문화 원형을 찾아 집대성하는 결실을 맺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
책에서 다루고 있는 핵심적인 신화는 ‘디아나 여신의 사제, 숲의 왕’ 과 ‘북유럽 신화 -발데르’ 이 두 가지이다. 그리고 그 사이에는 실타래처럼 엮여 있는 각국의 신화, 풍속 등이 있다. 공감주술, 수목숭배, 영혼의 위기와 터부, 아도니스신화, 곡식의 정령 등이 그것이다.
< Diana, Louvre, Paris. 디아나. >
이 책의 발단이 되는 ‘디아나 여신의 사제와 숲의 왕’을 보면, 디아나 와 그의 남편 비르비우스가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아르테미스와 히폴리투스이기도 하다. 재미있는 점은, 프레이저는 히폴리투스를 하늘의 신인 유피테르 (제우스)의 화신으로 이해하고 있다. 디아나의 경우는 풍요와 다산을 상징하는 신이라고 표현했다. 즉, 신을 섬기는 사제, 그리고 사제는 인간으로써 왕이지만 곧 신이기도 했다. 프레이저는 이러한 내용을 <제1부 주술과 왕위 계승>을 통해 자세히 다루고 있다. 우리나라 고대국가에서도 알 수 있듯이, 신을 담당하는 자가 곧 나라를 다스리는 ‘재정일치’의 형태를 가졌다. 이때, 대부분의 경우 왕은 인간과 신 사이의 중개자가 아니라 신으로 숭배되는 경향이 있었다. 신민이고 숭배자인 보통 사람들은 왕이 인간의 힘을 넘어서는 축복을 준수 있다고 믿었다.

왕의 역할이 신성한 것으로 간주되기 위해선 주술의 본질을 알아야 한다고 프레이저는 말했다. 바로 ‘공감주술’에 관한 내용으로, 이 책에서는 주술의 기초가 되는 사고의 원리를 분석하여, ‘유사’의 법칙과 ‘감염’의 법칙으로 설명하고 있다. 유사법칙의 원리는 단지 ‘어떤 것을 모방함으로써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감염법칙은 ‘어떠한 물건과의 접촉, 감염으로 인해 영향을 주는 것’으로 이해한다. 프레이저는 각국의 나라에서 2개의 공감주술에 관한 예를 찾았다. 우리나라 역시, 기우제와 같은 유사주술과 부적과 같은 감염주술이 행해졌다는 사실을 통해, 문화의 원형을 확인할 수 있다.
이렇게 왕이자, 신의 역할을 했던 사제는 그 효험이 다하게 되면 위기에 봉착한다. 프레이저는 <제3부 죽어가는 신>에서 , 신성한 왕의 살해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막강한 힘을 가지면 그만큼 막중한 책임이 따른다. 왕을 인간신으로 추앙하며 숭배하지만, 인간신 역시 인간이란 존재이기에 늙어서 약해지고 죽어가는 것을 막을 수 없다. 인간신이 기력이 다해 죽고 만다면 어떠한 비극이 생길지 모르기 때문에, 노쇠와 병으로 죽게 하는 것 보다 살해하는 것을 유익하다고 생각했다. 이러한 왕의 교체는, 여러 곳에서 그 풍습이 전해지고 있다. 책에서는 각 부족의 사례가 자세히 들어나 있다. 프레이저는 이 책의 시발점이 된 물음인 ,‘디아나신전 사제의 살해‘도 같은 맥락으로 보았다. 숲의왕 (사제)도 정령의 화신이기 때문에, 그 정령을 보다 젊고 건강한 후계자에게 옮기기 위해서 죽어야만 했다. 이로써 프레이저는 왜 숲의 사제가 후계자에 의해 죽임을 당하고 교체되는지에 관한 답을, 그 당시 사람들의 삶과 인식 속에서 답을 찾았다. 그렇다면 황금가지에 대한 정체는 무엇일까 하는 궁금증이 생긴다.
