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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크라테스에게 다이몬은 무엇인가?

소크라테스에게 다이몬은 무엇인가?


우리가 일반적으로 데몬(demon)으로 알고 있는 다이몬(daimon)은 고대 그리스에서는 매우 광범위한 의미였던 듯하다. 오늘날로 말하면 자연신의 의미나 개인이 가지고 있는 영적인 어떤 것에 가까운 듯하고, 내면적인 "양심의 목소리"로 해석되기도 한다. 플라톤의 <향연>에 보면  다이몬에 대해 이야기하는 부분이 있다. <향연>은 에로스에 대한 찬양으로 이루어진 대화를 싣고 있는데, 그중에서 중심으로 이루는 것은 소크라테스의 이야기인데, 이는 소크라테스가 들은 디오티마의 이야기를 말한다. 

“그러면 대체 에로스는 무엇입니까? 그것은 죽는 것입니까?” 
“그것은 죽는 것과 죽지 않는 것의 중간에 있는 것이지요.”
“디오티마, 대체 그것이 무엇입니까?”
“그것은 위대한 정령(다이몬)입니다. 다이몬은 모든 신과 죽는 것과의 중간에 있기 때문이지요.”
“다이몬은 어떤 능력을 갖고 있는지요?”
“다이몬은 신들에게는 인간들이 전하는 기도와 번제물들을, 그리고 인간들에게는 신들이 전하는 그들의 뜻과 번제에 대한 답례의 선물들을 해석해주고 전달해줌으로써, 신과 인간의 중간에 존재하면서 그 빈틈을 채워주고 이 우주 전체를 그 자체에 결합시켜주는 능력을 지닌 존재라 할 수 있지요. 다이몬들의 그러한 역할 때문에, 모든 예언술과 번제, 입문식, 주문 그리고 모든 예언과 마술에 관한 사제들의 기술이 번창할 수 있었지요. 사실 신은 인간들과 섞이지 않는 법인데, 이 다이몬들 덕분에 신들과 인간들 사이에 일어나는 모든 교제와 대화가 가능하게 되었지요. 그래서 우리는 그러한 일들에 능통한 사람을 신통(神通)한 사람이라 부르는 반면, 그 외 다른 일들에 능통한 사람, 즉 보통의 기술들이나 특정한 손재주를 지닌 사람을 장인이라 부른답니다.” 

그런데, 나중에 소크라테스에 대한 고발장에 의하면, 그의 죄목은 두 가지다. ① 아테네 시민이 믿는 신들이 아닌, 새로운 신 다이몬을 섬긴 것. ② 다이몬을 섬기도록 젊은이들을 부추김으로써 그들을 타락시킨다는 것이 그것이다. 고발장의 내용은 "소크라테스는 범죄인이다. 청년들에게 유해하고 파멸적인 영향을 주고 국가가 인정하는 신을 믿지 않으며 다른 새 귀신을 제사 지내고 있다"는 것이다.

<변론>에서 소크라테스는 신탁 이야기를 듣고 생각한 내용을 이렇게 이야기한다. "신은 대체 무슨 말을 하려는 것일까? 신은 대체 무슨 수수께끼를 내고 있는 것일까? 나는 나 자신이 결코 지혜 있는 자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으니 말이다. 그렇다면 나를 가장 지혜 있는 자라고 선언함으로써 대체 신은 무슨 말을 하고자 하는 것일까?"

그리하여 언필칭 지혜 있다고 하는 사람들을 찾아다닌 후에 소크라테스는 이렇게 말한다. "나는 이런 경험들을 한 것이오. 즉, 신의 명령에 따라 이름이 가장 잘 알려진 사람들을 조사해 보니, 오히려 思慮의 점에서는 거의가 가장 많이 결핍되어 있다는 생각이 들었소. 반대로 어리석다고 간주되는 사람들이 오히려 훌륭하게 보였던 것이오."  소크라테스는 다이몬의 소리가 들려 길을 가던 중에도 갑자기 그 자리에 서서 몇 시간 동안 하늘을 멍하게 쳐다보면서 넋을 잃고 있을 때가 있었다고 한다. 그런 면에서는 소크라테스는 神通한 사람인지도 모른다. 소크라테스는 이렇게 말한다. "사실은 오로지 神만이 참으로 지혜 있는 자이며, 인간의 지혜라는 것은 너무나 보잘 것이 없으며, 값어치가 없다는 것을 神은 그 신탁으로 말하고자 하는지도 모르겠소."

다이몬의 의미는 시대에 따라 조금씩 다르다. 호메로스의 서사시에서 다이몬은 인간의 인생에서 알 수 없고 느닷없는 어떤 조종자를 나타낸다. 인간이 자신을 스스로 억제할 수 없는 상태에 빠질 때, 호메로스의 영웅들은 자신들이 다이몬이란 알 수 없는 힘에 사로잡혔다고 생각한다. 그 힘은 초자연적인 것들 모두, 그러니까 신들까지 포함한 희랍 신화에 등장하는 온갖 초자연적인 존재들을 가리키는 말로 사용된다. 인간을 제압한다는 측면에서 다이몬은 운명의 의미도 있다. 헤시오도스에 오면 희랍의 전설상의 시대인 황금시대의 사람들이 죽어서 그 靈이 수호자가 되었는데, 그것이 바로 다이몬이라는 설명이 등장한다. 이 다이몬은 개인의 魂 속에 있으면서 개인을 지키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지킨다고 해서 반드시 좋은 일만을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나쁜 일도 가져올 수 있어서, 다이몬이 좋은 일을 가져오는 경우에는 그것을 에우다이몬이라고 부른다. 에우(eu)는 희랍어로 ‘좋다’는 뜻의 접두사라서 이것은 결국 행복을 뜻한다. 나쁜 것을 가져오는 경우는 카코다이몬이라고 했는데, 카코(kako)는 에우와 반대되는 뜻이니 결국 불행을 뜻한다. 기원전 6세기 헤라클레이토스는 사람의 성품이 수호신(다이몬)이라는 말을 한다. 이 말은 희랍인의 심성에서 다이몬이 지녀온 역사를 잘 압축해 주는 말이다. 다이몬은 인간의 운명을 지배하는 힘이고, 이것이 인간에게 불행을 가져다주기도 하고 행복을 가져다주기도 한다.

다이몬은 인간의 내부에 자리 잡고 있으면서 한 인간을 보호 내지는 감시한다. 그래서 인간은 자신 안에 있는 다이몬의 비위를 상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게 된다. 그런데 헤라클레이토스는 이것을 뒤집어서 인간의 운명이든 행복이나 불행이든 다 자신이 갖고 있는 성품의 탓으로 설명한다. 다이몬에 짓눌리고 눈치만 살피던 인간이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개척할 진취적인 비전을 얻게 된다. 플라톤에 오면 다이몬은 더 적극적인 의미를 갖는다. 다이몬은 그저 인간의 내부에 있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인간의 魂 속에 자리 잡은 것으로 이해되면서, 인간의 혼 중에서도 핵심이 되는 지성의 기능을 상징하는 것이 된다. 이것은 내면의 "양심의 목소리"를 의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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