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생태학적 신학자들(13) - 마크 월러스(Mark I. Wallace)
생태학적 성령론과 하느님의 녹색얼굴
이정배 / 부설연구소 소장, 감신대 교수
마크 월러스는 미국 예일대학 신학부 졸업생을 주축으로 한 소위 신예일학파 소속의 소장
학자로서 생태학적 성령론에 관한 중요한 책 'Fragments of the Spirit(1996)'을 써서 신학
계에 주목을 받고 있다. 그는 현대 철학에 대한 소양을 많이 지니고 있으며 또한 철학적 언
어를 성서적 수사학의 도움으로 관계짓는 능력 역시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필자는 위의 책 내용을 중심하여 "생태학적 성령론과 생명신학"이란 논문을 학계에 발표한
바 있다(「신학사상」지령 100호). 필자가 월러스의 생태학적 사유를 핵심적인 주요 내용
으로 삼는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는 성령을 하느님의 녹색 얼굴로 이해하여 교회
공동체의 생태학적 구원의 의미를 가장 잘 보여 주었고, 둘째는 성령을 탈형이상학적 진리
론의 맥락에서 그의 수행적 특성 - 바람이 부는 것은 나뭇가지가 흔들리는 것을 보아 알 수
있다 - 을 부각시켰고, 셋째로는 성령이 모든 류의 중심주의를 거부하고 차이와 구별을 강
조하는, 일명 차이의 축제를 가져 왔으며, 마지막으로 생명 수여자로서 성령이 인간과 자
연 모두에게 행해지는 폭력과 맞서는 역동성을 본질로 하고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비록 몰트만과 같은 신학자로부터 성령이 생명의 영으로서 새롭게 해석되고 있으나 여전
히 성령은 그리스도 중심주의의 틀 속에서 신학의 주변부로 여겨져 왔었다. 다시 말해 기독
론은 언제든 성령론의 확대에 대해 경계를 지고 한계를 긋는 개념으로 사용되었다는 것이
다. 이 점에서 월러스는 영의 정체성을 성서 안에서 적극 통찰함으로서 성령의 신학적 의
미, 곧 하느님의 녹색얼굴로서의 성령을 강하게 말하기 시작하였다. 성령의 독자성에 더욱
비중을 두고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월러스가 말하는 하느님의 영인 성령은 타자(남자/여자, 백인/유색인, 인간/자
연 등)를 희생양으로 만드는 문화적 경계를 파괴하며, 인간 외적인 것을 수단으로 대상화시
켰던 인간 중심주의를 폐기시키고 있다. 그래서 성령은 피조물에 대한 청지기로서 인간을
이해하기보다는 먼저 자연과 우주의 친구가 될 것을, 그래서 자연 내의 거주자, 순례자로
서 인간을 자리매김해야 한다고 본다. 인간만이 자연을 지키는 청지기가 아니라 한 마리 토
끼의 똥은 자연을 위해 유익하다는 발상이다. 이러한 생각은 이미 가이아 이론을 통해 과학
적으로 증명되어졌다.
이렇듯 인간과 자연간의 가치서열 체계를 수평적 평등관계로 만드는 녹색윤리의 근거가 바
로 성령이라는 것이다. 이 점에서 월러스의 생태학적 성령론은 자연을 하느님 몸의 메타포
로 이해한 멕페이그와도 구별된다. 그에 의하면 멕페이그의 범재신론적 모델이 비록 비계
층적인 생명중심적 특성을 가지고 있음에도 여전히 이원론적 잔재를 남겨놓고 있다는 것이
다. 즉 우주는 하느님이 자연에 절대적으로 의존하지 않는 방식 하에서 하느님에게 의존된
다고 보기에 하느님의 몸인 세계가 상처받더라도 하느님 자신은 여전히 환경적 고통으로부
터 상처받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점에서 월러스는 생명 중심적 하느님 모델, 즉 하느님의 녹색얼굴로서의 생태학적 성령
론이야말로 하느님과 세계의 운명을 하나로 결합되게 하는 힘이 있다고 말한다. 자연의 죽
음과 신의 죽음 모두가 하나밖에 없는 지구의 만성적 환경오염으로부터 비롯하는 것임을
숙지시키고 있는 것이다. 월러스의 생태학적 성령론의 특징은 한마디로 인간을 다른 피조
물로부터 구별시키는 차이를 제거하는데 있다. 하느님의 녹색얼굴이 전 자연 내에 영의 파
편처럼 빛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논의를 성서적 수사학의 도움으로 철저하게 전개시
키는 월러스의 작업에 깊은 공감을 하게 된다. 이러한 파격적인 생태학적 신학을 전개시킴
에 있어서 성서 언어, 성서 본문에 대한 인용이 대단히 많은 것이 위 책의 특징이다. 특히
욥기 38장 이하 부분에 대한 생태학적 해석은 가관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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