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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의 선진들

존 번연의 ‘천로역정’

존 번연의 ‘천로역정’

300여년간 성경 다음으로 많이 읽힌 고전
성경 다음으로 많이 읽힌 것으로 알려진 존 번연(1628∼1688)의 '천로역정'(크리스챤 다이제스트)은 기독교가 전파된 곳이면 성경 다음으로 많이 번역돼 왔다. 우리나라에서도 미국 선교사 게일이 1895년 최초 번역을 했고 이후에도 수많은 번역본이 출판됐다.
천로역정은 번연이 꿈의 형식을 빌려 순례자들의 개인적 구원 과정을 담은 소설로, 1부와 2부로 구성됐다. 1678년 출판된 1부는 주인공 '크리스챤'이 역경을 극복하고 천국에 들어가는 내용이다. "꿈속에서 나는 한 남자를 보았는데…책을 읽어 내려가면서 몸을 떨며 울고 있었다."(39쪽) 크리스챤은 성경을 읽다가 죄를 깨닫고 다가올 심판을 피해 홀로 예수 그리스도께 향한다. 그는 순례 도중 여러 사람을 만나면서 성경에 기초한 대화를 통해 기독교 구원론을 전파한다.
등장인물과 장소는 다양한 은유나 비유 및 상징을 담고 있다. '세속 현자' '소망' '천박' 등 인물들과 '허영의 도시'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 등 지명은 이름만으로도 앞으로 전개될 내용을 알려준다. 또 인물들은 이름에 따라 비참한 최후를 맞거나 천국에서 영광을 누리는 등 정해진 운명을 맞게 된다. 예정론에 입각한 드라마인 셈이다. 순례 도중 크리스챤과 동행하게 되는 '소망'의 경우 "이제 나는 하나님의 영광을 바라는 소망 안에서 즐거움을 느낍니다"(196쪽)라고 고백하는 식이다.
1684년 나온 2부는 크리스챤의 아내 크리스티아나와 네 아들이 주인공으로, 크리스챤의 뒤를 이어 순례를 떠나는 내용이다. 특히 번연은 2부 머리말에서 1부의 인기가 스코틀랜드나 아일랜드는 물론 프랑스, 플란더스(벨기에 북부), 네덜란드 등까지 퍼졌음을 밝히고 있다(235∼236쪽).
영국 베스포드주 작은 마을에서 가난한 땜장이의 아들로 태어나 빈약한 교육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번연은 세계적 작가 반열에 올랐다. 그는 청교도 설교를 했다는 이유로 감옥생활을 할 때 천로역정을 집필했다. 그는 이를 '약한 자를 세워 일으키시는' 하나님의 은혜로 돌렸다. 책에는 그 감격이 잘 나타나 있다. "십자가 앞에 이르자마자 그토록 무거웠던 짐을 벗어던지고 몸이 홀가분하게 된 크리스챤은 무척 놀란 모습으로…눈물이 흘러내려 두 뺨을 촉촉히 적시는 것도 느끼지 못한 채 십자가를 바라보고 또 바라보며 서 있었다."(75쪽)
다만 정보 홍수 시대를 살고 있는 현대인들로서는 다소 지루함을 느낄 수도 있다. 호흡이 긴 대화가 자주 등장하는 데다 인물들의 이름을 통해 미리 성격 등을 짐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번연은 자신있게 말한다. "만약 그대가 여기서 쓰레기 같은 것을 발견한다면 그것은 버리고 황금만 취하라."(228쪽)
최정욱 기자 jwchoi@kmib.co.kr
http://blog.daum.net/kkho1105/3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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