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네상스 신플라톤주의와 헤르메티시즘
르네상스 시대를 이해하기 위한 참고자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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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네상스 신플라톤주의와 헤르메티시즘
피치노의 Letters |
한편 르네상스 신플라톤주의(Neo-Platonism)와 헤르메티시즘(Hermeticism)의 영향으로 우주에 대한 인간의 태도가 변화되었다. 1460년 마케도니아에서 피렌체로 여러 그리스 문헌이 보내져서 코시모 데 메디치(Cosimo de' Medici, 1389∼1464)가 그것을 소장하게 되었다. 이들 가운데 하나는 『헤르메스 전집』(Corpus Hermeticum)이었는데, 코시모 데 메디치는 피치노(Marsilio Ficino, 1433∼1499)로 하여금 이것을 번역하게 했다. 피치노와 당시 사람들은 헤르메스 트리스메기스투스(Hermes Trismegistus)가 모세와 동시대 사람인 이집트 신부로서 실제 인물이고, 기독교의 예언자이며, 플라톤과 플라톤주의도 이 사상을 이어 받은 것이라고 믿었는데, 이 역사적 실수는 르네상스 시대에 엄청난 결과를 야기했다.
조르다노 브루노 |
르네상스인이 인간과 우주간의 새로운 관계를 인식한 것은 주로 이 문헌을 통해서였다. 인간은 더이상 신의 창조에 경의를 표하는 관조자가 아니라 자연적인 질서로부터 힘을 얻어내는 조작자였다. 르네상스 마술가들은 수(number)를 인간이 우주의 힘을 이용하는 조작의 열쇠로 간주했는데, 이에 따라 자연에 대한 조작가능성과 수리과학의 가능성이 열리게 되었다. 또한 이런 전통은 또한 마술과 연금술을 학문적으로 정당화하는 데 기여했으며, 또한 조르다노 브루노(Giordano Bruno, 1548∼1600)의 태양중심사상과 무한우주론에서 보여지듯이 태양중심사상의 전파에도 기여했다.
중세의 마술과 연금술 전통과 연결된 헤르메티시즘에서는 우주를 신비적이고 마술적인 힘들로 짜여진 '네트워크'(network)로 보고 인간이 이 힘들과 서로 작용해서 우주의 현상들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믿었다. 그리고 이 사조가 비슷한 신비적 색채를 띠고 15,16세기 이탈리아를 중심으로 크게 떨치던 르네상스 신플라톤주의의 한 지류로서 함께 유행하면서 사람들의 자연에 대한 태도의 변화를 가져오는 데 기여했다.
아그리파 |
중세를 통해서 마술은 흑색마술(black magic) 또는 자연적 마술(natural magic)로 구분되어서 흑색마술은 실제로 있을 수 없는 일로서 사람을 속이는 것으로 비난받고 억압당했으나 백색마술, 즉 자연적 마술은 신기하기는 하지만 자연에서 실제로 일어날 수 있는 사실로 받아들여졌다. 아그리파(Agrippa, 1486∼1535)는 여기에다가 수학적 마술(mathematical magic) 및 종교적 마술(religious magic)을 첨가해서 수학적 마술에는 산술, 음악, 기하학, 광학, 천문학, 기계학(mechanics) 및 피타고라스적 수비학(numerology)을 포함시키고, 종교적 마술에는 종교적 의식이나 천사(angel)를 부르는 주술, 종교적인 기적 등을 포함시켰다. 한편 그는 자연적 마술을 지상세계(terrestial world)에 수학적 마술을 천상세계(celestial world)에 그리고 종교적 마술을 하늘 위의 세계(supercelestial world)에 대응시킴으로써 결국은 우주의 모든 차원을 전부 마술로 보는 철저한 마술적 자연관을 제시했다. 그리고 이에 따라 마술은 자연세계에 관한 지식과도 깊은 관계를 맺게 된 것이다.
마술을 행하는 마술사(magus)는 원죄 이후 자연을 단지 수동적으로 관찰만 하게 되었던 인간의 무능력으로부터 벗어나서 다시 자연에 무엇을 가하고 변형시켜서 자연에 무엇을 일어나게 하고 무엇을 얻어내고 하는, 천사들이나 지니고 있는 능력을 지니게 되었다. 이런 마술사들의 태도는 연금술사들의 태도와도 부합되었고, 실제로 두 가지 일에 같은 사람이 종사하는 경우도 많았다. 대학에서의 과학이 자연에 대해서 수동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책을 위주로 철저하게 이론적, 수학적, 사변적 형태로 남아있는 동안 마술과 연금술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자연에 대한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태도, 즉 실험적 태도를 지니게 되었던 것이다. 이같이 마술과 연금술로부터 유래한 헤르메티시즘은 그 신비적인 면 때문에 역시 신비적 색채를 띠었던 르네상스 신플라톤주의의 자연관과 결합하게 되었고, 이에 따라 신플라톤주의 과학자들의 과학 및 자연관에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하지만 1614년 카소봉(Isaac Casaubon, 1559∼1614)은 이 헤르메스 저작이 고대 이집트 시대에 쓰여진 것이 아니라 서기 2세기 신플라톤주의자에 의해서 조작된 것이라는 사실을 르네상스 인문주의자들이 개발했던 고문헌학 방법론인 문체 비교 방법으로 확인했다. 이후 헤르메티스즘은 장미십자단(Rosicrucian)이라는 소수 비밀결사 조직 상태로 남게 되면서 유럽 전역에서 그 힘을 점차로 상실해 갔다. 프랜시스 예이츠(Francis Yates)는 과학혁명을 두 단계로 구분하고 있다. 즉 첫 단계는 마술에 의해 지배되던 영령주의적 우주관이 지배하던 시기이며, 둘째 단계는 역학에 의해 조작된 수학적 우주관이 지배하던 단계이다. 즉 합리적 과학인 근대 역학이 출현하는 과정에는 언뜻 보기에는 근대 역학과는 어울리지 않을 것처럼 보이는 비합리적인 마술적 세계관이 커다란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예이츠가 과학혁명 전반기에 마술에 의해 지배되던 단계를 두는 것에 비판적인 견해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도 많지만, 이런 다양한 관심은 결국 과학혁명에 대한 다차원적인 이해를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자료출처 http://www.postech.ac.kr/press/hs/C06/C06S00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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