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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부음’, 정말 기름 붓는 행위를 말하나?

‘기름부음’, 정말 기름 붓는 행위를 말하나?
이단들에 의해 오용되는 성경구절 (5) - 요일 2:20
2010년 03월 10일 (수) 07:36:39 장운철 kofkings@amennews.com

최근 상담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집회 중 ‘기름부음’을 받아야 한다며 실제로 어떠한 기름을 집회 참석자들 머리에 부어주는 곳이 있다는 것이다.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이었다. 그와 같은 상담이 이전에도 여러 차례 있었다. 몇 년 전 기자가 취재 차 참석했던 모 집회에서도 발생한 바 있다. 인도자는 외국인 강사다. 그는 집회 후반에 참석자들을 한 줄로 세워서 일일이 이마에 기름을 손가락으로 찍어 발라주는 행위를 했다. 그 강사는 자신의 행위는 특별한 것임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기름도 직접 자신이 특별히 구해온 것이라고 했다.

위와 같은 ‘기름부음’의 행위를 성경적으로 입증한다며 상용된 성경구절은 요일 2:20 등이다. 특히 신약성경에도 그 용어가 나온다는 것은 지금도 그 행위를 직접적으로 해야 하는 의미라고 주장한다. 구약은 물론이고 신약성경에 기름부음의 용어가 나오기 때문에 자신들의 행위가 정당하다고 말하고 싶은 것이다. 그들은 그 동안 기성교회에서 발견하지 못했거나, 잃어버린 ‘놀라운 사실’(?)을 자신들이 행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러한 ‘기름부음’과 관련된 단체가 한국에도 있다. 찬양과 기도 중심의 사역을 한다며 점점 그 세를 넓혀가고 있다.

과연 성경, 특히 신약성경의 ‘기름부음’이란 무엇일까? 실제로 어떠한 기름을 머리에 부어주는 것이나 찍어 바르는 등의 행위를 말하는 것일까?

이때 사용된 성경구절이 요일 2:20이다. 성경구절을 직접 살펴보자.

“너희는 거룩하신 자에게서 기름 부음을 받고 모든 것을 아느니라”(요일 2:20, 개역성경).

“but you have been anointed by the Holy One, and all of you have knowledge”(요일 2:20, NRSV).

   

성경을 언뜻 보면 신약성경 이후에도 실제적으로 기름 부음의 행위가 일어나야 한다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물론 그렇게 주장하는 사람들의 주장을 먼저 듣고 성경을 보면 혹, 그렇게 보일 수도 있다는 게 더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그러나 영어성경(NRSV)을 보니 ‘이미 받았음’을 알려주는 게 확연히 드러난다(have been anointed). 신약 이후에 그러한 행위를 받아야 한다는 주장과는 거리가 멀다.

계속해서 요일 2:20의 ‘기름부음’의 용어에 대한 접근이다. 다른 성경에서는 또 어떻게 번역하고 있는지 살펴보자.

“여러분은 거룩한 분에게서 성령으로 기름 부으심을 받고 모든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요일 2:20, 표준새번역).

“그러나 여러분은 그 거룩하신 분에게서 성령을 받았습니다. 그러므로 여러분은 모두 참된 지식을 가지고 있습니다”(요일 2:20, 공동번역).

“여러분은 거룩하신 분이 주신 선물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여러분 모두는 진리를 알고 있습니다”(요일 2:20, 쉬운성경).

표준새번역 성경은 ‘기름 부음’이 성령으로부터 왔음을 말하고 있다. 이미 위에 언급된 개역성경과 NRSV와 맥을 같이 한다. 공동번역에서는 그것을 ‘성령’이라고 표현했다. 즉, 기름 부음이 곧 성령이라는 말이다. 쉬운성경은 그것을 ‘선물’이라고도 했다.

