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의 승패는 후반전에 판가름 난다
중년기 이후의 부부사랑(1)
2007년 02월 14일 (수) 00:00:00 교회와신앙 webmaster@amennews.com
정동섭 목사(가족관계연구소장. 전 침신대 교수. Ph.D.)
심리학자들은 흔히 인간의 발달과정을 영아기, 유아기, 아동기, 사춘기, 청소년기, 성인초기, 중년기, 노년기로 나누어서 설명한다. 폴 트루니에(Tournier, 1975)같은 이는 <인생의 네 계절>에서 인생을 네 계절에 비유하기도 하였다. 봄이 소년기요, 여름이 청년기라면, 가을은 중년기, 겨울은 노년기에 해당한다. 일찍이 모세는 “우리의 년 수가 칠십이요, 강건하면 팔십이라”(시 90:10)고 하였다. 우리가 초점을 맞추어 생각해 보려고 하는 중년기와 노년기는 인생의 후반기, 제2의 인생에 해당한다. 인생의 가을과 겨울에 우리의 부부관계를 어떻게 가꾸어 나가야 하는가? 이 논문이 목적하는 바는 중년기와 노년기의 특징을 살펴보고, 특히 50대 이후의 부부관계를 풍요롭게 하는 방법을 제시하는 것이다.
성인기는 에릭슨(Erikson)의 심리사회적 발달단계의 마지막 세 단계 즉 친밀감 대 고립감, 생산성 대 자기침체, 그리고 자아통합 대 자아절망의 시기로 구성된다. 성인중기에 해당하는 생산성 대 침체의 기간은 약 60대까지 계속된다. 생산성이란 개인이 다음 세대의 복지에 관심을 가지고 후세대를 양육하는 것은 물론 한 세대에서 다음 세대로 전해지는 모든 것, 예컨대 기술적 생산품, 아이디어, 책, 예술작품 등을 생산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생산성의 확립에 실패한 사람은 개인적 욕구와 안위에만 관심을 가지고 자기도취 상태에 빠지며 자기탐닉을 제외하고는 누구와도 그리고 무엇에 대해서도 관여하지 않는다.
자아통합 대 절망의 단계는 인생의 마지막 시기이다. 지금까지 살아온 자신의 인생을 돌이켜보고 자아발달의 전 단계를 통합하여 평가한다. 그 결과 만족스러운 인생을 살아왔다고 확신할 수 있는 사람은 두려움 없이 죽음을 기다릴 수 있다. 그러나 인생에서 실패했다고 생각하고 다시 시작하기에는 너무 늦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죽음에 대한 두려움과 되돌릴 수 없는 실패, 그리고 인생에 대한 미련으로 고통을 받게 된다.
하프타임으로서의 중년기
중년기란 무엇인가? 투르니에(1975)는 칼 융(Jung)의 글을 인용하면서, “40이라는 나이는 인생의 황혼이 시작되는 시기여서 이제까지 긴 오르막길을 걸은 후에는 다시 내림 길을 배워야 하는 시점이다...인생의 황혼 - 이 하나의 새로운 이미지는 마치 가을이 서서히 닥아오는 것처럼 알지 못하는 사이에 찾아온다”고 쓰고 있다(p.3). 심리학자들 중에는 자신의 나이를 출생의 시점에서가 아니라 죽음의 시점에서 헤아리기 시작하면 중년이 된 줄 알라고 한 사람도 있다(Neugarten, 1968). “내가 이 회사에서 얼마만큼 더 일할 수 있을까? 내가 은퇴할 나이가 이제 몇 년이나 남았지?”하고 생각하기 시작하면 인생의 중반에 들어섰다는 뜻이다.
심리학자 레빈슨(Levinson, 1973)은 발달단계를 생애구조의 변화에 따라 네 개의 시기로 구분하고 각 시기를 약 20년 동안으로 설정하였다. 그는 40세부터 45세를 생애중반의 과도기로 보고 노년기가 시작되는 60대까지를 성인중년기로 보았다. 레빈슨은 사람의 생애구조가 ①개인의 사회문화적 세계 (인종, 종교, 사회계급, 가족, 직업 등), ②자아의 특성 (소망, 환상, 재능, 감정, 사고, 갈등, 방어기제 등), 그리고 ③주위세계에 대한 개인의 참여정도로 구성되는데, 개인이 인생의 각 시기에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그의 생애구조는 달라진다고 보았다. 레빈슨의 생애구조 선택의 중심요소는 직업, 결혼과 가족관계, 우정관계, 그리고 종교의 영역이라고 제안하였다.
