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국 교수 인터뷰] 놀이에 빠진 아이처럼 살라
[박찬국 교수 인터뷰] 놀이에 빠진 아이처럼 살라
[박찬국 교수 인터뷰] 놀이에 빠진 아이처럼 살라박소희 기자 | ya9ball@jejupress.co.kr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승인 2016.05.22 17:34:00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요즘 네이버 구글 msn2016년 제주시민 인문학 강좌②박찬국 서울대 철학과 교수:니체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타고난 그대로 핀 꽃과 같다는 데서 유래한 천진난만은 조금도 꾸미지 않고 ‘있는 그대로’ 말과 행동하는 아이들을 주로 수식한다. 아직 사회적 규범이나 도덕적 관념에 사로잡히지 않은 아이들은 자신이 원하는 것에 솔직하다. 니체는 “아이는 순결이요, 망각이며 새 출발이고 유희며 스스로 돌아가는 바퀴이자 최초의 운동이며 신성한 긍정”이라며 놀이에 빠진 아이처럼 살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아이처럼 산다는 것은 무엇일까.고등학교 시절 ‘어차피 죽어야 할 인생 왜 살아야 하는가’라는 회의주의에 빠져 인생의 의미를 찾기 위해 온갖 사상과 종교적 가르침을 헤매다 서울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독일 뷔르츠부르크 대학교에서 철학 박사학위를 받은 박찬국 서울대 철학과 교수는 험난한 운명에 굴하지 않고 기꺼이 받아들이며 삶 그 자체를 긍정해야 한다고 말한다.지난 12일 제주시가 진행하는 ‘목요인문학 강좌’에서 ‘니체-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주제로 두 번째 강의를 진행한 박찬국 교수를 제주신문이 만났다. 그는 삶을 긍정하기 위해서는 ‘삶의 의미’를 찾지 말라 한다.▲ 지난 12일 제주시 목요인문학 강좌에서 강연을 하고 있는 박찬국 서울대 철학과 교수. 박소희 기자.제주에 자주 오나여행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우리 딸이 제주도를 너무 좋아한다. 그래서 추석 때 제주로 가족여행을 올 것 같다.제주 와보니 어떤가강의에 늦어서 새치기 했더니 뒤에 서 계시던 분이 저를 나무랐다. ‘강의에 늦어서 그랬다 죄송하다’ 하니 ‘강의를 하신다는 분이 더 그러면 안 되지’라며 혼을 냈다. 부끄러워서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었다. 그분 보실 수 있으니 사진은 나가지 않았으면 좋겠는데....(웃음)앞서 말씀하셨던 삶의 의미를 찾지 말라는 건 어떤 의미인가.우리가 어떤 놀이에 빠져 있을 때 ‘왜 이 놀이를 해야 하는가’라는 물음을 제기하지 않는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인생을 하나의 놀이로 여기는 사람은 삶의 의미를 묻지 않는다. 니체는 인간의 정신 발달을 3단계로 나눴는데 바로 낙타-사자-아이로 발전한다고 봤다. 황량하기 그지없는 사막에서 무거운 짐을 지고 아무런 불만도 없이 걸어가는 낙타는 인내와 순종의 상징이다. 낙타의 정신은 사회의 가치와 규범을 절대적인 진리로 알면서 무조건적 복종하는 이를 말한다. 사실 무엇이 진정한 삶인지 고뇌하지 않고 사회가 정해준 삶을 그대로 따라 살면 정신 건강에 좋다. 하지만 타인의 가치에 따른 삶이지 ‘나’는 상실한 삶이다. 니체는 ‘너 자신이 되라’고 했다. 사자의 정신은 기존 질서에 의문을 가지는 시기다. 사자는 기존 가치를 파괴하지만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지는 못하는 것을 말한다. 