위의 번역본들을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요일 2:20의 ‘기름 부음’은 성령과 매우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으며 그 자체를 ‘성령’ 또는 ‘선물’로 표현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이는 “예수 이름으로 세례를 받고 죄사함을 얻으라 그리하면 성령을 선물로 받으리니”(행 2:38)의 성경구절과 맥을 같이하기도 한다. 사도행전 8장에서는 베드로와 요한을 통해 성령을 받는 일이 나타난다. 이 때도 그 성령을 선물이라 표현하기도 했다(행 8:17-20). 즉, 요일 2:20의 ‘기름 부음’은 실제적인 기름을 부어주는 행위와는 거리가 멀게 다른 성경에서 번역이 되고 있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요일 2:20의 문맥상의 의미는 무엇일까? 요일 2:20의 위 구절을 보니 ‘적그리스도’라는 용어가 나온다(18). 그보다 더 위를 보니 부정적인 세상을 표현하고 있는데 ‘육신의 정욕, 안목의 정욕, 이생의 자랑’라고 언급한다(16). 무슨 말인가. 요일 2:20은 교회 안으로 가만히 들어 온 반기독교적인 것에 대한 변증, 또는 반박하는 차원에서 언급된 말이다. 다시 말해 이단적인 사상이 교회 안으로 들어왔음으로 이미 기름부음을 받은 편지 수신자들이 지혜롭게 잘 대처해 나가야 한다는 것을 말해 주고 있는 것이다(그랜트 오스본, LAB 주석시리즈 요한 1,2,3서, 성서유니온선교회, 2007. pp84-85).

경우에 따라서는 ‘왜 제대로 이단사상에 대해서 대처하지 못하느냐’는 질책으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 그것은 그 다음 구절인 21절 때문이다. “내가 너희에게 쓴 것은 너희가 진리를 알지 못함을 인함이 아니라 너희가 앎을 인함이요 또 모든 거짓은 진리에서 나지 않음을 인함이니라.” 다시 말해 기름 부음을 통해서 진리를 잘 알고 있는 편지 수신자들이 왜 비진리에 우왕좌왕하느냐 하는 질책과 권면의 내용인 것이다(목회와신학 편집부, 요한 일이삼서, 두란노아카데미, 2007, p.193). 즉, 요일 2:20은 ‘오늘날에도 기름 부음을 받아야 한다’는 뜻이 아니라, ‘기름 부음을 받은 자는 똑바로 행동을 해야 한다’는 의미다.

본문의 기름은 ‘성령’을 가리킨다는 것이 일반적인 신학자들의 공통된 견해다(크레이그 키너, IVP 성경배경주석, IVP, 1998, p.854 등). 그랜트 오스본(LAB 주석 시리즈)과 변종길 교수(요한 일,이,삼서, 두란노아카데미, p.197)도 같은 견해다.

기름 부음이 ‘치료’의 목적으로 사용된 예도 있다. 야고보서 5:14은 “너희 중에 병든 자가 있느냐 저는 교회의 장로들을 청할 것이요 그들은 주의 이름으로 기름을 바르며 위하여 기도할지니라”고 말한다. 이때의 기름도 문자적 의미보다는 상징적으로 보아야 한다는 견해다. 이필찬 교수는 에서 “병자를 하나님의 특별한 허의를 위해 구별해 놓는 것”이라며 WBC 주석을 인용하며 설명했다(이필찬, 히브리서 야고보서, 두란노, 2004. p.469). 기름 부음이라는 용어가 상징적으로 다양하게 사용되고 있음을 나타내 주는 또 다른 성경구절이다.

따라서 요일 2:20 등의 구절을 통해 신약 시대 이후에 ‘기름 부음’을 실제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는 주장은 억지에 불과하다. 기름 부음을 상징이 아닌 실제 행동으로 보아야 한다면 성소에서의 예배나 제사 제도 등도 그대로 따라 해야 하는 오류를 낳게 된다. 세례도 요단강에서 받아야 하며 제사 때 양도 잡아야 한다. 과연 그것이 맞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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