레빈슨은 중년기의 문제를 다음과 같이 요약하였다:
중년기는 기력의 쇠퇴와 죽음에 대한 깊은 불안을 야기시킨다. 성인초기의 가장 심각한 두려움은 청년기 이후에 삶이 없다는 것이다. 젊은 성인은 나이 삼십을 넘으면 흔히 “고개를 넘은 것”으로 느낀다. 그들은 중년기는 기껏해야 사소함과 의미없는 위로를 가져다 줄 것이고, 최악의 경우에는 침체와 절망을 가져다 줄 것이라고 상상한다. 중년기는 흔히 부정적으로 채색되는 대개 모호한 과도기로 간주된다. 더 이상 젊은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아주 늙은 것도 아니다....젊음의 의미가 생동감과 성장, 완성, 영웅심이라면, 노년은 허약함과 쇠퇴, 종말, 무의 절벽 같은 것이다. 노년기에 대한 우리의 지나치게 부정적인 이미지가 중년기의 부담감을 크게 가중시킨다. 이미 다 늙은 것처럼, 사망의 그늘 안에서 중년기를 통과하는 것은 무서운 일이다. 그리고 아직도 젊은 것처럼, 젊음의 그늘 안에서 사는 것은 자기패배적인 착각이다(pp. 6-7).
크리스천 심리학자 콜린스(Collins, 1988)는 중년기의 문제는 신체적 변화와 권태와 두려움과 같은 감정으로 인한 심리적 변화, 직업적인 변화, 그리고 자녀, 노부모, 결혼, 그리고 성과 관련된 결혼-가족적 변화의 네 가지 범주로 나누어서 이해할 수 있다고 하였다(p.200). 프로이드는 한 때 각 개인은 사랑할 필요(need to love; leben)와 일할 필요(need to work; arbeiten)가 있다고 말한 적이 있다. 직업과 결혼(사랑)은 언제나 결혼한 부부의 관심사가 된다. 우리가 이 두 분야에서 보람을 느끼지 못한다면, 우리의 삶은 불완전한 것이다. 먼저 일과 생산성의 관점에서 중년기의 위기를 검토해 보고, 다음에 중년기 이후의 사랑과 결혼을 집중적으로 다루어보기로 한다.
버포드(Bufford, 1996)는 그의 책 ⌈하프 타임⌋에서 인생을 축구나 농구경기에 비유하면서, 40이전을 인생의 전반전, 그리고 그 이후를 인생의 후반전에 비유하고 있다. 40-45세를 레빈슨은 중년기 전환기라고 부르는데, 이 시기는 인생의 전반전을 돌아보면서 후반전을 계획하는 시기이다. 전환기는 위기와 도전, 두려움과 권태, 다른 사람들의 영향 또는 신적인 간섭에 의해 담대하고 극적인 변화가 있을 수도 있고 은근하고 온건한 변화가 야기될 수도 있다. 칼 융은 전환기에 반추가 필요함을 다음과 같이 말한 적이 있다.
우리는 인생의 아침의 프로그램에 따라서 인생의 오후를 살 수는 없다. 아침에 대단했던 것이 저녁에는 별것이 아닌 것이 될 수 있고, 아침에 사실이던 것이 저녁이 되어 거짓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나는 나이 먹어가는 사람들을 너무나 많이 상담하고 그들의 영혼의 은밀한 방을 너무나 깊이 드려다 보았기 때문에, 이와 같은 근본적인 진리에 감동할 수밖에 없다(Smoke, 1995).