많은 사람이 여기에 머물러있다. 아이의 정신은 한 단계 더 나아가 삶을 유희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역설적이지만 삶은 의미를 찾지 않을 때 비로소 의미가 있다.▲ 니체는 인간의 정신발달을 3단계로 나누었는데 바로 낙타-사자-아이로 발전한다고 봤다. 낙타의 정신은 사회의 가치와 규범을 절대적인 진리로 알면서 무조건적 복종을 하는 이를 말한다.삶을 유희로 받아들이기에는 많은 사람이 무기력하다저도 삶의 중력을 느낄 때가 많다. 안 그런 사람이 어디 있겠나. 그럴 때마다 명상을 한다. 보통 사람들이 무기력 상태에 ‘빠진다’. 불교의 명상법중 하나는 무기력을 그냥 바라보라고 한다. 바라보라는 것은 생각에 사로잡히지 않고 상황을 냉정하게 객관화시키는 것이다. 우리의 생각은 90%가 어제 했던 생각이라고 한다. 바라보고 그대로 흘려보내는 훈련이 필요하다.그건 수행에 가까운 것 아닌가. 보통 사람에게는 어려울 것 같다물론 처음은 힘들다. 집중하려고 하면 할수록 이전에는 의식도 못했던 밑바닥의 잡다한 생각이나 상처들이 다 들고 일어선다. 사실 그 잡념들이 우리 의식을 지배하는 것이다. 힘드니까 우리는 내면의 찌꺼기들과 전면으로 마주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렇게까지 하지 않으면 사고의 습성을 없앨 방법이 없는 것 같다. 내면에 집중하다보면 자신이 참 이기적이라는 것을, 세포 하나하나에 자기가 끼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명상은 긍정적인 생각을 포함해서 생각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명상을 하다보면 자기가 없어진다. 마음을 비움으로 충만한 경험을 하게 된다. 그럴 때 행복해진다. 내가 행복해야 타인의 행복을 바랄 수 있다. 내가 차 있어야 타인에게 나눠줄 수 있듯. 그것이 니체가 말하는 힘에 의지다. 사적인 이야기지만 집사람과 부부싸움을 하면 바로 명상에 들어간다(웃음)힘에 의지가 뭔가.불교의 한 학파인 유식학에서는 각 존재자들의 정신상태에 따라서 동일한 세계도 완전히 다르게 보인다는 사실을 ‘일수사견’을 통해 설명한다. 똑같은 물이라도 인간과 물고기, 아귀와 천상의 신은 그것을 다르게 경험한다는 것이다. 니체도 ‘말세인’과 ‘초인’이 동일한 인간이지만 다른 정신적 차원에 있기 때문에 세계를 보는 관점이 달라진다고 봤다.‘말세인’은 현실에서 여러 곤경을 겪으면 이 세계는 자신의 안락함을 방해하는 고통으로 가득 찬 세상으로 인식한다. 하지만 ‘초인’은 안일함을 추구하는 자기의 성향과 투쟁하면서 자신에 대해 승리를 거두는 자다. 자기를 극복하려는 인간은 삶에서 부딪히는 갖가지 곤경을 고양시킬 수 있는 기회로 여기며 환영한다. 힘에 의지는 자신에 대해 긍지를 갖는 것, 고난으로 점철된 삶이 영원히 반복해도 흔쾌히 긍정하는 것을 말한다.▲ 니체는 인간의 정신 발달을 3단계로 나눴는데 바로 낙타-사자-아이로 발전한다고 봤다. 사자의 정신은 기존 질서에 의문을 가지는 시기다. 기존 가치를 파괴하지만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지는 못하는 것을 일컫는다. 박찬국 교수는 많은 사람이 여기에 머물러있다고 지적했다. 사진=NGC초인에 대해 좀 더 쉽게 설명해 달라.쉽게 말해 고귀한 인간, 기품 있는 인간, 자신에 대해 강한 긍지를 갖는 인간, 외부의 상황에 굴복하지 않는 인간, 자신의 운명을 기꺼이 사랑하는 인간이다.자기를 극복하기가, 운명을 사랑하기가 쉽지가 않다.고등학교때 허무주의에 빠졌다. 많은 사상과 종교를 찾아 헤맸지만 결국 덧없더라. 당시 3년을 니힐리즘 심연에 허우적대다가 거의 탈진상태에 이르렀다. 대학에 가서 무의미의 심연에서 저를 끌어올릴 밧줄을 마르크스주의에서 찾았다. 