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홍 목사의 성경적 상담 연구소 RBD COUNSELING INSTITU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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슐라이어마허 교리 무시

슐라이어마허는 1799년에 쓴 그의 처녀작 [종교론](On Religion)에서 “종교”는 교리의 문제가 아니라 느낌, 직관, 경험의 문제라고 주장했다. 종교적 감각은 사고 능력과는 독립된 인간 본성의 한 부분이고, 이를 통해 모든 인간은 ‘우주 정신’과 하나가 된다는 것이다. 슐라이어마허는 기독교가 다른 종교보다 ‘가장 탁월’하다고 생각했지만, 그렇다고 배타적 진리로 인정하지 않았다. 모든 인간 안에 종교적 감각이 있다면, 하나님은 어떤 종교를 믿는 사람과도 하나가 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슐라이어마허는 아예 인간 외부에서 오는 구원은 받을 필요가 없다고 주장한 것이다.
  그가 이해하는 “믿음”이란 외부에서 주어진 진리와 지식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인간 자신의 직관, 자기 안의 의식에서 온 것이라고 가르쳤다. 이런 맥락에서 믿음을 가진다는 것은 계시된 지리를 요구하지도, 신뢰할 수 있는 성경을 필요로 하지도 않았다. 그에게는 그리스도의 동정녀 탄생, 속죄의 죽음, 부활과 같은 사실은 복음주의적 신앙의 필수 요소가 아니었기 때문에 그러한 사실 여부를 따지는 것은 별로 중요하게 여긴 것 같지 않다. 그에게 “종교”는 잘 정리된 논리와 경건의 경험을 의미했다.
  슐라이어마허는 노골적으로 성경을 부인하는 대신, 계시된 진리의 필요성과 근거 있는 믿음의 원칙이 필요 없다고만 강조한다. 성경은 단순히 ‘기독교인들의 감정을 가장 먼저 해석한 작품’이고, 우리 자신의 느낌을 통해 얼마든지 다른 ‘해석’이 가능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슐라이어마허의 견해와 사상은 얼마나 많은 성경의 부분들이 무시되어야 함과 성경이 하나님의 말씀인가의 여부를 떠나서 살아남을 수 있는 여지를 남기게 된 것이다. 실제로 슐라이어마허는 목사들에게 교리를 설교하지 말라고 가르쳤다. 설교자의 목표는 무엇인가를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경험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슐라이어마허와 같은 자유주의 사상은 많은 사람들에게 인기를 끌게 되었다. 하나님 말씀이 아닌, 인간 이성에 어울리고 인간 감선에 잘 들어맞는 가르침을 주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캔터베리 대주교를 역임한 윌리엄 템플은 “불신자도 사랑으로 살았다면 구원받는다. 이런 사람은 하나님의 존재와 하나님의 이름을 부인했다 해도, 실제 삶에서는 하나님을 믿는 것과 다름없기 때문이다”라는 망언을 하기도 했고, 에든버러 대한 신학 교수 존 베일리는 인간의 운명을 결정하는 것은 분명한 의식과 생각이 아니라 “반드시 의식할 필요는 없는 믿음”에 달려 있다고 주장하였다. 그에 따르면, 사람들은 신앙을 의식하지 못한 채 신앙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마음 표면에서는” 하나님을 부정해도 마음 밑바닥에서는 믿는 자일 수 있다는 뜻이다. 그리고, 마이클 램지 주교는 어느 장례 예배에서 말하기를, “천국은 기독교인만의 자리는 아니다. … 요즘 무신론자 중에서도 천국에서 다시 만날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라고 하였다.

  프린스턴 교수였던 찰스 핫지(Charles Hodge)는 1857년에 다음과 같이 말한다. “기독교가 일종의 느낌일 뿐 신학과는 상관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기독교를 거부하는 사람이다. 기독교에는 항상 신학, 다시 말해 신앙의 내용이 있다. … 진정으로 자신의 신앙 내용을 누리며 사는 진정한 신앙인이 진정한 신자다. 어쨌든 진정한 기독교 신학을 믿지 않으면서 기독교인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은 모순이다. 아무리 선하게 보이고 성실한 종교 생활을 해도, 자신의 신앙 내용도 제대로 모르는 사람을 어떻게 신자라고 부를 수 있을까? … 무신론자나 타종교를 믿는 사람도 그리스도인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은 진리와 거짓, 하나님과 우상, 선과 악을 구분하는 기준을 무너뜨린다. … 진리를 받아들이는 것은 구원의 기본일 뿐만 아니라, 잘못된 교리는 죄의 근원이자, 지옥의 선봉으로 거부되어야 한다.” (Charles Hodge, “The inspiration of Holy Scripture”, Biblical Repertory and Princeton Review, 1857, p.693)


  - 이 글의 내용은 이안 머리의 책([분열된 복음주의], 부흥과개혁사)을 정리하며, 인용하여 쓴 글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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