이 책의 마지막 파트인 <제 7부 미의 신 발데르>에서 황금가지에 대한 정체가 나온다. 북유럽의 발데르신화는, 북유럽의 최고의 신인 오딘의 아들로서 가장 현명하고 우아해서 많은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받는 신이다. 그래서 신들이 죽음으로부터 발데르를 지키려고 각종무기, 불, 번개, 독 등 많은 위험요소부터 보호를 했다. 하지만 ‘겨우살이’ 라는 보잘것없는 작은 식물을 간과 하고 예외로 두었는데, 결국 이것이 화근이 되었다. 작은 겨우살이라는 식물가지가 발데르를 명중해 사망하게 한 것이다.

겨우살이는 이후 참나무에 기생하면서 발데르의 화신으로 여겨졌다. 프레이저는 이것에 근거를 참나무 잎이 떨어진 겨울에도 거기에 기생하는 겨우살이가 푸르름을 간직한 채로 있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또한 이것을 뒷받침하는 비슷한 이야기가 스코틀랜드의 미신에 있고, 고대의 로마시인 베르길리우스도 황금가지를 겨우살이에 비교한바 있다. 이로써 오랜 시간에 걸쳐 프레이저는 디아나 사제의 죽음과 황금가지에 대한 의문을 해결했다.
프레이저는 최초에 제기한 물음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먼 여정을 떠났지만, 답에 대한 해답을 얻은 것 보다 세계적인 문화원형을 발견하고 독자들에게 소개했다는 점에서 공로가 더 크다. 문화원형 중에 상당수가 비단 과거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에 까지 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내가 이 책을 읽으면서 재미를 느낀 부분도 바로 현재의 시대 속에서 녹아있는 문화의 원형이다. 수목숭배에 대한 문화 원형에 관한 내용을 보며, 영화 <아바타>의 신성한 나무가 떠올랐다. 또 유럽의 불 축제 부분에서는 할로윈 데이의 유래를 보았고, 이런 불 축제의 의미가 작물의 생육, 그리고 인간과 가축의 안녕을 기원하고 해충 등을 예방 한다는 차원에서 우리나라의 쥐불놀이와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보았다.
이 책이 1890년에 2권으로 첫 출발을 했으니, <황금가지>가 세상에 출현한지가 120년이 흘렀다. 이미 고전 중에 고전이 되어버렸으나, 이 책이 갖는 의의와 역사는 <그리스신화> 못지않은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혹자는 프레이저와 <황금가지>를 오만한 시선으로 가득한, 단순자료집에 불과하다는 비판도 있다.
그러나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 프레이저는 ‘우리들의 관심을 끈 사람들의 오류나 우행을 기록한 가슴 아픈 기록에서 희망과 용기를 얻을 수 있는 교훈을 도출할 수는 없을까?’
라고 언급했다. 그는 주술을 통해 종교가 정착하고, 시대가 지나면서 종교와 주술의 자리를 과학이 물려받았다고 했다. 그리고 과학 역시 언제가 보다 완벽한 가설에 자리를 몰려주게 될지도 모른다고 했다. 이 내용은 상당히 철학적인 내용으로 비춰지며 나에게 질문을 던졌다. 과연 이 책에 기록된 미개한 선조들의 우행이 비판받아야 하는 것인가? 또한 훗날 과학 역시 그것을 넘어선 어떠한 존재에 의해 뒤로 미뤄진다면 현재의 과학 역시 미개한 것인가?
아마 나의 대답은 ‘아니다’ 이다. 이 책에 기록된 미신과 풍속은 비록 현 시대에 비쳐보면 야만하고 미개할지 모르나, 그 당시에 최선의 방법이자 살아가는 믿음이다. 이러한 미신과 풍속의 연장선속에 현 인류의 문명이 발달하는 밑거름이 되었다고 본다. <황금가지>는 단순히 각국의 미신, 풍습의 컬렉션이 아니라 읽는 독자로 하여금 과거, 현재, 미래에 대한 삶의 방식을 생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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