하지만 그도 회의에 빠졌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3년 동안의 절망은 필연적이었고, 허무주의에 빠지지 않았다면 사회가 부여한 가치에 의문을 품지 않고 순응하며 살았을 것이다. 삶의 깊이도 풍요도 몰랐을 것이다. 논리적으로 해명하기 어려운데 지금의 기쁨이 있기 위해서는 과거의 고통이 다 필요했다고 생각한다.왜 하필 시민 강의에서 니체였나. 앞서 강의에서도 말씀하셨다시피 니체 사상은 어렵지 않은가.오늘날의 현대인들은 안락한 생존과 쾌락에만 연연하기 때문에 병약한 인간이 돼버렸다. 사람들은 이제 조금만 힘들어도 불평을 쏟아내고 아주 작은 불편한 자극에도 호들갑을 떤다. 니체는 이를 경멸했다. 그는 다른 사람들과 투쟁하는 과정 속에서 자신을 강화시키고 고양시킬 수 있다고 봤다.니체는 평화보다 투쟁과 갈등을 옹호했다. 위험한 사상 아닌가.니체는 복잡한 사상가이기 때문에 그가 혐오했던 파시즘에서도 니체의 사상을 도입하려고 했다. 니체는 고대 그리스 정신, 즉 삶을 고양시키고 긍정하는 ‘진취성’에 주목한 것이다. 남들보다 우월한 존재가 되고 싶어 하는 욕망이 우리를 지배하기 때문에 인간 사회에서는 결국 투쟁과 경쟁이 불가피하다.그래서 안락함을 추구하는 사회에 니체의 사상이 필요하다고 본 것인가.그렇다. 피할 수 없다면 ‘사랑의 투쟁’이 필요하다고 봤다. 니체의 힘에 의지는 나와 대등하거나 나보다 강한 상대와 대결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 것이다. 우리는 자기보다 약한 자를 괴롭히기가 더 쉽다. 니체가 말하는 경쟁은 우아한 경쟁, 품격 있는 경쟁이다.▲ 니체는 인간의 정신 발달을 3단계로 나눴는데 바로 낙타-사자-아이로 발전한다고 봤다. 아이의 정신은 삶을 유희로 받아들이는 단계다. 놀이에 빠진 아이는 놀이의 의미를 찾지 않는다. 역설적이지만 삶은 의미를 찾지 않을 때 비로소 의미가 있다고 박찬국 교수는 전한다. 박소희 기자.우아한 경쟁이란 무엇인가우리 사회에 갑질 논란이 끊임없이 흘러나온다. 대기업이 골목상권에 진입해서 소상공인들의 터전을 빼앗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우아한 경쟁이란 삼성 정도면 애플이랑 대결하는 것이다. 대등한 상대 앞에서는 물러서지 말고 더 강한 자 앞에서 뒷걸음질 치지 않는 것. 그것이 운명과 정면으로 대결하는 초인의 모습이며 창조적인 삶이다.창조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사회다. 그 창조를 말씀하시는 건가.사회에서 요즘 흔히 쓰는 창조는 혁신을 말하는 경우가 많다. 지금 기자님과 제가 만나 이렇게 대화를 나누는 동안 우리는 다양한 감정을 느끼며 조금씩 확장된다. 제가 말하는 창조란 거창한 것이 아니라 사소한 일상에서 발견하는 행위다.인문학이 무너지고 있다고 한다.인문학이 왜 무너지나. 이렇게 제주에서도 인문학 강의가 열리고 있지 않은가. 인간은 끊임없이 질문한다. 물론 문학이나 철학 같은 것을 이제 많은 사람이 읽지 않는다. 그렇다고 인문학이 무너졌다고 볼 수는 없다. 철학적 물음이 담긴 묵직한 영화들이 흥행에 성공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얼굴을 달리하며 인문학은 계속 존재할 것이다. 인간이 인간으로 존재하는 한.인공지능이 인간을 역습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미래학자들이 말하고 있다. 인간이 인간으로 존재하지 못하는 순간이 오지 않을까.로봇이 주체적으로 사고하게 되면 그것은 인간이다. 그땐 친구 하자고 하면 된다.
자료출처 http://www.jejupress.co.kr/news/articleView.html?idxno=646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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