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클리스와 기독교의 재주술화
잉클리스와 기독교의 재주술화
https://www.krm.or.kr/krmts/search/detailview/research.html?dbGubun=SD&category=Research&m201_id=10062243본 연구는 ‘재주술화’ (reenchantment)라는 관점에서 종교의 기능과 역할을 재조명하고자 하는 융합학문적 시도이다. 독일의 사회학자 막스 베버 이후 사회학, 철학 등에서 근대사회의 형성을 탈주술화(disenchantment)라는 개념을 통해 설명하곤 했다. 탈주술화란 세계를 움직이던 초자연적 힘에 대한 믿음이 사라지고, 이성에 의해 삶의 영역이 합리화 되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전통적 종교에는 전근대적 요소가 여전히 가득했고, 그렇기에 특별히 신화는 합리적 현대인을 위해 삭제 혹은 재해석되어야 했다.그러나 최근 탈주술화를 넘어선 재주술화의 필요성이 주목받기 시작했고, 이러한 현상에 대한 다양한 분석이 진행 중이다. 탈주술화를 선구적으로 주장했던 베버도 예측했듯, 근대화는 관료주의적 경직화라는 문제를 현대인에게 안겼고, 의미상실의 혼란을 가져왔으며, 결국은 탈인간화마저 초래했다. 이러한 근대성의 부정적 결과에 대한 비판적 대응으로 삶의 곳곳에서 재주술화가 일어나고 있다. 하지만 현실을 보자면 재주술화를 무조건적으로 환영할 수만은 없다.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재주술화한 주체가 오히려 비과학적 신념에 종속되고, 반합리적 미신에 쉽게 빠져들고, 신앙의 이름으로 폭력을 행사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 그렇기에 우리에게는 현실을 도피하고 자아를 잃을 정도로 취하게 하는 퇴폐적 주술이 아니라, 새로운 시적 상상력과 윤리적 감수성으로 세계를 재주술화 하는 지혜가 요구된다.재주술화의 이론적이고 실천적인 틀을 찾고자 본 연구는 영국 옥스퍼드에서 잉클링스(Inklings)가 전개했던 신화적 상상력(mythic imagination)이 가지는 종교적, 사상사적 의미와 영향력을 탐구하고자 한다. 잉클링스는 옥스퍼드 대학교 영문학과의 기독교인 학자를 중심으로 형성되어 1930년대 초반부터 1940년대 말까지 활동했던 비공식 문예 동아리다. 대표적 인물로는 『반지의 제왕』의 작가인 J. R. R. 톨킨, 『나니아 연대기』의 C. S. 루이스, 영국의 대표 여류 추리작가인 도로씨 세이어스, 옥스퍼드 대학교 출판부의 편집자이자 극작가와 시인으로 명성을 쌓았던 챨스 윌리엄스, 낭만주의의 종교성에 대한 전문가인 오웬 바필드 등이 있다. 이들은 근대 세계를 형성했던 합리성을 존중하면서도, 세기말 지성인에게 큰 영향을 줬던 낭만주의를 수용하는 ‘낭만적 합리주의’의 가능성을 실험했다. 특히 톨킨과 루이스 등은 현대인을 위한 신화라고 할 수 있는 판타지 장르로 세계를 재주술화하려 했던 대표적 인물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잉클링스의 중요도에 비해 국내에는 그들의 업적에 대한 심도 있는 연구가 아직까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그러다보니 신화적 상상력에 대한 이해를 건너뛰고 그들의 작품을 기독교를 옹호하는 데 쓰려는 호교론적 움직임과, 시대사적 맥락 없이 판타지를 어린이를 위한 문학으로 규정하는 선입견을 적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따라서 잉클링스가 실험하고, 형상화했던 신화적 상상력에 대한 논의는 재주술화 현상 속에서 살아가는 다양한 청중과 독자들에게 꼭 필요한 연구가 될 수 있다.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신화적 상상력의 재발견이 가지는 이론적 함의와 한국인의 종교적 삶에서 적절성을 연구하기 위해 본 연구자는 ‘주술화-탈주술화-재주술화’라는 틀 속에서 잉클링스 구성원들의 문학작품과 문예이론을 교차로 읽는 작업을 할 예정이다. 잉클리스가 활동했던 때로부터 약 반세기가 흐른 지금이지만, 그들의 작업은 변화하는 세계와 주체를 이해하고자 할 때 새롭고 소중한 통찰을 줄 수 있는 ‘오래된 미래’가 될 수 있다. 따라서 본 연구과제는 탈주술화 담론의 영향 하에 소외되었던 상상력이 재조명되고, 이론적 성찰 없이 무분별하게 이루어지는 재주술화 현상에 눌려왔던 합리적 이성이 제 역할을 하는 균형 잡힌 기독교의 모습을 그리는 데 기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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