제2의 인생, 인생 후반전, 또는 “또 한 번의 생애”라고 부르는 이 시기는 어떤 특징을 지니는가? 특히 중년기 이후의 결혼은 전반기의 결혼에 비해 무엇이 다른가? 인생 후반기에 만족스러운 우애적 부부관계를 누리기 위해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이 글은 기독교 심리학적인 관점에서 이러한 질문에 답을 찾아보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제2의 인생이 시작되는 중년기는 어떤 시기인가? 콜린스(Collins, 1988)는 중년을 청년기가 끝나고 끝이 시작되는 시기로서, 이 시기는 모든 이에게 전환과 변화의 시기라고 하였다(p.198). 융(Jung, 1961)은 중년을 “자녀생산과 양육...그리고 돈을 벌고 사회적 지위를 획득”하는 것과 같은 과업을 완수했기 때문에 다른 것으로 자유롭게 관심을 돌릴 수 있는 시기라고 하였다.
중년은 다양한 사람에게 다양한 것을 의미한다. 40대에 들어서면서, 자기검토와 믿음과 가치관의 재평가, 신체적 변화에 대한 재적응, 자신의 생활양식과 진로방향 그리고 우선순위의 재고에 의해 특징 지워지는 시기가 시작된다. 한국의 40대 남자들의 사망률이 다른 어떤 나라 보다 높다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일이다. 여성에게는 폐경기가 찾아오는 시기요, 남성들에게는 과거와는 다른 육체적 쇠잔함을 느끼게 되는 시기이다. 중년기는 신체적으로, 심리적으로, 사회적으로나, 영적으로 위기를 맞기 쉬운 시기임에 틀림없다. 많은 남녀에게 중년은 위기의 시기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이 시기는 생존을 위한 시기만은 아니다. 오트런드(Ortlund, 1976) 부부가 말한 것처럼, 이 시기는 인생의 가장 좋은 후반기를 시작하는 시기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중년기가 시작되는 40대는 하프타임에 해당하는 전환기로서 버포드(Bufford, 1995)는 이 시기를 성공추구에서 의미찾기로 삶의 전략을 바꾸는 시간이라고 규정하였다. 그는 모든 크리스천들, 특히 젊은 시절을 성공적으로 이끌어온 사람들에게 ‘하프타임’을 가지고 인생의 전반적을 재평가하고, 후반전을 새롭게 이끌어갈 것을 권하고 있다.
그는 말한다:
여러분이 나와 같은 사람이라면, 인생의 전반전에 여러분은 아마도 자신의 여생을 어떻게 보낼 지에 대해 별로 생각해 보지 않았을 것이다. 여러분은 대학을 나와 어떤 사람과 사랑에 빠져 결혼하고 직장생활을 시작하고 승진을 거듭했으며, 이제는 인생여정을 안락하게 해줄 많은 것을 얻기까지 숨 가쁘게 달려왔을 것이다. 여러분은 전반전을 격렬하게 치렀다. 어쩌면 전반전에 이기고 있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머지않아 여러분은 과연 이대로가 좋은가 하고 고개를 갸우뚱하기 시작할 것이다...여러분은 몇 가지 심한 충격을 받았을 것이다. 남녀를 불문하고 고통 없이 하프타임에 들어가는 사람은 없다. 심각한 고통, 이혼, 알코올중독, 아이들과 지낼 시간의 부족, 죄책감, 외로움 등의 고통으로 하프타임에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훌륭한 많은 선수들처럼, 여러분은 좋은 의도를 가지고 전반전을 시작했는데, 경기하는 중에 불시에 공격을 받은 것이다(p.30).
후반전에 좋은 경기를 펼칠 수 있는 것은 대개 하프타임 시간에 무엇을 했느냐에 달려있다. 재평가의 시간을 가질 때, 버포드는 다음과 같은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 보라고 권면하고 있다.
● 나는 지금 당장 내 인생에서 중요한 어떤 것을 놓지고 있는가?
● 나는 무엇에 열심을 내는가?
● 나는 누구인가?
● 나는 무엇을 가치있게 생각하는가?
● 10년 이내에 내가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가? 20년 이내에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가?
20년 이내에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가?
● 하나님께서 주신 은사 가운데 현재 성취된 것은 무엇인가?
● 하나님께서는 내가 사용할 수 없는 어떤 은사들을 주셨는가?
● 나는 무엇을 위해 기꺼이 죽을 것인가?
● 덫에 걸린 것 같은 기분이 들게 하는 일은 도대체 무엇인가?
● 나는 내 직업에서 어떤 실질적인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가?
● 나는 더 행복해지기 위해서, 다시 말해 진정한 나를 발견하기 위해서
스트레스를 덜 받는 (그리고 월급도 덜 받는) 일을 기꺼이 택할 것인가?
● 전반전보다 나은 후반전을 위해서 내일 나는 어떤 조치들을 취해야 하는가?
현대 경영학의 아버지라 불리우는 피터 드러커(Peter Drucker)도 다음과 같이 자문해 보라고 권하고 있다: 나의 가치 기준은 무엇이고 갈망하는 바는 무엇이며, 나아갈 방향은 어디인가? 그리고 스스로의 요구를 채우고 삶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하고 무엇을 배우고 무엇을 바꿔야 하는가?(Bufford, p.80).
한편 <50대 직면하기>의 저자 짐 스모크(Smoke, 1995)는 “당신의 우선순위를 평가하는 비결은 ‘당신이 가장 귀하게 생각하는 것과 마음을 연결하는 것’이다. 당신은 당신에게 가장 소중한 것, 당신의 가치가 무엇인가, 그리고 여러 해 동안 그 가치관들이 어떻게 변화되었는가를 살펴보아야 한다”고 제안하고 있다.
버포드는 하프타임을 맞이하는 자세에 대해 다음과 같이 권면하고 있다: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가족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냈어야 했는데,’‘ "더 좋은 관계를 발전시켰어야 했는데,’ ‘...했어야 했는데’ 등등의 말을 하며 전반전에 대해 몹시 후회하면서 보내는 성향이 있다. 그러나 후반전에 들어 하프 타임은 여러분이 하지 않은 일들에 대해 괴로워하는 시간이 아니라 여러분의 실수를 인정하고 여러분이 은혜 아래 설 수 있음을 깨닫는 시간이다." (pp. 80-81)
성공지향적인 문화에서 생활하는 우리들은 성공하고자 하지만, 성공으로 충분하지 못하다는 표시를 발견하기 시작한다. 이런 표시 가운데 몇 가지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 중요한 거래가 성사될 때의 짜릿한 기분이 10년 전만 못하다.
2. 후배 동료 밑에서 일하게 된다.
3. 책임질 일이 좀 더 적은 자리로 ‘내려 가면’ 어떨까 하고 생각하는 시간이 많아진다.
4. 안정된 직업을 갖고 있지만, 구인 광고와 전문 잡지의 광고를 살피고 있다.
5. 어떻게 하면 좋은 제안을 통하여 고객에게 물건을 팔 것인가 하는 것보다
어떻게 하면 고객의 비위를 맞출 것인지에 더 골몰한다.
6. 직장을 버리고 가족과 좀 더 많은 시간을 나누고 꿈꾸어 오던 사역을 택하는 사람을 보면
부럽다.
7. 휴가 시간을 다 쓰고 “월차”까지 쓰기 시작한다.
8. “얼마면 충분할까”하고 자문하기 시작한다.
9. 사장이 승진에 대한 암시를 줘도 이전처럼 흥이 나지 않는다.
10. 자기 사업을 시작해 볼까하고 아주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다.
11. 어느 날 아들 녀석이 “한 번 기회를 잡아 보세요, 아빠”하고 말한다.
과다경쟁에 지친 사람들은 대개 중년의 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할 계획을 세우는 대신 자기의 일에서 손을 떼버리는 실수를 한다. 직업을 바꾸고,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는 쪽을 택하는 이들이 많다. 이런 것들이 반드시 나쁜 선택은 아니지만, 그런 것이 후반전의 본질은 아니다.
“인생 후반전에서 성공하는 비결은 직업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바로 마음을 바꾸고, 세상을 보는 시각을 바꾸고 자신의 삶을 정비하는 것이다...반드시 직업의 변화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태도의 변화는 언제나 있어야 한다. 이런 태도의 변화를 ‘인격적 패러다임 전환(즉 한 사람의 인식과 신념과 가치와 감정의 체계에서 생기는 중대한 변화)이라고 부른다. 게임의 승패는 전반전이 아니라 후반전에서 판가름이 난다"(Bufford, p.107).
중년의 위기는 제2의 도약기가 될 수 있다. 중년이야말로 전에 없는 삶의 경험과 지혜, 침착함과 통찰력과 다듬어진 인격이 있어서 우리의 태도변화와 선택에 따라서는 인생의 전성기를 보낼 수 있는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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